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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13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한때 적은 자본으로 도시를 설계하던 디벨로퍼(시행사)는 이제 시장 불안이 닥치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축이 됐다. 저금리와 분양 호황기에는 자기자본 3~5%만으로도 수천억원대 사업을 굴리는 '효율의 모델'로 통했다. 그러나 시장이 꺾이자 이 방식은 곧바로 취약성으로 돌아왔다. 금리 상승과 공사비 급등, 분양 침체가 한꺼번에 덮친 데다 대출 규제, 분양가 통제, 인허가 지연 등 정책 변수까지 겹치면서 사업 자체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자금줄은 막히고 일정은 밀리며 수익성은 불확실해진 흐름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연명 단계에 들어선 디벨로퍼들의 현주소를 짚고, 왜 이들의 사업 방식이 침체기에 가장 먼저 균열을 드러내는지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디벨로퍼 산업을 떠받쳐온 레버리지(차입으로 사업 키우는 방식) 모델이 흔들리고 있다. 자기자본은 최소화하고 PF(프로젝트 파이낸싱)로 자금을 끌어오는 방식은 저금리·부동산 상승기에는 고수익을 만드는 공식이었지만, 금리 급등과 공사비 상승, 분양시장 위축이 겹치며 해당 방식은 빠르게 부담으로 전환됐다. 자금은 막히고 이자는 쌓이는 사이, 이제는 중소 시행사를 넘어 업계 상위 디벨로퍼들까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며 '레버리지의 한계'가 산업 전반에서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방학역 모비우스 스퀘어(사진=피데스개발)
주요 디벨로퍼조차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은 곳 상당수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디벨로퍼들의 이자보상배율 기준, 업계 1위인 MDM(엠디엠)은 16.29배로 이자 부담을 충분히 감당하는 유일한 안정 구간에 위치한 반면, 신영(0.71배)과 시티코어(0.76배)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간신히 버티는 '임계 구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대부분은 1배를 밑돌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다. 특히 DS네트웍스(-4.24배), 대원(-6.12배), 피데스개발(-0.10배)은 이자비용이 수익을 잠식한 전형적인 레버리지 붕괴 구간으로 분류된다. 이 중 HMG(-200배 수준)는 영업손실 대비 이자 부담이 과도하게 벌어진 사례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자비용보다 지분법 손실, 단기투자자산처분손실, 기부금, 잡손실 등 비영업 손실이 대거 반영된 영향이 크다. 자회사 실적 부진과 투자 손실이 지주사 단계에서 집중 반영되며 수익성이 급격히 훼손된 결과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눠 산출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1배 이상이면 이자 상환이 가능한 상태, 1배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을 의미하며, 마이너스는 영업손실 상태에서 이자 부담까지 떠안고 있음을 뜻한다. 해당 수치는 각 사의 최근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 기준을 반영했으며 MDM과 DS네트웍스, HMG(지주사 HM 기준), 피데스개발은 2024년 12월 기준, 신영과 대원, 시티코어는 2025년 12월 기준 자료를 활용했다. 네오밸류는 지난해 감사의견 거절로 최근 사업보고서 공시가 제한되면서, 그나마 최근 공시인 2023년 12월 기준을 적용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이자보상배율 저하가 단순한 수익성 악화를 넘어 사업 방식의 취약성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자기자본을 최소화하고 PF에 의존해 확장해 온 고레버리지 방식이 시장 변화와 함께 그대로 재무 부담으로 전이된 모습이다.
2022년 이후 금리·공사비 상승과 분양시장 위축이 겹치자 디벨로퍼들의 얇은 자기자본 구조는 한계를 드러냈다. 손실을 흡수할 여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분양 지연과 비용 증가가 발생하며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을 넘어섰고,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이 속출했다. 결국 상승기에는 효율이던 레버리지 전략이 하락장에서는 리스크로 전환됐다는 지적이다.
1위도 예외 없다…디벨로퍼 전반으로 번진 재무 압박
과거 공격적 확장 전략을 펼쳤던 디벨로퍼일수록 재무 압박이 빠르게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성장 중심의 레버리지 전략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현재 디벨로퍼들은 사업 리스크를 넘어 막대한 재무 부담까지 동시에 떠안은 상태다. 시장 역시 '확장'에서 '버티기'로 국면이 전환되며, 산업 전반의 체력 차가 드러나고 있다.
이 중 가장 심각한 디벨로퍼는 네오밸류로, 부채비율이 2000%를 훌쩍 넘는 초고레버리지 상태에서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재무 부담이 극단적으로 확대된 사례를 보이고 있다. 광교·홍대 상업시설을 직접 보유·운영하는 '운영형 디벨로퍼' 모델을 통해 빠르게 몸집을 키웠지만, 금리 급등과 상업시설 경기 둔화가 겹치며 임대수익이 이자비용을 받쳐주지 못하는 구조에 직면했다. 그 결과 매출 감소와 함께 조직 규모까지 급격히 축소되면서 사실상 조직 붕괴에 가까운 모습이다. 여기에 최근 감사의견 거절까지 받으며 재무 신뢰도에도 타격이 가해진 상태로, 운영형 디벨로퍼 모델 역시 유동성 관리에 실패할 경우 레버리지 부담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DS네트웍스는 이번 사이클에서 '레버리지의 역습'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디벨로퍼로 평가된다. 지난 2020~2022년 엠디엠·신영과 함께 '3대 디벨로퍼'로 불리며 매출 1위까지 올랐지만, 호황기에 공격적으로 매입한 토지와 프로젝트가 금리 급등과 분양 부진을 맞으며 재무 부담으로 되돌아왔다. 특히 호황기 1조원 이상 투입된 토지 매입은 이후 헐값 처분과 대규모 손상차손으로 이어지며 부채비율 급등과 순손실 확대를 초래했다. 결국 DS네트웍스는 2025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며 유동성 위기에 대응에 나섰지만, 현재는 이를 철회하고 경영 정상화에 돌입한 상태다.
DS네트웍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어려운 재무 상황 속에서 회생 신청까지 검토했으나, 사업지 매각과 채무 상환 등을 통해 부채를 줄이며 재무 건전성을 개선해왔다"며 "현재는 경영 정상화에 집중하며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피데스개발의 경우 최근까지 자본잠식 상태를 겪을 만큼 자본이 크게 훼손된 고레버리지 시행사로 평가된다. 분양시장 둔화와 사업 지연으로 이자비용이 쌓이는 동안, 토지·지분 평가손과 프로젝트 정리 손실이 연이어 반영되면서 자본이 지속적으로 잠식된 구조다. 자산 대비 부채가 과도하게 확대된 탓에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한 체질도 드러났다. 다만 사업장의 대부분이 서울 등 수도권에 위치해 지방 미분양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며, 현재 내부적으로 분양 성과를 높이기 위한 사업 전략 재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피데스개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사업 여건 변화에 맞춰 일부 사업지의 용도 변경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방 사업장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상대적으로 시장 변동성에 따른 부담은 제한적인 편"이라며 "현재는 기존 프로젝트의 안정적인 관리와 재무 구조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업계 1위인 엠디엠 역시 실적 흐름만 놓고 보면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3125억원으로 전년 8851억원 대비 급감했고, 영업이익도 4744억원에서 1228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분양매출 비중이 절대적인 사업 특성상 일부 대형 현장의 매출 인식 시점 차이가 반영된 영향도 있겠지만, 외형과 수익성이 동시에 꺾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즉, 업계 1위조차 호황기 같은 이익 규모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디벨로퍼 업황 둔화의 무게를 피해 가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행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2022년 이후 원자재 가격 급등과 금리 상승 영향도 있었지만, 시행사 입장에서 가장 큰 부담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라며 "PF 부실 우려 이후 금융권이 대출 심사를 크게 강화하면서 자금 조달 자체가 어려워졌고, 분양가 통제와 인허가 지연까지 겹치며 사업 속도가 전반적으로 늦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돈은 묶이고 이자는 계속 나가면서 시행사들의 부담이 더 커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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