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2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앞서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보다 형량이 2년 늘어난 겁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해 10월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첫 공판기일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는 12일 오후 내란중요임무종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위증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장관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습니다. 형량은 1심에 비해 늘어났지만, 이는 내란특검이 지난달 22일 구형한 징역 15년에는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12·3 비상계엄을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 행위로 판단하고, 이 전 장관이 내란에 종사했다고 인정했습니다. 더불어 내란 행위의 위법성 등에 비추어 볼 때 1심은 형은 너무 가볍다면서 형량을 늘렸습니다.
재판부는 "내란죄는 국가의 존립과 헌법 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며 "폭력 등의 수단에 의하여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헌법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는 물리적으로 비상계엄에 비판적인 언론보도를 불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그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국민들의 생명 및 신체의 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가하는 것"이라며 "합법적인 비상계엄 상황에서도 허용될 수 없는 위법한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이 전 장관이 1심과 항소심 재판 내내 보였던 반성하지 않는 태도 역시 질책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잘 알았던 것으로 보이는데도 내란중요임무에 종사했다"며 "더불어 수사 기관에서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법적 책임을 눈감고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했습니다.
다만, 비상계엄 선포일 이전에 내란을 모의하거나 예비한 정황이 없는 점 등은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됐습니다.
이날 이 전 장관은 짙은 회색 정장에 흰 와이셔츠 차림으로 법정에 등장했습니다. 왼쪽 가슴에는 수형번호 52번이 달려 있었습니다. 선고 직후 이 전 장관은 방청석 앞줄에 앉아 있는 가족들과 웃으며 눈인사를 한 뒤 퇴정했습니다.
재판부, 혐의 대부분 인정…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는 '무죄'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받는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이 전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인 2024년 12월3일 윤석열씨의 지시를 받고 허석곤 전 소방청장 등에게 전화해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해 내란중요임무에 종사했다고 보았습니다.
위증 혐의도 일부 유죄가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지난해 2월11일 윤석열씨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 "단전·단수를 지시한 적 없으며, 윤씨로부터 지시받은 사실도 없다"라고 진술한 점 등을 위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윤씨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에게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전달하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허위 증언한 혐의는 1심처럼 무죄로 유지했습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역시 무죄였습니다. 내란특검은 이 전 장관이 허 전 소방청장에게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해 경찰의 관련 요청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준비 태세를 갖추게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일선 소방서에서 언론사 단전·단수와 관련한 경찰 요청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준비 태세를 갖췄다고 보기 어렵고, 소방청장이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단전·단수 협조를 지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내란전담재판부, 잇따라 "12·3 비상계엄은 내란" 판단 내려
이날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다시 못 박았습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행정 및 사법 기능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선포할 수 있다"면서 "윤석열이 주장한 거대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 예산 삭감 등은 헌법이 정한 비상사태로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계엄은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서울고법에 설치된 두 곳의 내란전담재판부 모두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인정한 겁니다. 앞서 다른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2-1부는 지난 7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재판에서도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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