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농협이 2012년 신용·경제사업을 분리하는 이른바 '신경분리'를 단행한 지 14년이 지난 가운데 농협중앙회 집중형 구조를 해체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농협개혁의 바람직한 방향과 과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국회 농업혁신포럼, 농협조합장 모임 정명회, 농민의 길, 한국종합농업단체 협의회, 한국농어민신문, 한국농정신문, 농수축산신문, 농업인신문 등이 공동 주최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농협중앙회가 신경분리 이후 협동조합의 외형을 유지하면서도 초대형 금융·경제지주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업체로 군림하며 제왕적 권한을 누려왔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러한 수직적 지배구조 속에서 중앙회가 경제사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보다는 금융지주의 수익으로 적자를 보전하는 손쉬운 방식에 의존하면서 결과적으로 경제사업의 부실과 금융 의존도가 고착화됐다는 평가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농협중앙회, 금융지주 지분 100% 보유... 신경분리 의미 퇴색
농협중앙회는 2012년 신경분리 이후 100% 출자해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를 거느리는 거대 지주회사가 됐습니다. 중앙회 금융지주의 금융업은 일반 시중은행과 차이가 없으며 지역조합이나 농민 조합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그동안 농협중앙회 경제지주의 경제사업은 만년 적자를 기록하면서 '농협중앙회가 돈장사만 한다'는 비난을 회피하기 위한 환원 사업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에 농합중앙회 신경분리 논의는 1990년대 이후 정부가 바뀌고 농협 개혁 논의가 확산할 때마다 주요 의제로 다뤄졌습니다. 중앙회 권한과 기능이 비대하고 중앙회 위주 사업 운영이 지속돼 경제사업보다는 신용사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994년 김영삼정부 '농어촌발전위원회'와 1998년 김대중정부 '협동조합개혁위원회', 2012년 이명박정부 지주회사 체계 개편 등 세 차례 시도가 있었습니다. 이명박정부 때 2011년 3월 농협 신경분리를 위한 구조개선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012년부터 '1중앙회-2지주회사'로 신경분리가 됐습니다. 농협중앙회가 NH금융지주와 NH경제지주로 분리된 것입니다.
이날 대표 발제자로 나선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는 2012년 신경분리의 문제점에 대해 신경분리의 핵심 목적이었던 경제사업 활성화는 실종된 채 중앙회 권력만 공고히 하는 '무늬만 분리'에 그쳤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교수는 당시 단행했던 신경분리 방식이 '인적 분할'이 아닌 중앙회가 지주회사를 100% 소유하는 '물적 분할' 방식이었다는 점을 근본적 결함으로 꼽았습니다. 이로 인해 중앙회는 여전히 거대 사업체로서 제왕적 권한을 유지하게 되었고, 지주회사들은 회원조합의 이익보다는 지주사 자체의 수익 극대화에 매몰됐습니다.
특히 경제지주는 산지 농협과의 경합 및 대립 구도를 형성하며 오히려 회원조합의 경제사업 기반을 약화시켰고 누적된 적자로 인해 경영 위기에 봉착하는 등 당초 내세웠던 판매 농협으로서의 비전을 달성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고 진단했습니다. 경제지주 영업이익은 2023년 -331억원에서 2024년 -847억원으로 악화했습니다. 2025년에도 800억원대 영업손실이 전망됩니다.
또한 금융지주의 수익으로 경제지주의 적자를 메워주는 '금융 의존적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경제사업의 자립 의지와 혁신 동력이 상실되었다고 비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체제는 농민 조합원과 회원조합을 위한 연합조직이 아니라, 중앙회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관료적 사업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평가입니다.
농협이 2012년 신용·경제사업을 분리하는 이른바 신경분리를 단행한 지 14년이 지난 가운데 농협중앙회 집중형 구조를 해체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사진=뉴스토마토)
"중앙회 인적분할이 곧 농협개혁"
박 교수는 "농협 개혁은 중앙회의 인적 분할을 해야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며 "신경분리의 목적은 농협중앙회 경제사업 활성화와 신용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본질적인 문제는 '중앙회가 경제사업을 많이 하느냐 적게 하느냐'가 아니라 경제사업이 회원조합을 위한 연합 사업이 아닌 중앙회의 자체 사업 중심이라는 것"이라며 "조합 이익 증진이 아닌 자기 이익 극대화에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농협이 '돈장사'를 중점에 둔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서 농민을 위한 경제사업이 곁가지에 그치게 됐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지역농협 신용사업도 농민 조합원보다 비농민 조합원 혹은 비조합원이 주고객입니다. 농협은 신용사업 외에 농민 조합원뿐 아니라 지역 주민 모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을 확대 중입니다. 박 교수는 이로 인해 경제사업이 제 역할을 못 하자 전업농가들은 농협을 떠나고 있고 전업농가를 중심으로 설림한 영농조합법인과 농협이 충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교수는 "중앙회는 지금과 같은 사업 조직이 아닌 회원조합의 연합체로서 협동조합 운영을 이끌어가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조합이 사업을 해선 안 되고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교수는 △비사업 기능 △경제사업 △신용사업 등 중앙회 세 가지 기능을 분리해 회원조합에 대한 지도·교육·감독 및 조사연구·농정활동 등만 담당하는 비사업·비영리 단체로 개편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아울러 중앙회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은 각각 결도의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박 교수는 개혁의 성패가 결국 '분리'의 완성에 있음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그는 "중앙회 권한을 공식화된 시스템으로 제한하고 인적 분할을 통해 비사업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이러한 단계적인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농협의 본질적인 변화는 불가능하며 이제는 국회와 정부가 책임 있는 입법으로 답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습니다.
4일 열린 '농협개혁의 바람직한 방향과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2012년 신경분리의 문제점에 대해 신경분리의 핵심 목적이었던 경제사업 활성화는 실종된 채 중앙회 권력만 공고히 하는 '무늬만 분리'에 그쳤다고 지적했다.(사진=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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