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협력자를 만드는 건 시간이고, 잃는 건 찰나다
단 한 번의 차가운 반응이 협력자를 방관자로 만든다
2026-03-04 14:38:54 2026-03-04 15:00:15
당신 주변에 방관자가 많다면, 그 이유를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나는 오랫동안 그것을 사람의 문제로 봤다. 저 사람은 원래 소극적이고, 저 사람은 관심이 없다고. 그런데 어느 날 회의실을 나서며 문득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저들이 방관자인 것인가, 아니면 내가 방관자로 만들어온 것인가.'
 
협력자와 방관자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가깝다. 그 거리를 가르는 것은 조직의 구조나 제도가 아니다. 관계의 온도다. 따뜻했던 관계가 식는 것은 대부분 극적인 사건 때문이 아니다. 도움의 손을 내밀었을 때 돌아온 무심한 말투, 진심으로 건넨 말이 흘려진 그 찰나, 그 순간에 조용히 일어난다.
 
방관자를 협력자로 바꾸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많은 리더들이 시스템을 바꾸거나 인센티브를 설계하는 데서 답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경험이 가리키는 답은, 평소 관계를 어떻게 맺어왔느냐에 있었다.
 
협력자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노원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취임 초기 전 직원을 대상으로 1대1 면담을 진행했다. 90여명을 일일이 만났다. 공통된 질문을 던지되,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꺼낼 수 있도록 애썼다. 판단하거나 평가하는 말은 되도록 삼갔다. 부서 간 갈등으로 지쳐 있던 직원, 오랫동안 제안했지만 묵살당했던 아이디어, 말하지 못하고 삼켜왔던 건의들이 비로소 밖으로 나왔다. 처음에는 경계하던 눈빛들이 서너 번째 대화를 넘기면서 달라졌다. 회의에서 먼저 손을 드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말한다. 구성원이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고 느낄 때, 비로소 조직의 진짜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리더가 먼저 판단을 내려놓고 귀를 열 때, 상대방도 마음의 문을 연다. 협력은 요구하기 전에 이미 그 관계 속에서 싹트고 있었던 것이다.
 
온도를 잃어버린 찰나의 반응
 
그런데 협력자가 사라지는 데는 또 다른 경로가 있다. 내가 힘겨운 현안을 안고 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먼저 손을 내밀기도 한다. '요즘 어떻게 돌아가요?', '제가 도울 일 있으면 말씀하세요.' 그 말은 진심이다. 그러나 정작 질문을 받은 순간, 온 힘을 쏟고 있는 일일수록 설명해야 한다는 부담이 먼저 올라온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짧고 퉁명스럽게 대꾸하거나, 말을 흘려버린다.
 
그 순간, 상대방의 표정이 바뀐다. '아, 그래요. 그럼 알아서 하세요.' 말은 부드러워도 온도는 차갑다. 협력자가 될 수 있었던 사람이 방관자로 돌아서는 것은, 거창한 조직의 실패 때문이 아니다. 단 한 번의 퉁명스러운 말투, 그 찰나에 일어난다. 관계란 그토록 섬세하다. 그러나 잃어버린 온도를 되찾는 방법도 있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숨을 한 번 고르는 것이다. 숨 한 번이 생각과 나의 반응 사이에 공간을 만든다.
 
나치 강제수용소 생존자이자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 오스트리아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은 말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고, 그 공간에 우리의 선택이 있다고. ‘지금 이 사람이 나를 걱정해서 건네는 말이구나.’ 그 짧은 인식 하나가 퉁명한 반응을 막고, 관계의 방향을 바꾼다.
 
결국 물음은 단순해진다. 나는 오늘 동료에게 먼저 말을 걸었는가. 도움의 손을 내밀어온 사람에게 어떤 온도로 답했는가. 지금 내 곁에 방관자가 많다면, 그것은 그들의 문제이기 이전에 내가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협력자는 공고문으로 모이지 않는다. 매일의 작은 관계 맺기 속에서 천천히 만들어지고, 단 한 번의 차가운 반응으로 순식간에 사라진다. 협력자를 원한다면, 협력받을 자격을 갖추는 것이 순서다.
 
오늘 당신 곁에서 조용히 돌아선 사람은 없었는가.
 
김주성 노원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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