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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11일 16:4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이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중국은 과잉투자를 막기 위해 인위적 구조조정이라는 승부수를 던졌고, 일본과 함께 소재 강국으로서 로봇의 '근육'과 '피부'에 해당하는 핵심 소재 시장을 선점하며 하드웨어 주도권을 쥐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연구·개발(R&D) 지연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중국의 정책 선회가 우리 산업에 던지는 반전의 기회를 짚어보고, 소재·부품·제조 기업이 '원팀'으로 미래 로봇 패권을 거머쥘 전략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글로벌 로봇 패권 경쟁이 시작되면서 국내 로봇 산업의 질적 도약을 위해 소재-부품-완성품을 하나로 잇는 이른바 '원팀(One-Team)'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로봇 산업 진흥을 위해 예산 지원을 꾸준히 늘리고 있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뒷받침할 부처 간 통합 컨트롤타워와 정책 연계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연합뉴스)
파편화된 로봇 로드맵…"빈틈 투성이"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로봇 산업 육성 의지는 수치로 증명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3년 말 발표한 '첨단로봇 산업 비전과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3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국내 로봇시장 규모를 20조원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어 발표된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에서는 로봇 100만대 보급과 핵심 부품 국산화율 80% 달성을 핵심 과제로 내걸었다.
예산 규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산업부의 로봇 산업 기술개발 예산은 2022년 1054억원에서 지난해 1486억원으로 늘었으며, 올해도 증액 요구가 이뤄진 상태다.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올해 인공지능(AI) 예산 가운데 2437억원을 제조 현장의 AI 전환과 스마트공장 확산에 배정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 공세에도 불구하고 밸류체인 단위의 유기적인 결합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 있다. 계획과 지원 사업은 방대하지만, 정작 소재부품과 완제품을 하나의 묶음으로 지원하는 전담 프로그램이 부족해 실제 국산화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이 원팀 체계를 서둘러야 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시장의 변화도 한 몫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로봇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는 보조금 의존형 업체들의 무분별한 난립을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시장을 정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는 민간의 자율적인 혁신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표준과 보조금으로 시장을 강제 재편하는 지금이 한국에는 기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이 민관 협력형의 유연한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한다면, 글로벌 로봇 표준을 선점하고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적기라는 분석이다.
실증 인프라는 '확대'…소재 전용은 '공백'
현재 국내 곳곳에는 로봇 실증 인프라가 조성되고 있다. 대구시는 휴머노이드 로봇 테스트베드를 구축 중이며, 인천시는 물류 로봇 실증 인프라를, 서울 강남구는 협동로봇 안전인증센터를 포함한 테스트필드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역시 5G 기반의 첨단 제조 로봇 실증 인프라를 통해 성능과 안전성 검증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설들은 대부분 완성된 로봇이나 제조 공정 실증에 집중되어 있다는 한계가 있다. 로봇의 경량화와 내구성을 결정짓는 합성고무나 고분자, 경량 합금 등 '로봇 소재'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테스트베드는 아직 구체적인 정책이나 사업으로 구현되지 않은 실정이다. 소재 단계부터의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부품 국산화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LG화학(051910) 등 대형 석유화학사의 자본력과 로봇 스타트업의 기술력을 결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상생 모델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현재 정부 로드맵에는 '수요-공급기업 연계형 R&D(연구개발)'에 대한 내용은 강조돼 있지만, 소재 기업과 스타트업을 직접 묶어주는 공동 펀드나 전용 실증 거점 등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공언한 로봇 100만대 보급과 국산화율 8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를 법제화해 정량적 기준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로봇 소재와 부품의 안전성 및 신뢰성 평가를 위한 법정 시험기관 지정과 인증센터 설립을 위한 법적 근거 보완도 시급한 입법 과제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보다 명확하고 구체화된 틀을 제시해 판을 깔아주고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잇는 원팀 구조를 제도화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고객사 주문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라 휴머노이드 관련 제품 개발도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중국 등 주요국에서는 로봇을 국가 사업으로 삼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연구개발과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빠른 시간 안에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정부가 판을 깔아주는 게 매우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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