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지적만 있고 해법은 실종”
지역 응급의학 교수 “응급의료 전체 싸잡아 비난 해법 도움안돼”
2026-05-07 15:09:05 2026-05-07 15:09:05
[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사건이 터지면 흥미 위주로 문제를 들춰 비난에 골몰하기보다 해법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사안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류현욱 대한응급의료지도의사협의회 이사장(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의 일갈입니다.
 
최근 청주에서 임신 29주 산모가 응급 분만 병원을 찾지 못해 부산까지 이송됐다가 태아가 숨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응급실 미수용,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는 지속해서 재발하고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해법은 의료 인력 및 공공의료 확충, 수가 개선, 응급 환자 소생 목적의 의료행위로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 책임 경감 등이 거론됩니다. 
 
류 이사장은 현재의 문제의식이 해법 마련보다 비난에 초점이 맞춰진 점을 우려했습니다. 사안의 진단이 명확해야 불필요한 감정 소모로 이어지지 않고, 해법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류 이사장은 “응급 의료체계에 응급 분만이 포함되는 것은 맞지만, 응급분만은 응급실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며 “조산 등 고위험 산모는 일반 응급 환자와 달리 특수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응급실 미수용,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가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사안의 명확한 진단 없는 비판 일색은 해법 마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 견해가 나왔다. (사진=김양균 기자)
 
실제로 고위험 산모와 태아를 돌보기 위해서는 별도의 의료 인력이 필요합니다. 고위험 산모는 응급 분만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첫 번째 문제가 발생합니다. 의사 자체가 부족한 겁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국내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6082명. 의사 평균 연령은 54세가 넘고, 세 명 중 한 명은 60대로 나타났습니다. 초산 연령이 상승하며 고위험 임신 증가 대응 인력은 더 부족합니다. 지난해 전국 산과 교수는 158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어렵사리 응급분만으로 태어난 태아를 돌볼 시설도 있어야 합니다. 대개 이러한 태아의 경우, 건강 상태가 불안정한 경우가 적지 않아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가 요구됩니다. 하지만 시설과 인력 모두 넉넉하지 않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신생아중환자실(NICU) 전담 전문의는 228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신생아 세부분과 전문의는 155명이 고작이었습니다. 
 
류 이사장은 “산과 의사들과 신생아중환자실 교수들은 휴가는커녕 일 년 동안 퇴근하는 날이 손을 꼽을 정도”라며 “몸을 갈아 넣으며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이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독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여전히 “산과 진료과 등은 응급분만 수술 시 의료사고에 대해 상당히 리스크를 갖고 일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복지부는 중증·권역·지역 모자의료센터를 설치·운영 중입니다. 지난해 기준 설치된 센터는 △중증모자의료센터 2개소 △권역모자센터 20개소 △지역모자센터 33개소 등입니다. 류 센터장은 “고위험 산모와 응급 분만 대응은 전국 단위로 이뤄지고 있다”며 “수도권에서도 고위험 산모를 헬기로 긴급 이송하며 대응이 이뤄지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이 사안은 신생아중환자실과 응급분만을 위한 자원의 배분과 효율 적용을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며 “사안에 맞춘 해법에 집중해야지 응급의료 전체를 비난하는 방식은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당부했습니다. 
 
사후약방문 안되려면 지역 맞춤형 대응 필요
 
복지부와 소방청은 3~5월 광주, 전남, 전북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시행해 왔습니다. 골자는 병원 선정이 지연될 때 복지부가 사전 합의된 우선 수용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해 궁극적으로 지역 상황에 맞는 응급 환자 이송 프로토콜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지역 맞춤형 응급 의료체계와 관련해 류 이사장은 지역별 상이한 응급의료 환경을 고려한 보건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응급실 뺑뺑이’ 등에 대한 정부 대책이 사후약방문에 그치지 않으려면, 중앙정부가 지역에 단순 지원하는 방식을 탈피해 과감하게 응급의료 예산 중 일부를 지방정부에 권한을 줘 교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권역마다 응급의료 관련 현안과 문제, 해결 방식이 모두 다른 실정”이라며 “지역의 환경을 고려한 제도는 곧 지자체에 일정 부분 권한을 부여해 독립적으로 시급한 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처럼 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지자체에 예산을 집행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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