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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5일 17:2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사모펀드(PEF) 시장에서 '미드마켓' 인수·합병(M&A)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 조 단위 메가딜을 주도하던 대형 운용사들까지 투자 무대를 미드마켓으로 넓히면서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그동안 미드마켓은 중소형 운용사들의 주 무대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대형 PEF들까지 가세하며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대형 PEF들이 미드마켓으로 눈을 돌리는 구조적 배경과 차별화된 가치 창출 전략, 세컨더리·크로스보더 거래를 통한 새로운 성장 경로 등을 짚어보며 국내 PEF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사모펀드(PEF) 시장에서 미드마켓 투자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PEF가 주도하던 초대형 인수·합병(M&A) 거래가 줄어든 가운데 펀드 자금은 늘어나면서 대형 운용사들이 미드마켓으로 투자 전략을 확장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2026 아시아태평양 PE 투자 트렌드와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미드마켓(1500만~5억달러, 약 210억~7000억원) 딜 비중은 2024년 하반기 32%에서 2025년 상반기 45%로 확대되면서 반년 만에 13%p 증가했다. 초대형 딜이 줄어들면서 투자 규모는 감소했지만 중소형 거래가 늘어나면서 미드마켓 비중이 확대된 것이다.
(사진=구글 생성 이미지)
미드마켓 딜 비중 증가세…드라이파우더 소진할 곳 찾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아시아태평양 지역 PE 투자 규모는 643억달러(약 90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수준으로 2019년 이후 최저치다. 반면 거래 건수는 2221건으로 4% 증가했다. 이에 따라 평균 거래 규모는 2024년 하반기 7200만달러(약 1008억원)에서 2025년 상반기 5000만달러(약 700억원)로 약 30% 감소했다.
이에 대해 삼정KPMG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과열 이후 밸류에이션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짚었다. 2020~2021년 코로나 사태 기간에는 전 세계적으로 초저금리와 유동성 확대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M&A 시장의 전체적인 밸류에이션이 크게 상승했지만, 최근에는 고금리 기조로 인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시장에만 초점을 맞춰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PE 가운데 지난해 조 단위 거래를 성사시킨 사례는 글랜우드PE가 나노H2O(전 LG화학 워터솔루션 사업부)를 약 1조4000억원에 인수한 건이 유일하다.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서 KKR, 에어리퀴드, EQT파트너스 등 글로벌 PE들은 각각 DIG에어가스(4조8500억원),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 리뉴원·리뉴어스(1조7300억원), 더존비즈온(1조3000억원)을 인수했지만, 국내 PE들은 미드마켓 딜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크린토피아(6000억원) 인수, 웰투시인베스트먼트의 에스아이플렉스(4300억원) 인수, 어펄마캐피탈의 폐기물업체 CEK 인수(4000억원), VIG파트너스의 LG화학 에스테틱 사업부(2000억원) 인수 등이다.
관련 업계에선 펀드 조성 규모는 늘었지만 투자 집행이 지연되면서 PE가 보유한 드라이파우더(대기 자본)가 누적됐고, 이에 따라 대형 PE들이 투자 범위를 확대해 미드마켓 거래까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PEF는 펀드 만기 기간 내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투자 기회를 찾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 아시아태평양 펀드레이징 규모는 954억달러(약 134조원)를 기록하며 상반기 기준으로 2019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반면 PEF 투자 규모는 643억달러(약 90조원)로 전년 대비 28% 줄었다.
삼정KPMG는 "미드마켓이 PE 투자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며 "미드마켓 딜은 포트폴리오에 영향을 미치면서 시장 변화에 유연성을 갖기 때문에 고성장 분야로의 진출·지역 확장·운영 개선에 가장 적합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밸류에이션 안정화로 시장이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전환되고, 미드마켓 중심의 투자자 신뢰 회복과 딜 실행 의지가 제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료=삼정KPMG)
LP 자금 쏠림에 대형 하우스 '미드마켓 러시'
일각에선 국내 PEF 펀드레이징 시장의 양극화도 미드마켓 활성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국민연금, 산업은행 등 주요 기관투자자(LP)들이 검증된 트랙레코드를 보유한 위탁운용사(GP)를 중심으로 출자에 나서면서 대형 하우스로의 자금 쏠림과 중소형·신생 운용사 고립이 심화, 대형 하우스들의 미드마켓 러시가 이어질 것이란 진단이다.
대형 펀드와 소형 펀드 비중을 보면 흐름이 수치로 확인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신규 설정된 펀드 320개 중 80%가 1000억원 미만의 소형 펀드였지만, 2024년에는 비중이 69% 수준으로 감소했다. 반면 1조원 이상의 대형 GP가 차지하는 약정 총액 비중은 2021년 58%에서 2024년 66%로 증가했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선 안정성을 중시하는 LP 성향으로 인해 옥석 가리기가 강화되면서, 특화된 전략이나 압도적 수익률을 증명하지 못한 중소형사는 펀드 결성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홈플러스 사태 이후 PEF에 대한 비판적 여론과 함께 금융당국의 감시·감독 강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상대적으로 대응력이 낮은 중소형사의 활동 반경이 축소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드라이파우더가 누적되면서 대형 PEF들도 미드마켓 거래까지 투자 범위를 넓히는 분위기"라며 "최근에는 바이아웃 포트폴리오의 매각 지연이 길어지면서 LP들이 투자회수(엑시트)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미드마켓 딜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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