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우리 아이는 왜 수학이 어려울까
수학학습장애의 ‘신경인지 메커니즘’ 밝혀
능력 부족이 아니라 정보처리 방식의 차이
2026-02-19 11:13:06 2026-02-19 14:51:28
어떤 아이는 숫자를 보면 직관적으로 ‘많고 적음’을 가늠합니다. 반면 어떤 아이는 8과 9의 차이를 머리로는 알지만, 순간적으로 판단하라고 하면 자주 머뭇거립니다. 겉으로 드러난 계산 능력의 차이 뒤에는, 보다 근원적인 ‘수량 판별(quantity discrimination)’ 능력의 차이가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최근 스탠퍼드 의과대학의 장혜상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일부 어린이들이 왜 같은 반 친구들보다 수학을 훨씬 더 어려워하는지를 깊이 이해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최근 <신경과학 저널(The Journal of Neuroscience)>에 발표한 논문 ‘수학학습장애 유무에 따른 아동의 수량 판별 능력에 내재된 잠재적 신경인지 메커니즘(Latent neurocognitive mechanisms underlying quantity discrimination in children with and without mathematical learning disabilities)’에서 수학학습장애(Mathematical Learning Disabilities, MLD) 아동과 일반 아동 사이에 존재하는 잠재적 신경인지 메커니즘을 분석했습니다.
 
수학을 유독 못하는 것은 종종 노력 부족이나 지능 문제로 오해되기 쉽지만, 스탠퍼드 대학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그보다는 수량 처리와 실행 기능을 연결하는 신경인지적 구조의 차이와 관계가 있다. (이미지=Gemini 생성)
 
수와 양을 ‘본다’는 것의 의미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어느 정도의 수 감각을 지닙니다. 이를 흔히 ‘근사적 수 체계(Approximate Number System, ANS)’라고 부릅니다. 두 개의 블록 더미를 잠깐 보여주면, 계산하지 않아도 어느 쪽이 더 블록 수가 많은지 대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유아기부터 나타나는 이 능력은 이후 현실의 수량을 추상적 기호 체계로 번역하고 그 체계를 규칙에 따라 조작하고 인지하는 기호 수학(symbolic math) 능력의 토대가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진은 아동들에게 점 배열(dot array)을 제시하고, 어느 쪽에 점이 더 많은지를 가능한 한 빠르게 판단하도록 요구했습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비교 과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각 정보를 처리하고, 주의를 집중하며, 작업 기억을 유지하고, 충동적인 반응을 억제하는 과정이 동시에 작동합니다. 여기에 더해, 점들의 개수를 구체적 사물에서 분리해 ‘수량’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표상하는 능력까지 동원됩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이러한 인지 과정들이 하나의 단일 능력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구별되는 여러 ‘잠재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행동 자료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한 뇌 활성 데이터 분석을 결합해 밝혀냈다는 데 있습니다.
 
MLD 원인, ‘느림’ 아니라 ‘구조’
 
MLD는 단순히 수학을 못하는 상태와는 다릅니다. MLD 아동은 읽기나 언어 능력, 일반적인 추론 능력에서는 평균 범위의 수행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 이들은 전반적으로 학습 능력이 낮은 아동이라기보다, 수와 관련된 특정 인지 체계에서 선택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연구는 MLD 아동과 일반 발달 아동에게 같은 수량 비교 과제를 제시해 그 차이를 살펴보았습니다. 겉으로 보면 두 집단 모두 점이 더 많은 쪽을 대체로 잘 골랐고, 어떤 조건에서는 정답률 차이도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분석해 보면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두 집합의 점 개수 차이가 작아질수록, 즉 구별하기가 더 어려워질수록 두 집단의 반응 속도와 오류 양상이 서로 달랐습니다. 특히 fMRI로 뇌 활동을 측정한 결과, 수학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자신의 수행을 점검하고 행동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뇌 영역의 활성도가 낮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 영역은 흔히 ‘인지 제어’와 관련된 부위로, 실수를 알아차리고 전략을 바꾸며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과 연결됩니다.
 
수량 처리는 주로 두정엽, 그중에서도 내측 두정구(IPS)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부위는 숫자의 크기를 비교하고 계산을 수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일반 아동은 IPS와 전전두엽의 실행 기능 네트워크가 비교적 효율적으로 함께 작동했습니다. 반면 MLD 아동은 이 두 영역의 연결이 약하거나, 대신 다른 뇌 부위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는 겉으로는 같은 문제를 풀더라도, 뇌가 사용하는 경로가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일부 MLD 아동이 정답은 비교적 잘 맞히면서도 답을 내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이 아이들이 수량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기보다, 그 정보를 꺼내 비교하고 판단하는 과정이 더 힘들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기본적인 수 감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안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더 많은 주의력과 노력이 필요한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계산 과정을 단계적으로 구조화하고 시각적 보조 도구를 활용하는 것은 수량감각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 많이 푸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이번 연구는 수학적 어려움을 보다 정교하게 이해하고 개입 전략을 설계하기 위해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합니다. 우선 수량 감각 자체를 강화하는 훈련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두 집합의 비율을 비교하거나 대략적인 수를 추정하는 활동, 숫자를 직선 위의 위치로 나타내는 시각적 도구인 수직선(number line)을 활용해 수의 크기를 시각적으로 표상하는 연습 등이 도움이 될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또한 계산 과정을 단계적으로 구조화하고 시각적 보조 도구를 활용하는 등 인지 전략을 명시적으로 지도하는 방식 역시 중요한 개입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수학적 어려움은 종종 노력 부족이나 지능 문제로 오해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적어도 일부 경우에 수학적 어려움이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수량 처리와 실행 기능을 연결하는 신경인지적 구조의 차이와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MLD 아동이 능력이 결여된 존재라기보다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행동 자료와 뇌 영상, 잠재 모델 분석을 결합한 접근은 이러한 차이를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하도록 돕고, 교육 현장에서 보다 정밀하고 개별화된 개입 전략을 모색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합니다.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