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는 우리에게 여전히 낯선 지역입니다. 그중에서도 타지키스탄은 이름조차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죠. 그러나 해발 3000미터가 넘는 산악지대와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파미르 고원을 품은 이 나라는 젊은 인구와 풍부한 자원, 그리고 한류에 대한 호감까지 더해져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아직 한국 기업들엔 미지의 시장이지만 그만큼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매력적인 무대이기도 합니다. 베일에 싸인 타지키스탄의 진짜 얼굴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편집자 주)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에서 북쪽으로 차로 한 시간 남짓 달려 험준한 히소르 산맥 굽잇길을 오르다 보면, 해발 1900미터 고지대 위로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진다.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듯한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바로 타지키스탄 최고의 보물이라 불리는 국립 요양소 '호자 오비가름'이다. 이곳은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대자연의 생명력과 인간의 건축 철학이 절묘하게 맞물린 신비로운 공간이다.
거친 콘크리트가 빚어낸 예술, '브루탈리즘'의 정수
호자 오비가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그 규모와 독특한 형태다. 1970년대 소련 시절 건설된 이 건물은 장식을 배제하고 재료 고유의 질감을 강조하는 브루탈리즘 양식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직선과 곡선이 교차하는 기하학적인 매스와 절벽의 경사를 그대로 활용한 계단식 구조는 마치 공상과학(SF) 영화 속 외계 행성에 지어진 미래 기지를 연상시킨다. 과거 시설 노후화로 잠시 빛을 잃기도 했으나, 최근 전면적인 리노베이션을 통해 7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현대적인 요양 복합 단지로 다시 태어났다. 차가운 콘크리트 벽면 사이로 쏟아지는 고산지대의 햇살은 이곳을 단순한 병원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으로 만든다.
지구의 깊은 숨결, '라돈 증기'의 신비로운 치유력
호자 오비가름의 진정한 가치는 건물의 외관보다 그 아래 숨겨진 '땅의 힘'에 있다. 이곳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한 자연 라돈 증기 치료소다. 지하 깊은 곳에서 생성된 광천수는 섭씨 45도에서 96도에 이르는 뜨거운 온도로 지표면을 향해 솟구치고, 이때 물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라돈 증기가 치료의 핵심이다.
이곳의 '파로에마나토리움' 시스템은 인위적인 장치 없이 지각에서 직접 올라오는 천연 증기의 양과 온도를 조절해 환자에게 제공한다. 적정 수준의 방사능 성분을 함유한 이 증기는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세포 재생을 도와 관절염과 신경통은 물론 만성 피부 질환과 호흡기 문제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많은 방문객이 이곳을 '지구가 처방한 천연 약국'이라 부르는 이유다.
시간이 멈춘 마을, 현지인들의 순수한 삶 속으로
요양소의 현대적인 시설을 한 걸음만 벗어나면 시간이 멈춘 듯한 타지키스탄의 평화로운 산촌 마을이 펼쳐진다. 험준한 산맥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현지인들의 삶은 그 자체로 치유의 풍경이다.
길가에서 만나는 목동들은 낯선 이방인에게도 환한 미소를 건네고, 마을 곳곳에서는 전통 방식 그대로 양봉에 전념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오염되지 않은 고산 지대의 공기와 햇살을 머금고 자란 야생화에서 채취한 꿀은 호자 오비가름이 선사하는 또 다른 선물이다. 현지인들이 직접 수확한 벌집 꿀 한 입은 여행자의 피로를 단숨에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오감을 깨우는 '마운틴 테라피', 야생화와 약초의 길
타지키스탄에서는 약초를 활용한 전통 치료가 여전히 지역 의료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사진=UN 식량농업기구)
호자 오비가름 주변은 트레커와 식물 애호가들에게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해발 1900미터 이상의 중고산대 기후 덕분에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진귀한 야생 꽃들과 약초들이 곳곳에 자생한다.
미세먼지 수치가 거의 없는 이곳의 공기는 한 모금 들이키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감각을 깨운다. 가파른 경사면을 따라 난 산책로를 걷다 보면 발끝에서 풍기는 허브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현지인들은 이곳의 야생 약초를 직접 채취해 차로 마시거나 약재로 사용하는데, 그 효능 또한 이 지역의 명성을 뒷받침한다. 웅장한 히소르 산맥의 파노라마를 바라보며 걷는 등산로는 복잡한 도시 생활에서 쌓인 피로를 덜어주는 명상 공간이 된다.
호자 오비가름은 단순한 건강 검진이나 치료를 위한 장소가 아니다. 차가운 콘크리트 건축물이 주는 고요한 무게감과 땅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대지의 호흡, 그리고 순박한 현지인들과의 교감이 어우러진 종합적인 웰니스 공간이다.
현대적인 리조트의 화려함보다 자연 본연의 위대함과 조용한 치유를 원하는 여행자라면, 타지키스탄의 숨겨진 보석 '호자 오비가름'은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구름 위에서 즐기는 온천욕과 라돈 증기, 그리고 야생화 향기 가득한 산책길은 몸과 마음을 새롭게 환기하는 경험이 된다.
보보예프 루스탐존 타지키스탄 오리욘은행 한국지사 대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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