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한국경제호의 생존 앞날이 미국·유럽·북방 변동 '삼각파도' 앞에 놓은 형국입니다. 글로벌 질서를 압박하는 미국의 경제적 헤게모니(Hegemony·패권) 확대와 유럽의 강력한 탄소 장벽을 돌파하고 새로운 북방 전략의 지평을 확대해야 할 '실용주의 북방 전략'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산업 구조상, 자유무역 확대와 글로벌 분업에 기반한 기존 성장 공식은 한계를 향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일 부산 남구 신선대에 컨테이너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사진=뉴시스)
수입 탄소관세, 예상치 못한 부담
산업통상부는 13일 외교부, 기후에너지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기획예산처, 관세청,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 함께 '범부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종합 대응 작업반' 회의를 가동했습니다. 자국우선주의 성향이 한층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경제적 헤게모니 상황에 유럽연합(EU)의 CBAM은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EU는 올해 1월1일부터 CBAM을 본격 시행한 바 있습니다. 이는 철강, 알루미늄 등 대상 품목을 EU로 수출할 때 제품 제조 과정에서 배출한 탄소량에 따라 관세하는 제도입니다. 통상 수입 관세는 수입통관 시점에 부과되는 데 반해, EU CBAM에 따른 '수입 탄소 관세'는 수입통관이 이뤄진 다음해에 부과됩니다.
산업부 측은 "우리 수출기업은 지금 당장 제도 시행에 따른 영향을 체감하지 못할 수 있지만 내년 수입업자의 요구로 예상치 못한 부담을 지게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제도 시행에 대응하려면 유럽으로 대상 품목을 수출하는 기업은 매년 탄소 배출량을 산정, 그 결과를 그다음 해에 검증받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상 품목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수소, 전력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협·단체와 협력해 수출기업이 관련 제도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제도 알리기를 강화할 것"이라며 "또 제도 대응 방법을 보다 상세하게 안내하기 위해 설명회 및 교육·연수 과정 운영을 확대하고 업계가 탄소 배출량을 문제 없이 산정할 수 있도록 관련 지원사업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내년부터는 탄소 배출량 산정 결과에 대한 검증이 시작되는 만큼, 검증 기관을 확보하는 등 국내 대응 체계를 강화해 나갈 예정입니다.
박정성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시행은 우리 수출업계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무역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유럽연합 측과 지속 협의하는 한편, 우리 업계가 제도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이행과 저탄소 생산 체제 구축 등을 빈틈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논의를 통한 지원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제반 준비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EU와 제도 관련 추가 협의를 진행하고 결과도 주기적으로 점검키로 했습니다.
지난해 7월5일 부산항에 대형 컨테이너선이 입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헤게모니 확대
점점 고조되고 있는 미국의 경제적 헤게모니 확대에 대한 우려도 짙습니다. 관세정책의 전략적 무기화를 꺼내든 이후 자본의 '미국 회귀' 가속화에 고삐를 죄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은 미국 대외 경제정책의 경제적 영향 분석을 통해 무역 압박 수단이 상례화되면서 교역국의 구조적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따라 EU·일본 등 유사 입장국과 공조해 대미 협상력을 높이고 주요국의 조세·투자 변화를 분석하는 상시 모니터링 플랫폼을 구축, 민간에 정보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또 한미 협력을 안정적으로 제도화하기 위해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EWS) 고도화, 범정부 경제안보 대화 채널 구축 등 다층적 협력 기반을 확충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사태로 인한 대중국 영향, 미국 개입 의도, 북미 공급망 재편 등의 측면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홍성우 KIEP 아프리카중동·중남미팀장은 북미 공급망 변화에 대응해 중남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중앙아메리카 국가 지원을 대미 수출 확대와 연계하되, 역내 불안정성을 야기할 잠재적 위험 요인에 대한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특히 미국이 우려하는 중남미 내 중국의 다각적 영향력을 고려해 전략적 정보를 확보하고 맞춤형 지원을 통한 미주 대륙 내 공급망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박정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21일 글로벌 질서 변동과 새로운 북방전략에 대해 "러시아와는 인공지능(AI)·우주·바이오 등 첨단기술 분야, 북극항로 등 정책적 및 경제적 수요가 맞물린 물류·인프라 분야 등을 중심으로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래픽=코레일)
"'신유라시아'…전략적 협력 공간으로 재편"
글로벌 질서의 변동은 우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북방 전략인 '신유라시아 전략'은 지난 35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실용과 국익 중심의 투 트랙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분야입니다.
박정호 KIEP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질서 변동과 새로운 북방 전략에 대해 "기존 북방정책을 좀 더 광의의 공간 개념인 신유라시아 전략으로 확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보다 탄력적이고 융합적인 거대 지역권 전략(양자와 다 자, 단기와 중장기)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공급망 안정과 경제안보 차원에서 중국·러시아에 대한 독자적 대응·민간 중심의 1.5트랙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양국의 대표적 싱크탱크가 주도하되, 분야별 전문 인력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한 한·러 전략 대화체(가칭) 구성이 대표적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첨단기술 등 한국의 강점을 활용한 협력 이니셔티브를 통해 우호국 범위를 확장하는 방식입니다. '한-중앙아 협력포럼'을 정상급으로 격상하는 등 다자간 플랫폼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거나 미래 신산업 분야의 협력 기반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등 유라시아를 전략적 협력 공간으로 재편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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