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훈풍 속 '내 주식'은 한파…코스피 8000의 역설
K자 장세 속 코스피·코스닥 종목 30% 하락
코스닥, 자금·기업이탈 구조적 약화 우려도
2026-05-12 18:38:16 2026-05-12 18:53:07
[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8000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시장 내부 온도는 다릅니다. 지수는 뛰는데 대다수 종목은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밀리는 'K자형 장세'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대형주가 독주하는 사이 코스닥은 코스피 상승률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며 두 시장의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코스피 77% 뛰는데 코스닥 24% 그쳐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첫 거래일인 1월2일부터 이날(7643.15)까지 코스피는 77.4% 상승했습니다. 반면 코스닥은 같은 기간 945.57에서 1179.29로 24.7%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코스피 상승률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이달 들어선 코스피가 10% 넘게 오르는 동안 코스닥은 오히려 2%대 하락하며 엇갈린 흐름을 보였습니다. 
 
코스피 상승을 이끈 것은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입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기대와 실적 개선 전망이 맞물리며 두 종목은 전날까지 이달에만 각각 21%, 31% 급등했습니다. 같은 기간 양사 시총 합산은 약 3008조원으로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의 약 47%에 달합니다. 코스피가 6000선을 넘어선 지난달 15일부터 7000선을 돌파한 6일까지 전체 시총 증가분 1062조원 중 이들 기업이 688조원을 차지, 이는 65%에 육박합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지금 증시의 주요 거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초대형 종목이 주도하는 장세"라며 "ETF 시장 확대로 가격 변동이 대형주에서 과격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종목별 양극화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해 1~4월 코스피 상장종목 948개 중 약 30%인 276개 종목이 하락했고, 코스닥에서도 전체 1804개 종목 중 647개 종목(36%)이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코스닥에서는 10개 종목 중 4개꼴로 주가가 내린 셈입니다.
 
바이오 의존과 부진이 코스닥 발목 잡아
 
코스닥 부진의 핵심 원인으로는 시총 비중 약 30%를 차지하는 바이오 업종의 투자심리 악화가 꼽힙니다. 반도체와 같은 주도 업종 없이 바이오에 의존하던 코스닥은 바이오주 연이은 악재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지난달 들어 반도체와 바이오 간 온도차는 더욱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지난 한 달간 KRX 반도체 지수는 64.41% 급등했지만 KRX 헬스케어 지수는 4.60% 하락했고, KRX 300 헬스케어(-5.03%) 테마지수도 약세를 보였습니다. 
 
정희찬 삼성선물 연구원은 "4월 동안 코스닥은 바이오 업종 비중이 높은 구조 속에서 불성실공시, 임상 결과 실망 등 개별 이벤트가 투심 악화로 이어지며 코스피 대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고 분석했습니다.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인 삼천당제약(000250)은 계약 내용과 기술력 논란이 불거지며 지난 3월 고점 120만원 대비 크게 하락했고, 알테오젠(196170) 역시 주요 플랫폼 기술의 로열티율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모습입니다. 업계에서는 바이오 업종 특성상 기술 상용화와 임상 결과에 따라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는 구조적 불확실성이 투자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AI와 반도체 대형주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중소형 성장주로의 수급이 더욱 약화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는 4100선으로 추정된다"며 "올해 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섹터는 전체 시장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도체 호황이 지수를 밀어올리고 있지만, 상승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면서 낙수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쏠림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시장 내 자금 이동과 기업 재평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일부 종목의 이탈 흐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코스닥 대표 바이오 기업인 알테오젠은 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 중입니다. 코스닥협회가 "시장 전반의 투자 매력도와 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며 재고를 요청했지만 알테오젠 측은 이전 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때 코스닥 대표 기업이었던 셀트리온(068270)이 2018년 코스피로 이전한 데 이어 우량기업의 코스닥 이탈이 반복되면서 '코스닥은 코스피의 하위 리그'라는 인식이 고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코스닥이 특정 업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 자체에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승강제 카드 꺼냈지만 코스닥 반등은 아직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를 강조하며 '3000스닥' 기대감을 키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당장 '이천스닥'에 도달하기 위해서도 800포인트 이상의 추가 상승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정부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 하반기 코스닥 승강제 도입을 추진 중입니다. 코스닥을 프리미엄·스탠더드·관리군 3개 리그로 나눠 우량기업군을 별도 1부 리그로 묶는 방안으로, 인공지능(AI)·바이오·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투자하는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도 코스닥 상장사 수혜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습니다. KB증권은 국민성장펀드 위탁운용사 참여 등을 통해 중소·중견기업 자금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고, 기업은행도 12일 'IBK 코스닥 붐업 데이'를 열고 코스닥 상장기업의 IR 확대와 리서치 보고서 발간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정책 모멘텀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도 당장의 본격 반등에는 신중론이 우세합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정책 구체화까지 시차가 존재해 현 시점에서의 본격적인 접근은 다소 이르다"면서도 "하반기 코스닥 1·2부 분리 도입과 지수·ETF 개발이 예정돼 있어 반도체 소부장, 미용·의료기기, 로보틱스 등 실적 기반 대형주 중심의 선별적 접근이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을 5%만 확대해도 16조원 안팎의 장기 투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며 중장기 기대감을 열어뒀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달 중순 이후 실적 시즌 종료와 주도주 이벤트 부재 구간에서 코스닥에 대한 단기 수급 로테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달 코스피-코스닥 상승률, 1~4월 시장별 등락. (그래픽=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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