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켐, 중국 인수에 관계사 보증까지…우발채무 확대에 재무 리스크 부각
597억원 채무보증·지분 담보 동시 제공…우발채무 부담 확대
인수 대상 스다이 스캉 신소재, 3년 연속 적자·자본 여력 약
조건부 거래에 현금흐름·재무 여력 부담 가중
2026-02-03 15:57:37 2026-02-03 16:23:29
[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이차전지용 전해액을 주력으로 생산하며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확장을 추진해온 엔켐(348370)이 해외 인수와 관계회사 차입을 둘러싼 채무보증과 담보 제공을 잇달아 결정하며 재무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재무제표 전반에서는 우발채무 증가와 현금흐름 불안정, 복잡한 거래 구조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 투자자들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3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엔켐은 올해 들어 관계회사에 대한 채무보증을 추가하며 우발채무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엔켐은 1월23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관계회사인 주식회사 이디엘이 100억원을 차입하는 과정에서 120억원 규모의 연대보증을 제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해당 차입은 새만금 K-1 공장 신축 사업과 연계된 관리형 토지신탁 계약 구조에서 이뤄졌으며, 보증 기간은 1월26일부터 2027년 1월25일까지입니다. 자기자본 대비 보증 비율은 2.57%입니다.
 
이와 함께 엔켐은 지난해 말부터 중국 소재 기업 인수와 관련한 대규모 채무보증도 진행 중입니다. 엔켐은 중국에 위치한 스다이 스캉 신소재 유한회사 인수와 관련해 약 597억원 규모의 채무보증 및 동일한 금액에 대한 지분 담보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보증 기간은 지난해 12월23일부터 2028년 2월27일까지로 설정됐습니다.
 
담보 제공 구조도 재무 부담을 키우는 요소로 꼽힙니다. 엔켐은 현금성 자산이 아닌 싱화 암페렉스 지분 49%와 DFD 양푸 신소재 유한회사(DFD 신소재) 지분 15%를 담보로 제공할 예정입니다. 두 회사 모두 중국 이차전지 소재 밸류체인과 연관된 법인으로,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산이라기보다 전략적 이해관계가 얽힌 지분이라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지분 담보는 담보가치가 시장 상황과 기업 실적, 중국 배터리 산업 환경 변화에 따라 크게 변동될 수 있고, 분쟁 발생 시 담보 회수 과정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큽니다.
 
작년 7월 최초 공시된 자회사 듀오콤 인수 과정에서도 매매대금이 여러 차례 정정되며 현금 지급과 기존 차입금 상계가 혼합되는 구조가 반복됐고, 일부 잔금은 지급 시점이 연기되거나 분할 지급으로 변경됐습니다. 또 중앙첨단소재 지분 취득도 현금 지급 없이 전환사채 발행과 주식 대용 납입 구조로 진행됐습니다. 해외 인수와 관계회사 차입, 자회사 투자 전반에서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는 금융기법 중심의 거래 구조가 엔켐의 여러 거래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재무제표를 보면 구조적 부담은 자본과 현금흐름의 구성에서도 드러납니다. 2025년 3분기 말 기준 엔켐의 연결 자본총계는 약 5226억원으로 전년 말 4668억원 대비 증가했습니다. 다만 같은 기간 현금흐름표를 보면,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은 약 168억원으로 유입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투자 집행과 금융거래가 병행되며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24년 말 102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120억원으로 9개월 만에 90%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자본 확대와 현금 보유 추이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에서 재무 구조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손익 부담도 누적되고 있습니다. 엔켐은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손실 49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 변동성과 원가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본업에서의 손실이 확대된 결과입니다. 회사는 상반기에 인식했던 DFD 신소재와의 원자재 거래 약 189억원이 중국 당국의 대금 결제 방식 문제 제기로 3분기에 취소되면서 매출이 조정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인식된 매출이 되돌려지는 과정에서 외형이 급감한 반면,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성격의 비용은 단기간에 축소되기 어려워 손익 악화로 직결됐습니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은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약 814억원 순유출을 기록했습니다. 종속기업·관계기업 투자 취득과 금융자산 취득, 유형자산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며 대규모 현금 유출이 발생한 결과입니다. 영업활동에서 현금이 유입됐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투자 집행으로 인해 현금 보유 규모가 빠르게 축소됐다는 점은 재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자기 전환사채 매도와 관련해서는 거래 조건이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변경됐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엔켐은 지난해 12월부터 1월까지 자기 전환사채 매도 결정과 관련한 주요사항보고서를 여러 차례 정정했습니다. 정정 사유를 보면 매도금액 감액, 매도대금 수령 예정일 연기, 매도대금의 현금 수령과 기존 차입금 상계 방식 조정 등이 이어졌습니다. 또 매도대금 잔금을 현금으로 받는 대신 기존 차입금과 상계 처리하며 거래를 종결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거래 금액과 지급 시기, 지급 방식이 반복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자금 회수 시점과 방식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낮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외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엔켐과 엔켐 미국 법인은 미국 조지아 북부 지방법원에서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 및 영구적 금지명령 소송에 휘말려 있습니다. 청구 금액은 약 381억원 규모로 자기자본 대비 8%를 웃돕니다. 청구 내용에는 손해배상뿐 아니라 전 세계 영구금지명령과 징벌적 손해배상, 변호사 비용까지 포함돼 있어, 결과에 따라 사업 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한 회계 전문가는 "엔켐은 보증 여부를 떠나 본업 자체에서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고, 누적 결손 규모가 6238억원으로 상당한 상태"라며 "재무 여력 측면에서는 부담이 작은 회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인수 대상 회사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습니다. 그는 "스다이 스캉 신소재는 최근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매출 규모도 연도별로 큰 변동을 보인다"며 "자본총계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점을 보면 이미 자본금이 잠식된 결손법인에 가까운 구조로, 재무적으로 안정적인 회사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런 회사에 대해 인수와 동시에 대규모 채무보증과 담보 제공이 이뤄졌다면, 인수 주체 입장에서는 재무 부담을 함께 떠안는 구조가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엔켐 측은 "듀오콤 인수와 중앙첨단소재 지분 취득은 단기적인 재무기법이 아니라 이차전지 밸류체인 확장을 위한 중장기 전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회사 측은 "리튬염 등 핵심 소재 내재화를 목표로 새만금 리튬염 공장과 연계된 합작·인수 구조를 설계했다"고 말했습니다.
 
현금성 자산 감소에 대해서는 업황 요인을 들었습니다. 엔켐 측은 "전방 배터리 산업 전반이 부진한 국면으로, 전해액과 양극재, 배터리 업체 모두 실적이 좋지 않다"며 "재무 부담으로 보일 수 있으나 업계 사이클 속에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수 대상인 스다이 스캉 신소재의 재무 상황보다는 기술 경쟁력을 강조했습니다. 회사 측은 "차세대 전해질인 LiFSI를 생산하는 업체로, 고성능 배터리와 차세대 응용처 확대를 고려하면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서는 "재원산업이 미국 조지아 북부 지방법원에 제기한 소송으로, 법무법인을 선임해 대응 중"이라며 "현재는 절차가 막 시작된 단계"라고 설명했습니다.
 
엔켐 홈페이지 이미지. (이미지=엔켐)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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