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국경 없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를 맞아, K-콘텐츠는 글로벌 OTT를 토대로 도시의 공간과 일상, 소비 경험까지 재구성하며 새로운 문화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콘텐츠 유통을 넘어 경험의 설계자로 진화한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K-컬처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이 같은 확장 뒤에는 핵심 지식재산(IP) 주도권이 해외 플랫폼에 집중되고 있다는 구조적 한계도 함께 지적되고 있습니다.
23일 서울 성수 앤더슨씨에서 열린 넷플릭스 인사이트 행사에서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는 OTT가 도시와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키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유 교수는 "과거에는 도시를 경험하려면 직접 가서 살거나 여행해야 했지만, 이제는 콘텐츠를 통해 먼저 도시를 경험하고 이후 실제 방문과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넷플릭스는 이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구현한 플랫폼"이라고 말했습니다.
23일 오후 성수에서 열린 2025 넷플릭스 연말 기자 송년회에서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이 같은 변화는 콘텐츠 소비를 넘어 관광과 체험 산업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외래 관광객이 한국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로 '한류 콘텐츠를 접한 이후'라는 응답이 39.6%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글로벌 이용자에게 K-콘텐츠가 더 이상 하나의 외국 콘텐츠가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이해하는 출발점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개 이후에는 콘텐츠의 배경이 된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했습니다. 지난 7월 한 달간 서울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136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국립중앙박물관 방문과 전통 체험 등 연계 소비도 함께 늘었습니다.
넷플릭스 효과의 이면에서는 구조적 한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OTT 생태계 관련 토론회에서는 넷플릭스 중심의 시장 구조 속에서 국내 산업의 IP 주도권 상실과 제작비 급등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습니다. 유건식 성균관대 교수는 "글로벌 OTT는 공격적 투자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다"며 "국내 사업자가 단순 제작 파트너에 머물 경우 산업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권호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 박사는 국내 OTT 생태계를 외형은 성장했지만 내실이 약한 구조로 진단하며 "IP가 산업 내부에 축적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 역시 "제작 단계에서는 구원자처럼 보이지만, 생태계 전체에서는 지배적 존재가 될 수 있다"며 IP 중심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넷플릭스의 국내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K-콘텐츠 산업 전반의 구조적 균형을 다시 점검할 필요성도 제기되는 건데요. OTT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를 매개체로 K-콘텐츠가 세계로 확장되면서 K-컬처의 가능성을 크게 키운 것은 분명하다"며 "이제는 성장의 성과가 산업 안에 축적될 수 있도록 IP 확보와 공정한 수익 구조를 포함한 지속 가능한 생태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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