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위협 관리하는 미·중…비행규제만 하는 한국
HMM, 드론 ‘더블 탭’ 피격 추정
민간 방어 보장·요격망 양산 시급
2026-05-11 15:43:31 2026-05-11 15:56:43
[뉴스토마토 이원진 기자]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한국 국적 화물선이 자폭 드론의 조준 공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면서, 민간 선박과 기업을 겨냥한 공중 위협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적극적인 드론 대응 권한을 법제화한 것과 달리, 한국은 단순 비행 규제에만 머물러 있어 민간의 자체 방어권 보장과 요격용 장비 양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상의 비행체 2기가 나무호 선미 좌현을 2차례 타격해 폭 약 5m, 깊이 약 7m 규모로 선체가 파손된 HMM 나무호. (사진=외교부)
 
11일 외신 및 한국 외교부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지난 4일 아랍에미리트(UAE) 움알쿠와인 해역을 지나던 HMM 나무호는 미상의 비행체로부터 두 차례 연속 타격을 받았습니다. 당시 약 1분 간격으로 두 기의 드론이 선미 평형수 탱크 부근을 정밀 타격하는 이른바 ‘더블 탭’ 방식의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공격 주체로는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유력하게 지목됩니다. 전기설비가 밀집한 기관실을 정밀하게 노렸다는 점, 사고 전후로 IRGC가 호르무즈 해협 일대를 항행 통제 구역으로 일방 선포한 점, 이란 관영 매체가 “규칙을 위반한 한국 선박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보도한 점 등이 주요 근거로 꼽힙니다.
 
이번 피격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의 턱없이 부족한 ‘대(對)드론 방어 체계’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한국은 현행 항공안전법상 비행금지 및 제한구역 지정, 적발 시 과태료나 형사처벌을 내리는 사후 규제에 그치고 있습니다. 민간기업이 침입한 불법 드론을 자체적으로 방어할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데다, 물리적으로 격추하려 해도 재산권 침해나 추락에 따른 2차 피해 책임 문제로 인해 사실상 속수무책인 상황입니다.
 
반면 해외 주요국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2018년 ‘신흥 위협 방지법’을 통해 국방부, 국토안보부, 법무부 등에 불법 드론 탐지, 추적, 전파 교란, 물리적 무력화 권한을 명시했습니다. 지난해에는 국방부 산하에 안티드론 태스크포스인 ‘JIATF 401’을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역시 올해부터 드론 실명 등록을 의무화하고 공안이 운항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제 관리합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드론 공격 위험이 전면으로 대두된 만큼 기업도 자체적인 드론 방어 체계가 필수적”이라며 “단순 탐지를 넘어 전파 교란, 요격 등 물리적 조치까지 두루 가능한 다층적 대응 권한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제도 개선과 더불어, 실제 불법 드론을 쏘아 떨어뜨릴 ‘요격 무기 체계’의 실전 배치도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향후 법적 제약이 풀려 민간 선사나 기업이 자체적으로 요격할 권한을 갖게 되더라도, 정작 날아오는 드론을 물리적으로 막아낼 장비가 없다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가 30km 밖에서도 비행체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킬러 드론’ 등 하드킬(물리적 파괴) 근접방호체계 개발에 나섰지만, 실전 배치는 2028년에나 가능할 전망입니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관련 법이 정비돼 기업들이 드론 무장을 갖추려 하면 방어 장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한국의 요격용 드론 기술 수준은 높지만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어 폭증하는 민간 수요를 맞출 만큼 당장 대량생산을 해내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했습니다. 이어 “정식 배치 시기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선 개발된 시제품이라도 산업 현장과 선박에 조기 투입해 방어망을 구축하고 실전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 성능을 개선해 나가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원진 기자 blue45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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