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미국 재무부가 경상수지·대미 무역흑자를 이유로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했습니다. 한국은 지난 2024년 11월부터 3회 연속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 중입니다. 미 재무부는 이례적으로 한국의 과도한 원화 약세에 대한 평가도 내놨습니다. 더불어 외환시장 감시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히며, 국민연금과 한국은행 간의 외환 스와프 거래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환율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통상 전략에 핵심 카드로 부상하고 있음이 엿보이는 가운데, 환율 분석도 미국 우선주의 행보가 묻어나옵니다.
한국, 3회 연속 재지정…"무역 상대국 통화 정책 분석 강화"
미 재무부는 29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무역 파트너 국가의 거시경제 및 외환 정책 보고서'를 발표하며 한국을 환율 정책과 거시경제 운용에 대한 추가 점검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환율 관찰대상국 명단에 포함했습니다. 명단에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스위스 등 총 10개 국가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한국은 지난 2016년 4월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가 7년 후인 2023년 11월에 제외됐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둔 2024년 11월 다시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이후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도, 이번 보고서에서도 환율 관찰대상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3회 연속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미국은 2015년 제정된 '무역 촉진법'에 따라 자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경제와 환율 정책을 평가해 일정 기준에 해당할 경우 관찰대상국 또는 심층분석국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평가 기준은 △150억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최소 8개월간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규모가 GDP의 2% 이상인 경우 등 3가지입니다.
3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면 심층분석국으로, 2가지만 해당되면 관찰대상국으로 각각 지정합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심층분석국으로 지정된 국가는 없었습니다. 한국은 △경상수지(GDP 대비 5.9%) △대미 무역 흑자(520억달러) 부문에서 지정 요건을 충족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는 게 미 재무부의 설명입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보고서에서 "재무부는 무역 상대국들이 외환 개입과 비시장적 정책 및 관행을 통해 통화를 조작해 무역에서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이번 보고서를 시작으로 무역 상대국의 통화 정책 및 관행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고 있다"며 "강화된 분석은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의 환율 정책 및 관행에 대한 재무부 평가에 반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례적 '원화 약세 부적절' 평가…국민연금 외화 매수 언급도
이번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원·달러 환율 상승과 관련한 미국의 평가가 포함됐다는 점입니다. 미 재무부는 "2025년 하반기 원화의 추가 약세는 한국의 강한 경제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는데, 앞서 베선트 장관이 지난 14일(현지시간) 한국의 원화 약세에 대해 진단한 것과 일치합니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원화가 일방향 약세로 과도하게 움직인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미국 재무부의 상황 인식을 시사한다"고 짚었습니다.
또 재무부는 외환시장 감시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존의 중앙은행 개입뿐만 아니라 국부펀드나 공적 연기금 등 정부 투자 기구가 외환 시장에 미치는 영향까지 면밀히 분석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한국 부분에서 국민연금과 한국은행 간의 외환 스와프 거래가 외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한국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증가가 국민연금과 한국은행 간의 스와프 라인 가동을 반영했다고 분석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을 방어하는 데 기여했을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통상 환율 관찰대상국 지정은 즉각적인 경제 제재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미국이 해당 국가의 환율 정책과 거시경제 운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환율 정책의 자율성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특히 환율 이슈가 무역·통상 압박과 맞물릴 경우 정책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결정은 환율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통상 전략에서 핵심 카드로 다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주요 교역 상대국의 환율 정책을 지속 감시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미국의 환율 관찰대상국 지정에 대해 "미국 재무부의 평가 기준에 따라 다소 기계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환율보고서에서 미 재무부는 최근 원화 약세가 한국경제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면서 "외환당국이 미 재무부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소통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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