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은 조업권 침해’…삼성전자 가처분 결정문에 드러난 ‘노동권 적대감’
"헌법의 노동권보다 사업자 이익 우선" 지적
법조계 "쟁의행위의 본질 부정하는 것" 비판
2026-05-20 15:22:13 2026-05-20 15:30:22
[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낸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일부 인용한 것을 두고 "노동권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낸 위헌적 판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법조계는 '사용자의 조업권 침해 불가'를 근거로 내세우고, 헌법상 보장된 노동권보다 사용자의 이익을 우선한 이번 결정이 사실상 쟁의권을 부정하는 꼴이라고 지적합니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사 협상 결렬에 따른 총파업 강행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20일 삼성전자 노사의 막판 교섭은 중앙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에 사 측이 동의하지 않으면서 결국 결렬됐습니다. 이에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21일부터 파업에 돌입합니다. 다만 법원이 사 측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함에 따라 노조는 안전보호시설 및 보안작업(원료·제품의 변질 등을 방지하는 작업)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문제는 가처분 인용 과정에서 법원이 노동권에 적대적인 논리를 펼쳤다는 점입니다. 지난 18일 수원지법 민사31부는 삼성전자가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쟁의행위 중이라도 사용자의 조업 계속의 자유나 기업 시설에 대한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노조의 주장에 대해 "사용자의 조업 계속의 자유나 사업 수행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주장"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노조의 쟁의권 행사는 사용자(삼성전자)의 사업 수행권을 정면으로 침해한다'는 인식이 깔린 겁니다.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권보다 헌법에 나오지도 않는 사업자의 영업권 등을 우선한 셈입니다. 
 
본래 쟁의행위는 사용자에 비해 지위가 약한 노동자들이 단결 행동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이지만, 필연적으로 사용자의 재산권에 손해를 끼치게 됩니다. 실제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도 쟁의행위에 대해선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2022년 전원재판부 결정에서 "근로자들의 집단적인 실력 행사는 필연적으로 사용자의 재산권이나 영업의 자유에 대한 손해의 감수를 요구하게 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즉, '이익 침해를 유발하는 쟁의는 안 된다'는 재판부의 논리는 대부분의 쟁의행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신하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장은 "쟁의행위의 본질 자체를 굉장히 왜곡한 결정"이라며 "파업의 본질 자체가 생산 활동을 멈추게 해 사용자에게 경제적 손실을 입게 하는 것인데, 이번에 법원이 판단은 사용자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는 파업은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가 삼성전자 측 주장대로 반도체 공정의 대부분을 보안 작업이라고 인정한 데 대해서도 기존 판례와 다른 판단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4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결정에서 사측이 주장한 9개 업무 중 3개 업무만 보안 작업으로 인정했습니다. 당시 법원은 노동조합법의 보안작업 의무 위반은 형사처벌 대상인 만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법을 확장 해석해선 안 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재판부가 유지 업무의 기준으로 제시한 '평상시'를 두고 '평일 수준', '주말 수준'으로 해석이 엇갈렸으나, 노조는 사 측의 입장을 수용해 평일 수준인 7000여명을 유지 업무에 투입키로 했습니다. 다만 사 측엔 구체적인 부서별 필요 인원을 통보해 주고, 비조합원을 우선 투입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