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원자력발전소에서 성능을 위조한 불량부품을 사용한 사실이 적발돼 김균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면직된 가운데 한수원과 한국전력기술 1급 이상 간부 전원이 사표를 낼 방침이다.
그러나 연일 무더위가 이어지고 원전 운영이 정상화되지 않아 전력대란 위기가 여전한 상태에서 간부들의 사표를 제출은 면피용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불량부품 사건 때도 한수원 1급 간부들은 전원 사표를 냈지만 수리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수원은 지난 13일
한전기술(052690)과
한전KPS(051600), 한전원자력연료 등과 함께 긴급회의를 열고 "원전 불량부품 사태에 책임을 느껴 대대적인 자정노력을 펼치기로 했다"며 "한수원과 한전기술의 1급 이상 간부 전원이 사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표 제출은 사태를 더 꼬이게 만들 전망이다. 한수원과 한전기술에서 1급 이상은 각각 170여명, 70여명으로 240명이 넘는 인원이 무더기로 없어지면 원전사태를 수습할 인력이 부족해져서다.
이에 대해 17일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관계자는 "이분들이 정말 물러날 각오로 원전을 관리했다면 이런 사태는 진작에 없었을 것"이라며 "1급 이상이나 됐으면 문제가 터졌을 때 수습부터 먼저 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려는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현재 국내 23기 원전중 가동 상태는 14기다. 정비와 가동 중단은 각각 8기, 1기로 이에 따른 전력공급 차질은 약 780만㎾다. 최근 한국전력거래소가 판단하는 일일 최대 전력공급량이 7000만㎾ 수준임을 고려하면 최대 전력공급량의 10%에 이른다.
<원자력발전소 실시간 운영정보(2013년 6월17일 기준)>
(자료제공=한국수력원자력)
문제는 가동 중인 원전이라도 부품이나 내부 결함 등으로 언제든지 운전을 멈출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8일 성능을 조작한 제어케이블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자 하루 만에 바로 가동을 정지한 신고리 원전1·2호기가 대표적이다.
반면 한 번 멈춘 원전이 재가동되려면 정비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해 재가동까지 짧게는 4달,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자칫하면 전력대란이 우려되는 여름철에 예비전력 확보는커녕 그나마 확보한 전력 공급량도 모자랄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가동 중인 원전을 이상 없이 운전시키고 정비에 들어간 원전은 하루빨리 재가동시키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인 셈이다. 이 때문에 원전 관련 공기업 간부들의 줄사퇴 움직임은 추가적인 책임을 덜려는 꼼수라는 의견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전수조사와와 검찰 조사가 결과가 나온 뒤 책임져야 할 간부가 책임져도 늦지 않다"며 "아직 원전 사태에 대한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도 안 나왔고 여름철이 지나간 것도 아닌데 물러나겠다는 것은 책임 피하기"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에너지분야는 인력의 숙련도와 전문성이 특히 중요한 부문"이라며 "정말 국민을 위한다면 이미 일어난 원전사태 수습과 전력대란 극복을 위해 계속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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