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기습 유증’…그룹 불신으로 확대
주총서 2조4000억원 유증 숨겨 ‘주가 줄폭락’
조선·방산 호황 '찬물'…뿔난 주주들, 청와대 탄원 예고
2026-03-27 15:30:06 2026-03-27 22:32:46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한화솔루션(009830)의 기습적인 대규모 유상증자를 둘러싸고 자본시장 안팎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주주총회라는 공식 소통 창구를 배제한 자본 조달 행태가 소액주주의 막대한 희생을 강요하고, 대주주의 지배력만을 공고히 하려는 후진적인 꼼수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개미투자자들의 피해를 방치하는 지배구조 논란에 금융당국도 엄중한 검증의 칼을 빼들 것으로 관측됩니다. 
 
서울 중구 한화빌딩 본사 전경.(사진=한화)
 
“오너 일가 수백억 버는데” 주주들 피눈물
 
27일 주식시장에서 한화솔루션 주가는 오전 기준 -8%대로 저점을 찍으며, 전날 18.2% 폭락한 데 이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급등세를 보이며 장중 5만93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을 향해 달려가는 중입니다. 이번 추락은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지 이틀 만에 터져 나온 2조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폭탄에서 비롯됐습니다. 미래를 위한 설비 투자는 9000억원에 그친 반면, 1조5000억원은 회사채 등 기존 빚을 갚는 ‘채무 상환’에 쓰이기 때문입니다.
 
주주들은 거세게 공분하며 집단행동에 돌입했습니다. 회사가 지난 24일 열린 정기 주총에서 유증 계획을 언급하지 않았던 것에 더 분노하고 있습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소액주주 1800명 이상을 결집해 총 69만주가량을 모으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분율로는 약 0.4%에 해당하며 결집액은 약 310억원에 달합니다. 이들은 금융감독원에 ‘중점 대상 선정 촉구’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며, 청와대 국민청원과 탄원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각종 오픈 채팅방에서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지속 가능, 수익성을 위해 부채비율 낮추고 투자하는 건 좋은데 왜 부채 상환을 소액주주한테 떠넘기는지 답답하다”, “경영 능력이 없어서 빌린 돈을 못 갚거나 미래 비전으로 돈을 융통할 수 없다면 주주들 주머니를 털 게 아니라 가지고 있는 쓸데없는 지분을 먼저 팔아야 한다”라는 등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한화솔루션에 대한 분노는 그룹사 전체로도 확장되는 분위기입니다. 한 투자자는 “한화솔루션은 한화호텔리조트 지분을 40% 넘게 가지고 있고, 한화호텔리조트는 최근 아워홈을 인수하기도 했다”며 “호텔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깔 것이 아니라면 아무 연관 없는 사업을 하고 있는 건데 심지어 한화솔루션은 한화이글스야구단 지분도 40% 넘게 가지고 있다. 기업이 광만 팔고 경영 무능력으로 생긴 빚잔치는 주주들이 하냐”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주주들은 “한화라는 글자만 봐도 빡친다”, “주주를 ATM기로 아는 재벌 기업들의 작태에 심한 분노를 느낀다”,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은 주주들을 위해 자기 돈 200억원 들여 주식을 매수하겠다던데, 한화 김씨 일가는 정반대”, “빚 갚을 돈이 없으면 경영권을 넘기든지 회사를 파산시켜라”, “김승연 회장의 지난해 연봉은 248억4100만원으로 총수 1위이며 김동관 부회장의 연봉은 80억9600만원인 데다 별도로 수백억원 규모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지급받는데도 주주들은 손가락을 빨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과거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유증 사건을 언급하며,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던 시절인 2025년 3월 31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조명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증 발표로 인한 주가 하락과 관련해 “회사의 유증이 소액주주에게는 부담을, 대주주에게는 이득을 줄 가능성이 크다”며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썼습니다. 
 
증권가도 혹평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자금 규모가 미래 성장보다 재무구조 개선이 큰 점, 우주 태양광 가시성 및 수혜 여부 불확실한 점에서 향후 추가 조달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안주원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변경하고 목표주가를 기존 4만7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46.8%나 낮췄습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도 “유증 시점이나 규모 측면에서 투자자에게 아쉽다”고 짚었습니다.
 
한화, 1300억 쥐고 ‘8800억’ 방어
 
시장의 비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우선 주총에서 중대한 안건을 숨기고 기습 발표를 단행해 주주들을 기만했다는 데 있습니다. 사측은 소집공고에 대규모 증자 계획과 구체적인 자금 사용처를 철저히 함구한 채, 정관의 ‘발행 예정 주식의 총수 변경’ 안건만 슬쩍 올려 조용히 통과시켰습니다. 유증 발표 이후 비판이 커지자 사측은 주총에서 새롭게 선임된 신규 사외이사들이 방대한 안건을 면밀히 검토할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했기에, 당일이 아닌 이틀 뒤에 유증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한화솔루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KB·NH·한국·대신증권 등 주관 증권사들은 이미 주총 8일 전인 지난 16일에 1조5000억원 규모의 빚 상환 계획 등 세부적인 자금 소요 내역을 모두 확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무엇보다 기존 정관에 명시된 3억주 한도 내에서도 이번 7200만주 규모의 신주 발행은 충분히 여유 있게 가능했습니다. 유증 이후에도 총 주식 수는 2억4600만주 수준에 머물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주총에서 발행예정주식 총수를 5억주로 대폭 확대한 것은 경영진이 향후 주주 동의 절차 없이 언제든 대규모 추가 유증이나 주식연계채권을 무리하게 발행할 수 있는 강력한 백지수표를 미리 챙겨둔 것으로 해석됩니다.
 
결국 이번 유증은 소액주주의 뒤통수를 치고 대주주의 배를 불리기 위한 꼼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자본시장법상 유증 발행가액은 신주 청약 직전의 시장 주가에 연동돼 할인율이 적용되므로, 주가가 바닥으로 떨어질수록 최대 주주가 기존 지분율을 방어하고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 납입해야 할 총금액 부담은 대폭 줄어듭니다. 한화솔루션의 최대 주주인 한화(000880)의 2025년 12월 별도 재무상태표에 따르면, 현재 동원할 수 있는 가용 현금은 1303억원 남짓에 불과합니다. 한화가 현재 지분율(36.92%)을 유지하기 위해 오는 6월 유증 청약에서 납입해야 할 대금은 약 88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결과적으로 주주들에게 악재를 철저히 숨겨 기습 발표로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린 일련의 과정은, 개정 상법 도입 등 지배구조 개편의 격변기를 앞두고 자금력이 턱없이 부족한 대주주가 싼값에 지배력을 온전히 유지하도록 돕는 철저하고 냉혹한 계산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남정운 한화솔루션 대표이사가 지난 24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린 '제5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화솔루션)
 
금융감독원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중점 심사 대상으로 선정하고 유증 당위성과 의사결정 과정 등을 살펴볼 계획입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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