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AI 확산…책임 소재 논란은 숙제
뉴스 요약·자동 매매로 서비스 영역 확대
투자자 손실 발생 시 명확한 기준 마련 숙제로
2026-06-19 15:07:27 2026-06-19 15:07:27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인공지능(AI) 기능을 잇따라 도입하며 투자자 접점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단순 시세 확인과 매매 기능을 넘어 뉴스 요약, 자동 매매, 투자 교육 콘텐츠 등으로 서비스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데요. 다만 AI 기능이 투자 판단 보조나 자동 매매 영역으로 확장될수록, 투자자 손실 발생 시 책임 소재와 위험 고지 기준을 어디까지 마련해야 하는지는 숙제로 남습니다.
 
1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들은 AI와 자동화 기능을 활용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업비트는 최근 데이터 기반 콘텐츠 매거진 '인텔리전스'를 선보였는데요. 인텔리전스는 데이터 기반 시황 분석과 투자자 교육 콘텐츠 AI 뉴스 브리핑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자동 매매 영역에서도 AI와 거래 보조 기능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코인원은 스마트 트레이딩 서비스 'AI 그리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용자가 투자금만 입력하면 가격 구간에 따라 저가 매수와 고가 매도를 반복하는 방식입니다. 코빗도 이용자가 사전에 정한 조건에 따라 트레이딩 봇이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오토 트레이딩'을 운영 중입니다.
 
(이미지=ChatGPT)
 
이 같은 거래소들의 AI 기능 확대는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이용자를 플랫폼 안에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노린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거래대금 둔화와 수수료 의존 구조 속에서 매매 외 서비스 경쟁력을 키우고, 시장 정보 탐색부터 리스크 알림까지 매매 전후 과정에서 이용자 접점을 넓히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AI 서비스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넘어 추천 전략이나 개인화된 투자 판단, 자동 매매로 확장될 때입니다. AI가 제공한 전략을 활용해 투자자가 손실을 봤을 경우 거래소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상자산 전문 변호사는 "투자 전략을 추천하는 것은 투자 자문, 그리고 자동 매매는 투자 일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현재 가상자산은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이 아니어서, 가상자산에 관한 투자 자문과 투자 일임은 현행 자본시장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로서는 거래소의 AI 전략 추천이나 자동 매매 서비스에 적용되는 구체적인 고지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투자자가 손실을 본 경우 거래소와 이용자 사이의 책임 관계는 약관 등 계약 내용을 중심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습니다.
 
또 변호사는 "투자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고지됐는지, 고지한 내용을 거래소가 제대로 준수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구체적으로 AI 전략 추천이나 자동 매매 서비스의 작동 방식과 알고리즘, 성과 지표, 서비스의 한계 등이 사전에 제공돼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거래소 업계에서도 AI 기능이 투자 추천으로 비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가 AI를 통해 특정 종목이나 투자 전략을 제시하면 자칫 투자 추천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관련 기능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거래소가 특정 종목을 직접 제시하지 않더라도 이용자가 AI를 투자 분석 도구나 에이전트처럼 활용할 수 있다"며 "결국 거래소가 제공한 AI인지, 이용자가 외부에서 직접 설정한 AI인지에 따라 책임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외에서는 위험 고지와 AI 활용 범위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먼저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AI 자동 매매 알고리즘과 거래 신호를 앞세운 사기 위험을 경고하며, AI가 미래 가격이나 돌발적인 시장 변동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안내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AI 활용 능력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홍보한 투자자문사에 제재금을 부과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향후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과정에서 가상자산 투자자문과 투자일임 서비스에 대한 규율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규제가 도입되면 거래소 등 서비스 제공자는 설명 의무와 위험 고지, 내부 통제 등 보다 구체적인 의무를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 가상자산 전문가는 "현재는 구체적인 법정 고지 기준이 없지만, 투자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는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며 "향후 2단계법에서 관련 규제가 마련되면 고지해야 할 사항도 보다 구체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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