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성매매를 하지 않았음에도 성매매 관련 ‘광고했다’는 이유로 미성년자가 처벌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법무부가 ‘미성년자라도 성매매 광고죄 처벌대상’이라는 취지의 법령해석을 내리면서, 마땅히 보호를 받아야 할 아동·청소년이 수사와 처벌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성매매처벌법 개정연대 대구공동행동이 2022년 5월 10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매매여성 처벌조항을 삭제하고 성산업 관련자를 엄중 처벌하는 등 성착취 구조를 해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5일 전진숙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3월쯤 법무부는 아동·청소년이라도 성매매 광고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의 법령해석 공문을 경찰청에 보냈습니다. 경찰은 이 해석을 근거로 미성년자 성매매 광고 행위에 대해서도 단속과 수사를 이어왔습니다.
현행 청소년성보호법 제38조 제1항은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처벌 예외 조항에는 ‘성을 사는 행위의 상대방이 된 아동·청소년’만 규정됐고, 성매매 광고죄는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법무부는 이 점을 근거로 “제20조(성매매 광고) 위반 행위를 하는 아동·청소년에게까지 (청소년성보호법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은 문리해석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아동·청소년의 성매매 자체는 보호 대상이지만, 광고 행위는 별도의 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법무부의 이런 해석은 경찰 수사 현장에서 곧바로 적용됐습니다.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지난해 12월 법률지원한 사건을 보면, 서울 서대문구의 한 경찰서는 16세 여성청소년을 성매매 광고 혐의로 입건해 수사한 뒤 즉결심판에 넘겼습니다. 이 청소년은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무부의 법령해석에 따라 미성년자 성매매 여성에 대해서도 단속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에서는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성매매 광고죄로 검거되는 청소년들을 보면, 청소년들이 키나 나이, 신체 정보 등이 적힌 게시글을 올리면 경찰이 가격을 묻는 방식으로 접근해 입건된다. 사실상 함정수사”라며 “왜 청소년의 이런 게시글을 광고로 보나, 성매매로 유인하는 성인 성구매자에 대해서는 왜 이런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나”고 지적했습니다. 또 “아동·청소년의 성매매는 보호대상인데, 성매매 전 단계인 광고를 처벌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진숙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아동·청소년이라도 성매매 광고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의 법령해석 공문을 2023년 3월쯤 경찰청으로 보냈다. (출처=전진숙 민주당 의원실)
문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법원 역시 아동·청소년은 성매매 광고죄에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2021년 당시 15세였던 A양은 성매매 광고죄 위반 혐의로 기소돼 수원가정법원에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됐습니다. 법원은 2022년 4월 A양에게 감호위탁 및 단기 보호관찰에 해당하는 보호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십대여성인권센터 등은 "아동·청소년을 광고죄로 처벌하는 것은 잘못된 법 적용"이라며 항고했고, 성매매 광고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신청했습니다.
항고가 제기되자 수원가정법원은 이례적으로 2022년 6월 A양의 행위가 성매매 광고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보호처분을 명한 결정을 취소했습니다. 해당 사건을 전제로 제기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도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각하했습니다.
법무부의 해석이 청소년성보호법의 제정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청소년성보호법은 아동·청소년이 성매매 행위는 물론 광고나 알선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을 전제로 설계된 법”이라며 “성매매 행위만 처벌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는 이유로 광고죄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하고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매매 광고죄는 원래 불법 전단물이나 명함 등을 제작·유포하는 알선 주체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라며 “알선과 유사한 성격 때문에 법정형도 높은데, 그 취지와 이런 부분은 고려하지 않고 아동·청소년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법무부는 현행법상 해당 해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성매매처벌법의 예외 규정에 아동·청소년의 성매매 광고죄가 명시돼 있지 않아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며 “현행 법체계에서는 자기 성매매를 광고하는 경우와 타인의 성매매를 광고하는 경우가 구분돼 있지 않다. 이 상태에서 예외 규정에 아동·청소년의 성매매 광고죄를 포함시킬 경우, 청소년들 사이에서 다른 청소년의 성매매를 강제하고 광고하는 행위까지 처벌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 입법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전진숙 의원은 “청소년성보호법의 본질은 성매매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데 있다”며 “아동·청소년의 자기 광고죄 역시 성매매처벌법 예외조항에 넣을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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