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혼잡통행료로 뉴욕이 빨라졌다
본격 시행 1년의 결과 실증 연구
교통 신뢰성과 예측가능성 개선
2026-01-01 10:40:13 2026-01-01 15:53:37
미국 최초의 본격적인 도심 혼잡통행료(congestion pricing) 제도가 시행된 이후, 뉴욕의 도로 교통 전반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통행료가 부과된 맨해튼 중심부뿐 아니라,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 도로와 통행까지 함께 빨라졌다는 실증 연구 결과가 제시됐습니다.
 
구글 리서치, 스탠퍼드대, 예일대, 미국국립경제연구소(NBER) 연구진이 정밀 분석해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뉴욕시 중심업무지구(CBD) 혼잡통행료가 도시 교통망 전체에 미친 단기 효과’에 따르면, 제도 도입 이후 교통 전반에서 여러 의미 있는 변화가 관찰됐습니다.
 
혼잡통행료 구역 표지판을 설치 공사 중인 미국 뉴욕시. (사진=MTA)
 
통행 빨라지고, 상권 위축 없어
 
2025년 1월5일 도입된 뉴욕 중심업무지구 혼잡통행료 이후, 맨해튼 남부 도로의 평균 주행 속도는 약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행료 도입 이전 시속 11.4㎞이던 평균 속도는 시행 후 6개월 동안 시속 13.2㎞ 수준으로 상승했습니다. 이 속도 개선 효과는 특히 혼잡이 가장 심했던 시간대에서 두드러졌습니다. 평일 오후와 주말 오후 시간대에는 평균 속도가 15~20%까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극심한 정체가 반복되던 구간에서 지연 시간이 줄어들면서, 교통 흐름의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된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를 단순한 평균 속도 상승이 아니라, ‘극단적인 지연 구간이 줄어드는 구조적 변화’로 해석했습니다. 교통의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이 함께 개선됐다는 분석입니다.
 
혼잡통행료 도입을 둘러싼 주요 우려 중 하나는 도심 상권 위축 가능성이었습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이런 우려가 통계적으로 뚜렷한 근거를 갖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심업무지구 내 식당과 소매점의 신용·체크카드 결제 건수와 소비 금액에서는 유의미한 감소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 GPS 데이터를 활용한 보행 유동 인구 분석에서도 방문 감소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한편 대기질 측면에서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차량 속도 개선과 연료 효율 증가는 확인됐으나, 미국의 엄격한 배출 기준 하에서는 단기적인 대기질 변화가 제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행구역 밖 교통개선 효과도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결과는 혼잡통행료 시행 구역 밖에서 나타난 효과입니다. 중심업무지구와 연결성이 높은 도로, 즉 링컨 터널과 홀랜드 터널 등 주요 진입로에서는 평균 속도가 13.5% 이상 증가했습니다. 더 나아가 중심업무지구와 직접적인 연관이 거의 없는 외곽 도로에서도 평균 1~2% 수준의 속도 개선 효과가 관찰됐습니다. 이는 혼잡통행료가 교통을 다른 지역으로 단순히 전가한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차량 통행량 자체를 줄였음을 시사합니다. 연구진은 “대체 도로에서의 혼잡 악화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교통 네트워크 전반에서 속도가 개선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교통 속도 개선이 운전자 후생에 미친 영향을 정량적으로 추정했습니다. 그 결과 중심업무지구에 진입하는 차량은 평균 3.1분의 이동 시간을 절약했지만, 평균 7.9달러의 통행료를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경우 이동 시간의 가치(Value of Travel Time)가 매우 높은 운전자에게만 순이익이 발생합니다. 반면 중심업무지구 외부 통행은 요금을 내지 않으면서 평균 11초가량의 시간 절약 효과를 얻었습니다. 개별 통행 기준으로는 미미해 보일 수 있으나, 통행량이 매우 많아 누적 효과는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됐습니다. 이를 종합한 결과, 혼잡통행료로 인한 뉴욕 운전자의 후생 증가는 주당 최소 143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는 통행료 수입의 재투자 효과나 환경 편익을 제외한 보수적인 추정치입니다. 연구진은 “혼잡통행료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요금을 내지 않는 다수의 운전자”라고 평가했습니다.
 
혼잡통행료가 저소득층이나 특정 지역에 불리하게 작용했는지를 분석한 결과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소득 하위 지역의 도로에서도 속도 개선 효과는 상위 지역과 유사하거나 오히려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뉴저지, 브롱크스, 롱아일랜드 등 맨해튼 외곽 지역에서도 중심업무지구 접근 통행 속도는 5~10%가량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통 개선 효과가 특정 계층이나 특정 지역에만 집중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25년 1월부터 시행된 뉴욕 맨해튼의 혼잡통행료 구역. (사진=뉴욕시)
 
이번 연구는 혼잡통행료가 지닌 정치경제적 딜레마도 함께 보여줍니다. 혼잡통행료는 요금을 부담하는 소수의 운전자에게는 분명한 비용으로 인식되지만, 요금을 내지 않는 다수의 운전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작고 분산돼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혼잡통행료는 도시 전체가 부담해 온 교통 정체라는 외부비용을 줄이고, 그 혜택을 광범위하게 확산시키는 정책 수단으로 기능한다는 점이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수입은 대중교통 개선에 사용
 
뉴욕의 혼잡통행료 수입은 뉴욕주법에 따라 전액 대중교통 개선에 사용됩니다. 공영제로 운영되는 뉴욕의 지하철·버스 운영기관인 메트로폴리탄교통국(MTA)에 귀속되며, 일반 재정으로 전용될 수 없도록 엄격히 제한돼 있습니다. 해당 재원은 도로 확장이나 자동차 인프라가 아니라, 지하철 현대화와 전기버스 도입 확대, 장애인 접근성 개선 등 대중교통 자본 투자에만 사용됩니다. 승용차 혼잡에서 발생한 비용을 도시 대중교통의 미래에 재투자하는 구조인 셈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뉴욕의 혼잡통행료는 단순한 교통 규제를 넘어, 교통·기후·재정 정책이 결합된 구조적 개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물론 뉴욕에서 나타난 혼잡통행료의 파급 효과가 다른 도시에서도 동일하게 재현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대중교통 여건과 통행 패턴, 운전자 반응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뉴욕의 사례는 혼잡통행료가 단순한 비용 부과를 넘어 도시 교통망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강력한 정책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교통 체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 주요 대도시들에게 지속가능한 도시 관리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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