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 커지는데…정부는 비관세장벽 '엇박자'
'대미 투자'로 관리하던 협상…비관세 전면 부상
USTR 부대표 방한…'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쟁점
2026-02-10 18:00:01 2026-02-10 18:57:21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비관세 장벽을 둘러싸고 관세 재인상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부처별로 다른 메시지가 공개되며 정부 대응의 균열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미국이 제기한 "비관세 선결" 구도가 전면에 부상하면서, 정부 내에서 유지돼 온 '쟁점 분리 전략'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외교부 한마디에…공식 의제된 '비관세 장벽'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0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이하 특별법) 처리 전이라도, 대미 투자 후보 프로젝트를 사전 검토하는 임시 추진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투자 이행이 늦다는 미국 측 문제 제기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특별법 제정·시행에 앞서 투자 이행 의지를 먼저 보여주겠다는 취지입니다. 대외경제장관회의가 임시 컨트롤타워를 맡고, 관계 부처가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이행위원회'를 한시 운영합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재인상 이유로 직접 언급한 사안은 특별법 지연"이라며 "국회가 3월에 특별법을 통과시키면 관세 인상을 유예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김 장관은 "대미 투자, 비관세 장벽, 쿠팡 문제는 각각 분리해 보고 있다"고 못 박았습니다. 비관세 장벽과 쿠팡 문제를 협상의 직접 변수로 키우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발언입니다. 미국의 문제 제기를 '특별법 지연' 하나로 제한해, 관세 인상 명분이 넓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포석입니다. 
 
이날 조치는 정부가 대미 투자 이행을 '별도 관리 대상'으로서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김 장관 전략이 실제 대응으로 이어진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미 백악관도 9일(현지시간) 한국 국회가 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데 대해 "긍정적인 진전(a positive step)"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전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비관세 장벽 협상에서 진척이 없을 경우, 미국은 한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려 한다"며 방미 중이던 지난 4일(현지시각)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USTR)와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실제 미국 측은 투자 이행 지연과 비관세 장벽을 동시에 문제 삼아왔습니다. 다만 이를 우리 측 장관급 인사가 구체적인 발언 형태로 공개한 것은 별도 사안입니다. 비관세 장벽 문제가 공식 협상 의제로 굳어진 셈입니다. 
 
산업부가 관리해온 쟁점의 우선순위가 흐려지면서, 협상 전선은 넓어졌고 미국 요구가 전방위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 부담이 커졌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관리 가능"이라지만…'비관세 전선' 폭풍전야
 
정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비관세 장벽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기존의 판단을 바꿀 만큼 특별한 상황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김 총리는 관세 인상 압박의 직접적 원인을 "대미 투자 프로젝트와 자금 납입 지연"으로 규정하면서도 "여러 사람이 관여하다 보니, 어떤 경우에는 비관세 장벽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관 장관도 "카운터파트너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하고 만나고 왔고, 지금도 계속 대화 중"이라며 "상무부 장관도 '한국에서 입법이 되면 관세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비관세 장벽 관련해서 여러 이슈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그 트랙을 통해서 관리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압박은 점차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리어 USTR 대표는 워싱턴DC에서 조현 장관을 만나, 비관세 장벽 문제를 두고 상기된 상태로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미국 측은 구글 등 빅테크의 고정밀 지도 반출 요구와 관련해, 한국의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글이 지난 5일 국토교통부에 고정밀 지도 반출을 요청하는 보완 서류를 제출한 만큼, 정부는 조만간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구글은 한국 측에 '축척 1대5000' 국가기본도의 반출을 요청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거부해 왔습니다.
 
쿠팡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로 힘을 받은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도 속도 조절에 들어가는 기류입니다. 이날 방한한 릭 스위처 USTR 부대표는 11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만나 비관세 장벽 문제를 핵심 의제로 다룰 전망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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