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성매매광고죄 '검거' 80% 여성…성매매처벌법 무색한 '함정수사'
2024년 성매매 광고죄 검거 '여성 345명'…'남성 49명'
전윤정 입법조사관 “광고죄에서 자기 광고는 제외해야”
2026-01-05 17:58:10 2026-01-05 17:58:10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성매매를 광고한 혐의로 검거된 인원 10명 중 8명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경찰이 광고를 보고 성매매 여성에게 접근해 검거하는 이른바 '함정수사' 방식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매매를 근절하고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성매매처벌법 취지와 달리, 실제 수사 현장에서는 여성들만 처벌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2024년 9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성매매방지법 20년 성매매처벌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5일 전진숙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성매매처벌법 광고죄 위반으로 검거된 여성은 234명, 남성은 97명이었습니다. 2024년에는 여성 345명, 남성 49명입니다. 전체 검거 인원 가운데 여성이 70~80%에 달하는 겁니다. 두 성별의 비율을 따져보면, 최근 2년간 여성 검거 인원은 남성의 약 4배에 이릅니다. 
 
그런데 성매매 광고죄에 대한 여성 검거 숫자가 많은 건 이유가 있습니다. 검거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2011~2012년 경찰의 성매매 광고 단속은 성매매 홍보 전단지, 입간판, 현수막 등에 대한 점검하는 게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성매매 산업이 성매매집결지 중심에서 온라인으로 변하면서 채팅 어플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성매매 여성을 단속하는 방법으로 바뀐 겁니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연 '성매매여성 처벌의 현실' 토론회에서 공유한 내용에 따르면, 경찰은 채팅 어플이나 SNS 등으로 '사진 있나요?', '지금 가능할까요? 엄청 가까운뎅 ㅎㅎ', '페이 얼마?, 노콘 15죠' 등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성매매를 유도하고 단속에 나섰습니다.
 
경찰청 관계자도 "과거에는 현장 중심 단속이 이뤄졌지만 집결지가 사라지면서 SNS상 성매매 관련 채팅방에 들어가 단속하는 방식이 늘었다"며 "이 과정에서 광고 행위를 한 여성들이 많이 검거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매매 여성을 검거하고 처벌하는 방식이 성매매 방지법의 제정 취지와 어긋날 뿐 아니라, 성매매 여성들이 폭력이나 불법 촬영 등의 피해를 입고도 처벌을 우려해 신고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지적합니다. 
 
'성매매방지법'으로 통칭되는 성매매처벌법과 성매매피해자보호법은 성매매를 근절하고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보호·지원하자는 취지로 2004년 제정·시행됐습니다. 앞서 2000년과 2002년 군산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감금돼 있던 성매매 여성 18명이 숨진 참사가 입법의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현행 성매매처벌법은 수사 과정에서 성매매 피해자임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성매매 여성 역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광고죄는 원래 성매매 광고 내용을 담은 불법 전단물이나 명함 등을 제작·유포하는 주체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라며 "성매매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1대1 채팅방에서 호객하는 여성들이 광고죄로 검거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현행 성매매 광고죄의 법정형은 성매매 알선죄와 동일하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이는 성매매 행위자(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보다 높은 처벌 수위입니다. 
    
전 조사관은 "성매매는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경제적으로 취약한 여성에 대한 성착취 구조에서 비롯된다"며 "성매매 근절을 위해서는 성매매 여성 처벌이 아니라, 자기광고 처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이 성매매 근절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에서도 문제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앞서 2016년 헌법재판소는 성매매처벌법 위헌법률심판제청사건(2013헌가2)에서 김이수·강일원 재판관이 일부 위헌 의견을 내며 "성판매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여성의 성이 억압되고 착취되는 상황을 악화시키고, 성매매 시장을 음성화하여 오히려 성매매 근절에 장해가 된다"고 밝혔습니다. 
 
전진숙 의원은 "성매매처벌법의 본질은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있다"며 "이제 수사기관은 현장의 여성들을 검거하는 처벌 위주의 방식에서 벗어나, 성매매를 유발하는 알선자와 불법 수익 구조를 뿌리 뽑는 등 구조적 문제 해결 중심으로 법 집행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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