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잇달아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출하 계획을 밝힌 가운데, ‘엔비디아 공급망 탈락설’에 휩싸였던 마이크론이 “HBM4 양산과 고객 출하를 진행 중”이라며 정면 반박에 나섰습니다. 높은 점유율을 앞세운 SK하이닉스의 독주 속에 삼성전자가 추격에 속도를 내고, 마이크론까지 다시 도전장을 내밀면서 차세대 HBM 시장이 ‘삼국지’ 구도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주 매너서스에 위치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제조 공장 입구. (사진=뉴시스)
마이크론이 최근 제기된 기술 열위 논란에 선을 그었습니다. 마크 머피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1일(현지시각) 미국 리서치 기업 울프 리서치의 반도체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이미 HBM4 대량생산에 돌입했고, 고객 출하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공급망 탈락설에 “올해 1분기 HBM4 출하량이 성공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실적 발표 때 언급했던 시점보다 한 분기 빠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실적 발표에서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가 언급한 내용의 연장선으로 풀이됩니다. 당시 메로트라 CEO는 “업계를 선도하는 HBM4를 포함해 2026년 전체 HBM 공급에 대한 가격 및 물량 계약을 완료했다”고 한 바 있습니다.
실제 생산 확대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HBM 제조 핵심 장비인 TC 본더의 공급사인 한미반도체의 곽동신 회장은 지난 11일 ‘세미콘 코리아 2026’ 행사에서 “잘될 것 같다. (마이크론으로부터) 오더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 바 있습니다.
논란의 배경에는 엔비디아의 성능 요구 조건이 있습니다. 앞서 엔비디아는 HBM4의 핀(데이터 전송 통로) 속도를 11Gbps(초당 기가비트) 이상으로 맞춰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해당 요구치를 충족한 반면, 마이크론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며 공급 경쟁에서 밀렸다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에서 마련된 SK하이닉스 부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실물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분석 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엔비디아가 마이크론의 HBM4를 주문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며 3사 간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내 공급망 점유율을 SK하이닉스 70%, 삼성전자 30%, 마이크론 0%로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마이크론이 HBM4 공급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파전 구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7%, 삼성전자 22%, 마이크론 21%로 집계됐습니다.
마이크론은 생산라인(CAPA) 확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 아이다호주와 뉴욕주에 2027년, 2030년 공급을 목표로 공장을 건설 중이며, 대만 파운드리 PSMC의 공장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생산라인을 늘리는 양상입니다. 기술력이 엔비디아 기준에 부합했음에도 생산능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적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결과적으로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이 이미 상당한 수요를 확보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공급 확대에 적극적인 것은 이미 확보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최선의 대비책”이라며 “수요의 성장 속도, 시장 규모에 대해 변동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도 생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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