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은행권이 임직원과 가족·지인 등 이해관계자 간 부당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이해상충 방지 지침'을 내달부터 본격 시행합니다. 다만 이해관계자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임직원 자율 체크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라 현장에서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이해상충 방지 지침'은 전·현직 직원과 친인척, 거래처 등이 연루된 대규모 부당대출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 차원에서 만들었습니다.
지침은 사전 식별과 사후 관리 체계를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구조입니다. 임직원은 거래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여부를 스스로 식별하고 자진 신고해야 하며 이후 업무 배제 또는 회피, 거래 조건 강화 등의 절차를 거쳐 거래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사후적으로는 이해관계자 거래 내역을 5년간 보관하고 정기 점검하도록 했으며 내부통제 기준을 위반할 경우 손실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징계 대상에 포함됩니다. 내부 제보 활성화를 위해 제보자 보호 및 보상 체계도 함께 도입됩니다.
이번 지침 마련의 배경에는 금융감독원 검사 과정에서 드러난 은행권 내부 이해상충 거래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은행에서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의혹이 대표 사례로 꼽힙니다. 기업은행에서도 전·현직 임직원과 친인척, 입행 동기, 사적 모임, 거래처 등이 연계된 부당대출 사례가 적발됐습니다.
은행권에서는 제도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해관계자 범위가 넓고 기준이 모호해 사실상 대부분 거래가 점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 부담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억원 이상 개인대출, 5억원 이상 기업대출 등 거의 모든 거래가 점검 대상이 되는 구조"라며 "현업 부담은 크게 늘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제도의 허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은행권이 지적하는 '제3자 구조를 활용한 규제 우회'란 이해관계자를 직접 거래 당사자로 두지 않고 친인척·지인 또는 별도 법인 명의를 중간에 끼워 넣어 실질적인 경제적 이해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배우자나 친족이 지분을 보유한 법인을 차주로 세우거나, 명의상 제3자를 통해 대출·투자를 실행하는 구조로 외형상 이해관계자 거래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동일한 이해관계가 유지되는 형태입니다.
은행권에서 말하는 현장 지원은 단순한 지침 안내가 아니라 이해관계자 여부를 자동 판별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대출 실행 단계의 경고 시스템, 준법감시 인력 확충, 지점 실무자를 위한 표준 판단 가이드 제공 등 실행 인프라 전반을 의미합니다. 다만 개인정보 제공 동의 문제 등으로 인해 DB 구축이 지연되면서 현재는 대부분 은행이 임직원 자율 판단과 체크리스트 방식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해관계자 DB 구축을 시도했지만 개인정보 동의 문제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며 "현재는 일부 고위직을 제외하면 대부분 임직원의 자율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전 대출 프로세스에 확인 절차가 추가되는 구조"라며 "지점 단위 책임이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시스템과 인력 지원 없이 운영될 경우 형식적 점검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기본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만큼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고도화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해상충 방지 지침은) 은행권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기본 기준이며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시스템을 보완하고 리스크 관리 수준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시중은행 ATM 기계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