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의견청취'는 재량인데…강화군, 색동원 핑계로 '학대 보고서' 공개 지연 꼼수
강화군, 색동원에서 '비공개 요청'했다며 보고서 공개 안해
피해자 측 "색동원 의견 청취는 재량 사항…비공개는 부당"
대법원 판례에선 "'제3자 비공개 요청'? 비공개 사유 아냐"
2026-02-11 16:34:08 2026-02-11 16:58:55
[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인천시 강화군이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내 성폭력 의혹을 조사해 놓고도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피의자 측인 색동원에서 보고서 비공개를 요청했다는 이유입니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제3자'가 보고서 등의 비공개를 요청할 경우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색동원의 의견을 수용할지 여부는 지자체의 '재량사항'일뿐이라며, 강화군이 부당하게 공개를 지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도 제3자의 요청은 비공개 사유가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인천 강화군의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에서 제기된 성폭력 의혹 관련 여성 입소자들을 상대로 한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 강간·강제추행 등의 혐의를 받는 시설장 A씨가 4일 서울 중구 서울경찰청 여성대상범죄특별수사팀에서 조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11일 인천시 강화군, 색동원 피해자 측 등에 따르면, 강화군은 지난해 12월 1~2일 우석대 연구팀에 의뢰해 색동원 내 여성 입소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를 진행하고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해당 보고서에는 색동원 입소 여성 장애인 17명 전원과 퇴소자 2명 등 19명의 피해 진술이 담긴 걸로 전해집니다. 
 
그런데 강화군은 해당 보고서를 공개해 달라는 피해자 측 9명의 정보공개 청구에도 '당장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해당 사건의 피의자 측인 색동원이 보고서 비공개를 요청했다는 이유입니다. 박용철 강화군수는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도 "색동원 등이 (보고서) 비공개를 요청했다. 다음달 11일에나 공개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강화군은 색동원의 비공개 요청을 따르는 근거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을 내세웁니다. 정보공개법 제11조엔 "공공기관은 공개 청구된 공개 대상 정보의 전부 또는 일부가 제3자와 관련이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 사실을 제3자에게 지체 없이 통지하여야 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그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라고 규정됐습니다.
 
또 해당법 제21조엔 "제11조에 따라 공개 청구된 사실을 통지받은 제3자는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해당 공공기관에 대하여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지 아니할 것을 요청할 수 있으며, 비공개 요청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이 공개 결정을 할 때에는 공개 결정일과 공개 실시일 사이에 최소한 30일의 간격을 두어야 한다"고 됐습니다.
 
때문에 보고서를 공개하고 싶어도 30일 후에 가능하다는 게 강화군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비공개 기간 중 색동원이 보고서 공개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하게 되면 공개는 더 미뤄질 수 있습니다.
 
반면 피해자 측은 강화군이 정보공개법을 잘못 해석해 부당하게 보고서 공개를 늦추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색동원 피해자 측의 고은영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강화군이 독자적으로 보고서 공개를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인데, 마치 색동원 때문에 공개하지 못하는 것처럼 밝힌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정보공개법 제11조엔 공공기관이 제3자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했지만, 그 여부에 대해선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즉, 제3자 의견의 청취 및 검토는 '의무'가 아니라 해당 기관의 재량에 달린 일이라는 겁니다. 이에 대해 고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도 제3자가 비공개 요청을 했다고 해서 그게 비공개 사유가 되는 건 아니라고 봤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08년 KBS 이사회 의사록 정보공개 청구 판결에서 "제3자의 비공개 요청이 있다는 사유만으로 정보공개법상 정보의 비공개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 측은 해당 보고서가 피해자들의 권리 회복을 위해 공익적 목적으로 작성된 만큼 비공개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정보공개법 제9조에도 '공공기관이 작성하거나 취득한 정보로서 공개하는 것이 공익이나 개인의 권리 구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한해선 비공개 대상에서 제외한다'라고 명시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피해자 측에선 강화군이 색동원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을 감추려고 보고서 공개를 늦추는 것이라고 지적할 정도입니다. 피해자 측의 문제 제기에 대해 강화군 관계자는 "우리도 변호사 자문을 받고 결정한 것"이라며 "보고서에 색동원 내부 내용이 많아 의견 청취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했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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