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과 달라 막막"…색동원 사건 장애인재판부 인식에 '우려'
전국 유일한 '중앙지법 장애인전담재판부', 4월부터 색동원 사건 진행
재판부, '일반인', '정상' 표현 반복…전문심리위원 대신 양형조사 선택
2026-05-03 17:18:46 2026-05-03 17:53:03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중증장애인 시설 색동원에서 발생한 성폭력 의혹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일반인 관점에서는 장애인 증인신문이 막막하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명색이 장애인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라면서 장애 특성에 대해선 이해 부족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엄기호 부장판사)는 지난달 24일 인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성폭력 사건 첫 공판기일에서 “재판부도 일반적인 사람이다 보니,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증인신문을 해야 하는지 일반인의 관점에서 막막함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증인신문 과정에선 “지체장애가 있어서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운 이가 또 있느냐”라고도 했습니다. 
 
해당 재판부는 장애가 있는 피고인이나 피해자가 포함된 사건을 전담하기 위해 2024년 신설된 ‘장애인 전담재판부’입니다. 전국 법원 가운데 유일한 장애인전담재판부입니다. 재판부 구성원들은 매년 사법연수원 등에서 장애 관련 교육까지 받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재판부는 ‘일반인’, ‘정상’, ‘보통’ 등의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 장애 감수성에 대한 낮은 인식을 드러낸 겁니다. 심지어 그게 처음도 아니었습니다. 재판부는 지난달 20일 공판준비기일에서도 “장애인 증인신문을 여러 번 했지만, 보통 때처럼 잘 진행되지 않았다”라고 말해 빈축을 샀습니다. 
 
장애인 인권 분야에서 활동해 온 한 변호사는 “장애인전담재판부에서 ‘일반인’이라는 표현을 반복 사용하는 것 자체가 감수성 부족을 드러낸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과 차별적 언어를 정비하는 차원에서 ‘일반인’이나 ‘정상인’ 대신 ‘비장애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도록 권고한 바 있습니다.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주체인 재판부가 장애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 사실관계 판단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이번 사건의 첫 공판기일에서도 검찰은 피해자들을 직접 증인신문을 하는 게 아니라 영상녹화물을 제시한 뒤, 분석을 위해선 전문심리위원을 참여시키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이 모든 것을 중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를 거부했습니다. 
 
전문심리위원은 장애인의 진술 특성을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특히 정신적 장애인의 경우 질문 방식이나 상황에 따라 진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약 이를 비장애인의 기준으로만 판단한다면, 진술이 왜곡될 가능성도 큽니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2021년 ‘장애인 사법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펴내 “왜곡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신적 장애인의 진술 특성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양형조사를 통해 ‘일반인’의 관점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겠다고 한 겁니다. 재판부가 “양형조사를 통해 피해자들과 이야기해서 일반인의 관점에서 의사소통 정도를 조사해 보겠다”고 하자 색동원 피해자 대리인 측은 “양형조사를 통해서 피해자 능력을 보고 싶다고 했는데, 양형조사단이 장애인의 인지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그런 점도 세심히 고려해 주길 바란다”며 반발했을 정도입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장애 전문 변호사는 “전문심리위원은 장애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제도다. 아무래도 장애 분야에서 활동해 온 경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중립성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재판부가 이를 적극 활용해야 진술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장애에 관한 전문성이 없는 양형조사관으로 이를 대체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도 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