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페르미' MOU 논란…수요 검증도 도마
전력 수요 확보 실패로 흔들린 원전 사업…CFPP 중단 사례 재조명
페르미 프로젝트 사업 기반 흔들…경영진 이탈로 불안 확대
공기업 참여로 신뢰도 보강…사업성 검증·투자 판단 중요성 부각
2026-04-24 17:01:19 2026-04-24 21:03:13
[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미국 원전 프로젝트에 국내 공기업과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지만, 현지에서는 계약 불확실성과 경영진 이탈 등으로 사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협력에 나선 '페르미 아메리카' 프로젝트 역시 대규모 전력 공급을 전제로 추진되고 있으나 핵심 수요처와 계약 기반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같은 사업 구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해외 원전 투자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토비 노이게바우어 전 페르미 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 (이미지=페르미 아메리카 홈페이지)
 
24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3월24일 미국 에너지부 감사관실(OIG) 보고서를 통해 2023년 SMR 사업인 '무탄소 전력 프로젝트(CFPP)'가 계약과 비용 문제로 중단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는 전력 구매 계약 확보 여부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됩니다. 한수원과 삼성물산(028260), 현대건설(000720), 두산에너빌리티(034020) 등이 참여한 미국 텍사스 '페르미 아메리카' 프로젝트 또한 핵심 수요처와의 장기 계약 여부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으면서 사업 구조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최근 경영진 이탈 등 내부 변화까지 겹치면서 사업 추진 동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에너지 프로젝트는 결국 장기 전력 구매 계약이 전제되지 않으면 사업 구조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며 "계약 기반이 명확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는 사업은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수원은 지난해 8월 삼성물산과 미국 민간 에너지 기업 페르미 아메리카와 '첨단 에너지 복합센터 건설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해당 사업에 초기 단계부터 참여했습니다. 한수원은 해당 MOU가 비구속적 협력에 해당하며, 현재로선 직접 투자 참여는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다만 사업성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기업이 사업 초기부터 참여할 경우 프로젝트가 실제보다 안정적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페르미 아메리카는 릭 페리 미국 전 에너지부 장관과 토비 노이게바우어 전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회사로, 텍사스 아마릴로 인근에 11기가와트(GW) 규모의 초대형 에너지 복합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업은 대형 원전 4기와 SMR, 가스복합화력, 태양광,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결합한 형태로 구성된 복합 에너지 인프라 사업입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SMR 기업 뉴스케일파워에 투자와 공급을 동시에 맡고 있어 프로젝트 진행 여부에 따라 성과가 연동되는 구조입니다. 이에 시장 기대가 기업 가치에 반영될 수 있는 만큼 실제 사업 진행 여부 확인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실제로 페르미 프로젝트는 최근 노이게바우어 CEO와 마일즈 에버슨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동시에 퇴임하는 등 내부 변화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경영진 교체가 단순한 인사 변동이 아니라 잠재 고객과의 협상 과정에서의 전략 조정과 맞물려 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의 핵심 변수는 실제 전력 수요를 계약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 에너지부 감사관실이 3월24일 발표한 감사보고서. SMR 시범사업인 '무탄소 전력 프로젝트(CFPP)'가 전력 구매 계약 확보 실패와 관리 미흡 속에 중단된 사례를 언급하며, 수요 검증과 사업 관리 체계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미지=미국 에너지부 감사관실)
 
이 같은 사업 구조 리스크는 이미 미국 정부 지원 사업에서도 현실화된 바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 감사관실(OIG)이 3월24일 발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CFPP는 2020년 10월 에너지부가 약 13억6000만달러 규모의 지원을 결정하며 추진된 사업으로, 약 1억8300만달러(약 2700억원)가 투입된 이후 2023년 11월 최종 중단됐습니다. 감사 과정에서는 약 1억4350만달러 규모의 과다 지급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해당 사업은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부지에 SMR 발전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추진됐지만, 핵심이었던 전력 구매 계약 확보에 실패하면서 경제성이 무너졌습니다. 보고서는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전력 수요를 실제 계약으로 확보하는 '구독' 기반 검토와 리스크 평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CFPP 사례는 사업 성패가 계약 기반에 달려 있음을 보여줍니다. 페르미 프로젝트 역시 대규모 전력 수요 확보를 전제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핵심 수요처와의 장기 계약 여부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유사한 구조적 리스크가 존재하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처럼 공기업이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는 사업은 향후 정책금융이 연계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업성 검증보다 정책적 판단이 앞설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점검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업이 실패할 경우 부담이 공공부문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본사 전경. (사진=두산에너빌리티)
 
한 에너지 정책 전문가는 "원전 사업은 수요와 금융 구조가 핵심인데, 최근에는 전력 수요 증가 기대만으로 사업이 먼저 추진되는 경향이 있다"며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는 만큼, 향후 해외 사업 투자 시 사전 수요 검증과 투자 심사에 대한 보다 엄격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수원 관계자는 "페르미 프로젝트는 규모는 크지만 사업 구조가 아직 충분히 견고하다고 보긴 어렵다"며 "MOU는 도와달라고 하니 협력 차원에서 체결한 것이며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개발 사업 성격이 강해 최종 건설과 운영까지 가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데스밸리'를 지나야 한다"며 "맥쿼리 등 일부 자금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수원은 직접 투자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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