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창업 열풍'만으로는 부족하다…지금 필요한 것은 '사람의 생태계'
2026-05-06 11:01:18 2026-05-06 11:52:19
정부가 발표한 '국가창업시대 스타트업 열풍 조성 방안'을 보면, 이번에는 정말 큰 그림을 그리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전국 단위 창업 오디션, 창업도시 조성, 지역성장펀드, 규제특례, 연기금 벤처투자 확대까지 과거보다 훨씬 공격적이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4월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자료를 읽으면서 한 가지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정작 가장 중요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는 점이다.
 
1990년대 말 벤처붐, 2010년대 디지털 붐 때도 한국은 수많은 대책을 만들었다. 제도 개선도 있었고, 정책 자금도 공급됐고, 창업 공간과 기회도 확대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실리콘밸리 수준의 혁신 생태계를 만들지 못했다.
 
왜일까. 답은 단순하다. 우리는 '자금'과 '제도'는 만들었지만, 사람 중심의 커뮤니티와 신뢰 문화는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본질은 돈이 아니다. 창업자, 투자자, 엔지니어, 운영 인력들이 서로의 평판과 신뢰를 기반으로 연결된 거대한 실행 공동체다. 실패 경험조차 자산으로 축적되고, 그 경험이 다시 다음 창업과 투자로 이어진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제도와 관리 중심 접근이 강하다. 경험 없는 비전문가들이 숫자와 형식 중심으로 생태계를 설계하면, 결국 '열풍'은 만들어질 수 있어도 '문화'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문화 없는 열풍은 대부분 버블로 끝난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초기기업 주식 거래 활성화' 정책이다. 정부는 모험자본 중개 플랫폼과 비상장 주식 거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 생태계의 핵심은 단순 유동성이 아니다. 초기 스타트업은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가 장기적 책임과 신뢰를 공유하며 회사를 함께 만들어가는 구조여야 한다.
 
그런데 지나치게 빠른 유통시장 중심 구조가 형성되면 어떻게 될까. 책임은 분산되고, 경영은 단기화되며, 창업은 기업가 정신이 아니라 투기적 거래 대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진다.
 
스타트업은 원래 오랜 시간 책임을 지며 회사를 키워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책임을 '수건 돌리기'처럼 계속 넘기는 문화가 형성되면, 결국 남는 것은 신뢰 붕괴와 생태계 피로감이다.
 
실리콘밸리가 강한 이유는 거래가 빨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장기적 신뢰 관계 속에서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함께 일하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창업 열풍'이 아니다. 진짜 필요한 것은 창업자, 투자자, 엔지니어, 출자자(LP)가 함께 배우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신뢰 기반 커뮤니티 문화다.
 
결국 혁신은 제도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다. 그리고 사람은 돈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신뢰, 평판, 공동체 문화가 있을 때 비로소 혁신은 반복된다.
 
이번이 또 하나의 버블이 될지, 아니면 진짜 국가 창업시대가 될지는 결국 '얼마나 돈을 푸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사람 중심의 신뢰 생태계를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박희덕 국민성장펀드 전략위원·K-정책금융연구소 전문위원·트랜스링크인베스트 대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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