(현장+)'우라늄 격랑'…K-농축부터 원전연료 자립에 고삐
담배 필터 크기 소결체 '1800kWh'
연료봉 집합체는 5만가구 1년 사용
우라늄 공급망은 불안…'농축' 필요성↑
지르코늄 합금 파이프 자립화도
원자력 잠수함 연료 공급 역량↑
2026-06-30 16:48:55 2026-06-30 18:13:58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이 작은 펠릿 357개를 채운 연료봉이 집합체 한 다발(650kg)로 묶이면 5만 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1억6000만 kWh의 전력을 생산합니다. 완벽한 품질이 곧 국가 에너지 안보의 마지노선입니다.”
 
지난 29일 국가안보시설로 삼엄한 검문소를 지나 대덕연구단지 깊숙한 곳에 위치한 한전원자력연료(KNF)의 생산라인 공장에 들어서자, 현장 관계자가 건넨 말입니다. 담배 필터 크기만 한 직경 0.8cm, 높이 1cm의 작은 원통형 이산화우라늄 소결체 한 개가 내뿜는 전력량만 1800kWh로 4인 가구(월평균 약 300~400kWh 사용 가정) 기준 약 6개월 사용량에 달합니다.
 
K-원전 심장…공급망 핵심 ‘농축’
 
지난 29일 국가안보시설로 삼엄한 검문소를 지나 대덕연구단지 깊숙한 곳에 위치한 한전원자력연료(KNF)의 생산라인 공장에 들어서자, 펠릿 357개를 채운 연료봉의 집합체가 놓여 있다. (사진=한전원자력연료)
 
357개의 소결체가 촘촘하게 들어간 연료봉은 지르코늄 피복관으로 길이 약 4.5m, 두께 0.57mm의 가늘고 긴 파이프로 구성돼 있습니다. 지휘봉처럼 생긴 파이프 한 줄만 해도 64만2600kWh라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1가구가 약 130년에서 17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전력인 셈입니다.
 
쉽게 말해 원자력 연료봉 집합체는 ‘원자력 발전소의 거대한 배터리’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하는 원전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원자로 내부에 장착하는 핵심 연료로 통합니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지만 화석연료인 석유 못지않은 핵심 전력원인 겁니다. 문제는 원전 핵심 연료의 공급망도 안전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원자력 연료 주기는 크게 ‘채광-정련-변환-농축-성형가공’ 단계로 나뉘는데, KNF는 이 중 마지막 단계인 ‘성형가공’과 ‘연료 설계’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 단계 중 ‘농축(Enrichment)’에 대한 우라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전 세계 농축 우라늄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던 러시아에 대해 미국이 수입 금지 조치를 단행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우라늄 공급망 불안은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습니다.
 
우라늄은 석유와 달라 대체 공급선을 확보하는 데 최소 수년에서 10년 이상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현행 한국은 한미 원자력협정 등 제도적 제약으로 독자적인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가동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미국·캐나다·호주 등 공유국과의 ‘프렌드쇼어링’ 체제를 구축해 해외 농축 시설 지분에 직접 참여하거나 장기 계약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실효적 진출을 꾀하고 있지만 농축 우라늄 확보는 안보 측면에서 시급한 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지난 29일 정창진 한전원자력연료(KNF) 사장이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본사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한전원자력연료)
 
핵심 부품 자립화 '안보 완결'
 
농축 우라늄 확보 외에 소결체를 담는 뼈대이자 핵심 부품인 ‘지르코늄 합금 파이프(피복관)’의 완전 자립도 관건입니다. 지르코늄 피복관은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 해외 리딩 기업으로부터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합니다. 
 
지정학적 갈등과 통상 규제 등 무역 장벽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부품 공급망 리스크를 상쇄할 독자적 생산 설비의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현재 KNF는 지르코늄 파이프를 자체 제조할 수 있는 독자적인 원천 기술과 지식재산권(IP)을 이미 확보한 상황입니다.
 
인근 거점 플랜트 부지에 생산 설비를 갖출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글로벌 제조사들의 대량 공급 단가와 비교했을 때 국내 자체 생산 단가가 맞지 않아 수입 다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지난 29일 김호영 한전원자력연료(KNF) 홍보부장이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생산공장에서 현장 설명회를 하고 있다. (사진=한전원자력연료)
 
“안보적 기술 준비 태세 완벽히 구축”
 
특히 국가 전략 자산의 핵심인 ‘원자력 잠수함(핵잠)’ 연료 공급 역량을 위한 확장 가능성도 엿볼 수 있습니다. 정창진 KNF사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의 전략적 결단과 정책적 로드맵이 확정되는 즉시, 언제든 완벽한 품질의 핵잠 연료를 안전하게 생산·공급할 수 있는 ‘안보적 기술 준비 태세’를 완벽히 구축해 두고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습니다.
 
현재 KNF는 범정부 차원에서 조직된 핵협력 태스크포스(TF)에 한수원,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함께 핵심 기관으로 공식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진척 상황 측면에서는 현재 생산하는 상용 경수로 연료(농축도 5% 미만)로도 즉각적인 잠수함 공급 자체는 가능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안보적 효용성과 연료 교체 주기의 장기화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국제법적 한계선인 ‘20% 미만’까지 우라늄 농축도를 높인 고농축 연료 가공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KNF는 차세대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HALEU)' 기반의 소프트웨어 검증과 노심 설계 및 인허가 획득 단계를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미래 핵심 원전 기술인 사고저항성연료(ATF) 개발 역시 순항 중입니다. KNF는 지난해 상용원전 ATF 시범집합체를 첫 필두로 주기별 연소시험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중간 분석 결과는 노심 내에서의 건전성과 열적 성능 모두 설계 기준을 만족한다는 KNF 측의 설명입니다.
 
올해 핵심 경영 방향인 소형모듈원자로(SMR) 맞춤형 비즈니스와 관련해서는 “기존 대형 원전 연료는 길이가 4.5m에 달하는 구조인 반면, SMR 연료는 한정된 모듈 내에 장입돼야 하므로 크기가 훨씬 작고 구조가 치밀해야 한다”며 “설계와 제조 공정 모두에서 미세 정밀 가공과 고집적 노심 설계라는 ‘기술적 대전환’이 필수적이다. 연료봉의 간격을 최소화하면서도 냉각 성능을 유지하는 고도화된 엔지니어링 능력이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KNF는 SMR 전용 연료 설계와 고유의 가공 기술에 대한 핵심 특허들을 선제적으로 다수 취득해 둔 상태입니다. 정 사장은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기술과 해석 코드를 바탕으로 한 기술 자립도도 90% 이상 확보한 데다, 해외 노형 설계사들과의 파운드리(위탁 생산) 협업 단계에서도 대등한 기술 파트너로서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며 “2026년은 이러한 SMR 맞춤형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상용화 궤도에 올리는 마일스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밖에 28% 수준의 해외 수출 비중도 40%까지 높인다는 전략입니다. 
 
정 사장은 “체코 원전 사업이 오는 2035년 가동된다고 가정하면 원자력연료는 가동 2~3년 전부터 선제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언제 공급하는가에 따라 매출 반영 시점이 달라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해외 매출 비중은 4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전=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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