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주식 거래 후 결제까지 걸리는 기간을 하루 앞당기는 결제 주기 단축(T+1) 도입이 본격 추진되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 부담과 외환 인프라 정비가 핵심 선결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내년 10월 시행이 전망되지만 더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됩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학회는 26일 오후 여의도 거래소 서울 사옥에서 증권시장 결제 주기 단축 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하고 도입 필요성과 과제를 논의했습니다. 현행 거래일로부터 이틀 뒤 결제하는 T+2 체계를 하루 앞당겨 투자자의 매도 대금 회수 속도와 시장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자본시장 간담회에서 직접 의제로 제시한 이후 관련 준비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도입 필요성은 글로벌 흐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캐나다·멕시코는 2024년 5월 T+1을 시행했고, 유럽연합(EU)·영국·스위스도 2027년 10월 전환을 예고했습니다. 홍콩도 같은 해 4분기 도입을 발표했습니다. 2027년 이후 글로벌 시가총액의 약 88%가 T+1 체계로 전환되는 셈입니다. 앤드류 더글러스 영국 T+1 추진위원회 의장은 "문제는 도입 여부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하느냐"라고 했습니다.
편익도 뚜렷합니다. 결제 주기가 하루 단축되면 미결제 기간이 줄어 가격변동 위험과 거래 상대방 도산 위험이 줄어듭니다. 투자자는 매도 대금을 하루 일찍 받아 재투자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2025년 일평균 결제 대금 약 1조600억원과 기준금리 2.55%를 적용하면 일일 약 7400만원의 유동성 개선 효과가 추정됩니다. 미국의 경우 T+1 전환 후 청산기금이 약 23% 줄었습니다.
다만 선결 과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 투자자의 외환 결제 부담입니다. 현재 외환시장 동시결제 주기는 T+2로 유지되고 있어 주식 결제 주기와 불일치가 발생합니다. 시차가 큰 유럽·북미 투자자들은 원화를 조달할 수 있는 업무 시간이 최대 5~7시간까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인도는 세계 최초로 T+1을 전면 도입했지만 이후 외국인 투자 순유입이 감소하고 종목별 호가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부작용을 겪었습니다. 아시아권에서는 홍콩만 내년 4분기 추진 계획을 밝힌 상황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앞서 "아시아 주요국과 단축 시기를 맞추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한국만 단독으로 앞서 나갈 경우 외국인 자금이 일본·대만·홍콩 등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노성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발제에서 "외환시장 운영 시간 확대 등 원화 접근성 제고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며 "해외투자자, 중개기관, 수탁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시장 활성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시스템 자동화도 핵심 과제입니다. T+1으로 전환하면 후선 업무 처리 시간이 표면적으로는 50% 줄지만 실질적으로는 약 80%까지 압축됩니다. 배정명세, 확인명세, 결제승인 등 각 절차의 처리 시한이 대폭 앞당겨지는 만큼 자동화 메시징 시스템인 직통처리(STP) 도입이 불가피합니다. 예탁결제원의 청산확정(CCF) 처리 용량 증설 등 인프라 투자도 선행돼야 합니다. 야간 업무 증가에 따른 노조 합의 문제도 남아 있습니다. 국내 주식 대차잔고가 약 76조원 규모인 만큼 대차거래 활성화와 결제불이행 위험 통제도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이번 토론회 결과를 바탕으로 결제주기 단축 실무 업무 표준안 마련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한국은 현재 T+1 전환 일정을 공식 발표하지 않은 상태로, 글로벌 전환 시점인 2027년을 전후해 도입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가운데 준비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집니다. 박용진 대통령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증권사들이 T+2 결제 구조를 활용한 매도대금담보대출로 최근 3년간 총 1805억원의 이자수익을 올린 점을 지적하며 조속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이런 수익 구조가 결제 주기 단축의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도 당연하다"며 "단축은 단지 며칠 차이가 아니라 수백만 개미투자자에게 자금 운용 자유를 돌려주는 일이자 국민 불편을 덜고 규제 합리화 약속을 이행하는 작지만 상징적인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관련 기관에는 내년 10월로 예정된 시행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매매 체결 이후 거래확인·청산·환전·결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 프로세스와 인프라 정비가 수반돼야 한다"며 "어느 한 기관의 노력으로만 추진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닌 만큼 시장 참여자 모두가 충분한 컨센서스와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함께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26일 한국거래소 여의도 서울 사옥에서 열린 '증권시장 결제주기 단축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규제합리화위원회)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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