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신유미 기자]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해 권력형·대형 범죄를 전담하는 독립 수사기구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만들자는 논의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타 수사기관과의 기능 중복부터 '또 다른 권력기관' 탄생에 대한 우려, 불명확한 통제 장치까지 도마에 오른 상태입니다.
특히 검찰 권력 분산을 목적으로 설계됐지만, 조직 구성과 수사 범위가 과거 비판의 대상이었던 '검찰 특수부'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중수청이라는 외형에 맞춰 수사 지형을 개편하려다 보니 경찰 인력이 대거 유출돼 국가 전체의 수사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깊습니다.
지난 8일 서울 광진구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 중인 김선택 고려대 명예교수.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는 지난 8일, 검·경 개혁의 중심에서 경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를 만났습니다. 김 교수는 중수청 신설 논의와 관련해 "조직부터 만들고 구체적인 기능은 나중에 논의하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중수청 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추후 대통령령을 통해 구체적 죄명을 규정, 수사 역량의 선택과 집중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기능을 수행할지 명확히 정하지 않은 채 기구부터 신설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게 김 교수의 시각입니다.
다음은 김선택 교수와의 일문일답
10월 검찰청 폐지에 맞춰 신설될 중수청이 인력 확보와 전문성 측면에서 실질적인 수사 역량을 갖출 수 있다고 보십니까.
사람을 뽑을 때는 왜 뽑습니까. 해야할 일이 있으니까 뽑는 것이죠. 그래야 몇 명인지 정해지겠죠. 일의 분량에 따라서, 일의 성격이나 로드(업무 부담)에 따라 다를 겁니다. 그런데 무슨 일을 할지 정하지 않고서 그 일을 할 조직과 인력, 예산, 시설을 짠다는게 말이 되나요?
중수청 신설이 졸속 처리됐다는 지적인데, 이유가 뭘까요.
정부 입법예고안은 국무총리 손을 거치지 않고 나왔을 리도 없고, 대통령도 안 봤을 리가 없습니다. 정부가 속았는지, 이 정도로 타협한 것인지. 이건 내심이 있다고 봐야죠. 정부는 알고 있어요. 지금 검찰개혁 추진단이 자문위원단을 모두 무시하고 기습적으로 입법예고를 했거든요. 그 기간 동안 내부적으로 다 결재를 했을 테니까요. 총리나 대통령도 그렇고,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그걸 몰랐을 리는 없습니다.
중수청을 만들려고 한 첫 번째 목적을 생각해야 합니다. 검찰을 개혁하고자 하는 개혁파 입장에서는 중수청이라는 조직을 만들어서 수사를 하는 인력을 빼내려는 의도입니다. 검찰청 수사 인력을 담아낼 조직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반면 검찰 출신이나 검사들은 완전히 수사권을 뺏기지 말고 중수청에 상당수 가서 조직을 장악하자고 생각했겠죠. 그럼 지금과 똑같은 시스템이 되는 겁니다.
중수청 수사 인력 3000명 채울 수 있을까요.
*중수청의 규모는 약 3000명 정도로 꾸려질 전망입니다. 그러나 14만명에 달하는 경찰 조직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인원은 0.2%에 불과합니다. '수사사법관'을 일원화하면서 검찰 인력이 중수청으로 이동하는 것도 난망해진 상태입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중수청 인력 확보 방식이 경찰 등 수사 체계를 무너뜨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편집자)
검찰의 수사관 중에 독립적으로 갈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요? 없습니다. 실제 검찰 내에서도 수사 업무 외에 다양한 업무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수사만 한 사람은 2000명이 안 됩니다. 지금 중수청에서 충원하길 바라고 있는 인력은 3000명인데, 이 숫자를 채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중수청 인력 3000명을 채우려면, 3만명 쯤되는 경찰 수사관 중에서 1000명이 넘는 베테랑 수사관들을 데리고 가야 합니다. 그럼 경찰은 어떻게 될까요? 1500명가량을 이동시켜 중수청을 만들면 경찰 수사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경찰서도, 중수청도 바로 돌아가기 힘들어지는 겁니다.
중수청에서 사건을 '고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중수청은 경찰의 수사를 원하면 언제든지 가져갈 수도 있고, 싫으면 돌려줄 수 있습니다. 경찰은 일반 수사는 모두 전담합니다. 그런데 중수청법에는 중수청이 원하면 어떤 수사든 가져다 할 수 있게끔 만들어놨습니다. 그럼 검찰 특수부랑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 됩니다.
중수청이 통제가 안 되면 과거 비판받았던 검찰 특수부보다 심각해지는 것은 아닌가요.
경찰은 수사 통제 장치를 그동안 굉장히 많이 만들어 왔습니다. 그래서 통제가 어느 정도 됩니다. 그리고 수사에 아주 익숙합니다. 그런데 검사의 통제를 받지 않는 검찰 수사관이 와서 중수청을 형성할 텐데,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수사권은 잘 통제해야 됩니다. 아주 절제력 있게 행사돼야 하죠. 만약 권한을 오남용하면 바로 통제가 들어가야 됩니다. 이걸 잘 짜놓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근데 지금 중수청 관련 논의에서는 그 부분 얘기가 너무 없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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