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새해 첫 순방지로 중국과 일본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취임 첫해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비롯해 경주 APEC 개최 등 '외교 정상화'에 나선 이 대통령은 새해 벽두부터 중일 정상과 마주하며 외교 현안 해결에 나섭니다. 특히 중국과의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 기조인 국익 우선 실용외교의 가늠자가 될 전망입니다. 미·중 패권 경쟁을 시작으로 중·일 갈등, 북·중·러 신밀착 등 주제마다 매우 엄중하다는 평가입니다. 전문가들은 "치밀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핵잠부터 대만 문제까지…곳곳 '암초'
1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오는 4~7일 나흘간 일정으로 방중길에 오릅니다. 이번 중국 방문은 국빈 방문 형식으로 이뤄집니다. 이 대통령은 4~6일까지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 국빈 만찬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6~7일엔 상하이를 방문합니다.
한국 정상의 방중은 지난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 이후 약 6년 만입니다. 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지난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처음 만난 뒤 약 두 달여 만에 마주합니다. 한·중 정상은 당시 95분간 회담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양 정상은은 경색된 한·중 관계를 회복하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이 곧 개최될 회담에서 양국의 완전한 관계 회복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핵심 의제는 중국이 반발하는 한국형 핵추진잠수함(핵잠)을 비롯한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 등이 될 전망입니다. 특히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여전한 만큼, 우리로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 외교의 핵심 변수는 한반도 정세"라며 "정부가 선제적 조치를 통한 남북 긴장 완화에 방점을 찍은 만큼, 교착된 남북 관계를 견인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경우에 따라 화약고인 '대만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현재 대만을 둘러싼 미국·일본과 중국의 갈등이 더 심화된 상황인데요. 미국은 대만에 무기 판매, 중국은 대만 포위 훈련에 나서며 G2 사이에선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습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한국을 미·중 경쟁 구도 속 '약한 고리'로 보고, 지속적으로 공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이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일정한 외교적 여지를 열어둔 행보를 보이는 이유"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이후 일본과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일본과의 정상회담은 다섯 번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는 두 번째 만남인데요. 조만간 펼쳐질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의 정상회담에선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가 논의될 전망입니다. 외교가에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전략을 조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현재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 한국 외교력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사' 문제도 지나치기 어려워 보입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내에서도 극우 세력으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다카이치 총리가 소녀상 이전 문제 등을 정상회담 과정에서 언급할 경우 양국의 갈등이 촉발될 수 있습니다.
남아공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11월17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반도 정세, 관건은 북·미 정상회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지난해보다 더 험난해 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4월 중국을 방문할 계획입니다. 미·중 정상의 만남은 올해 최소 네 차례 이뤄질 전망입니다. 이 과정에서 양국 정상은 북·미 대화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미 간 담판이 성사되기 위해선 북한을 대화로 이끌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담판은 '노딜'(거래 불발)로 끝났는데요. 대화 재개를 위해선 북한이 수용 가능한 조건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게 외교가 중론입니다.
북·미 대화 재개는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양 위원은 "한국은 미국을 전략적으로 더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국의) 처신에 따라 '기회의 창'이 열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민한 대응과 함께 (한국의) 국익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국가적 원칙이 흔들려 앞으로 부담으로 돌아오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북·미 대화 개최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미 대화의 최대 변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간선거"라며 "트럼프 패배 시 레임덕 가능성이 큰 만큼 북한으로서는 합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핵무력과 경제 여건을 동시에 개선하고 있는 터라 2018년과 달리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오히려 미국이 더 조급한 국면에서 (북한은) 관망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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