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미·중 패권…멀어지는 북·미 담판
G2 경쟁으로 한반도도 영향권…더 높아진 트럼프·김정은 대화 '문턱'
2026-01-05 17:33:07 2026-01-05 18:35:32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미국이 베네수엘라 공격을 통해 중국에 '간접 경고'를 날렸습니다. 결국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미·중 패권 경쟁이 중남미에서 다시 불붙기 시작했습니다. 미·중 간 경쟁은 앞으로 한반도까지 옮겨 가며 확전할 가능성이 있는데요. 특히 북·미 담판 개최 가능성도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의 대화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고 진단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베네수엘라 태세 전환…중, 일대일로에 타격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국에 공개적으로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미국이 국제법 틀 안에서 베네수엘라와 함께 공동 발전을 지향하는 협력 의제를 중심으로 협력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군사·경제적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베네수엘라 정부도 공개 충돌 대신 협력 메시지로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에 체포된 직후 "우리의 유일한 대통령은 마두로"라며 석방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압박하자 태세 전환에 나선 셈입니다. 미국은 현 마두로 정권의 안정적인 정권교체까지 염두에 두고 당분간 베네수엘라를 직접 통치할 뜻도 밝혔습니다. 미국이 이번 침공에 나선 표면상 이유는 마두로 대통령이 마약 카르텔의 수장으로 지목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 이후 3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석유 회사의 베네수엘라 진출 등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를 제재하는 한편 중국 기업 활동도 제한했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주요 수입원을 차단한 겁니다. 베네수엘라는 에너지와 금융 등 중국의 핵심 지역 중 하나입니다. 베네수엘라는 전 세계 매장량의 약 17%에 달하는 3030억배럴의 석유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하루 90만배럴의 석유를 수출, 중국이 이 중 90%를 수입해왔습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은 중국의 '일대일로'(새로운 실크로드 전략) 정책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중남미 국가들과의 경제 및 기술 협력을 강화해왔습니다. 지난 2017년 이후 현재까지 24개 중남미 국가가 참여해왔습니다. 베네수엘라 사태로 미·중 간 갈등은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고율 관세를 주고받으며 관계가 악화해왔습니다. 갈등 끝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직접 만나 담판을 지으며 관세 유예 조치를 통해 한동안 '휴전'한 바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북, 마두로 체포에 맞춰 '무력시위'…"대미 인식 악화"
 
전문가들 사이에선 주요 2개국(G2) 갈등의 영향이 한반도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미·중 경쟁으로 북·미 담판 개최 가능성까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북·미 대화 가능성 자체는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지만, 구조적으로는 미·중 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번 사태로 미·중 대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고, 오히려 중국이 북한을 더 강하게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동인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트럼프 1기 때보다 대화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베네수엘라 사태로 북한의 대미 인식은 더 악화됐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대화 조건도 전반적으로 더 나빠지고 높아졌다"며 "미국이 (북한의) 조건에 응하지 않는다면 쉽게 대화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이틀 연속 미사일 '무력시위'를 했는데요. 이번 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마두로 대통령 축출 시점과 맞물립니다. 북한은 동시에 미국을 겨냥한 비난 성명도 냈습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4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미국의 불량배적이며 야수적인 본성을 다시 한번 뚜렷이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비난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베네수엘라 사태 이후 북·미 대화의 문턱은 이전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북한이 미국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협상 자체가 오히려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인식이 강화됐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당장 북·미 관계의 판도를 뒤흔들 수준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제기됩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재 북·미 대화의 동력은 북한보다 정상회담 의지를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상황 변화를 지켜보며 유불리를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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