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12·3 불법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씨가 탄핵, 대통령직에서 파면되는 과정에서 윤씨를 적극적으로 변호해 여당의 유력 대권주자로까지 발돋움 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1980년대는 군사정권에 맞서 노동운동가로 활약한 이력이 있습니다. 2000년대 중후반 경기도지사로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를 구상한 행정가의 면모도 있습니다. 특히 여타 보수 정치인들과 달리 비리나 재산 문제에서도 흠결이 적습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에겐 막말이라는 아킬레스건이 있습니다. 단순한 막말이 아닙니다. 헌법과 법치를 부정하고, 낙후된 성인식을 반영하며,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노동계를 비하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의 막말은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국정운영 능력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뉴스토마토>는 김 전 장관의 막말을 모아서 구체적인 문제점을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2019년 12월 국회 경내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 국회를 향해 "날치기 국회, 빨갱이 국회, 기생충 국회"라고 칭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김 전 장관은 당시 지지자들에게 '빨갱이 기생충'을 쳐부수자는 취지의 선동 발언도 했습니다. 기생충이란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공수처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을 패스트트랙(신속안건추진 제도)으로 추진하던 민주당 의원들을 지칭한 걸로 해석됩니다.
김 전 장관은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이들을 '물리쳐야 할 대상'으로 간주한 겁니다. 야당을 '범죄자 집단 소굴'이라고 표현하고, 12·3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한 내란수괴 윤석열씨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김 전 장관은 여당의 대선 후보로 발돋움할 목적으로 극우적 색채를 애써 감추고 있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드러나고 있는 김 전 장의 극우 발언 등은 선거 내내 자신이 넘어서야 할 벽이 될 걸로 보입니다.
우리공화당 지지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2019년 12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공수처법 반대', '연동형 비례대표제 반대' 등이 적힌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22일 <뉴스토마토>는 윤석열씨와 데칼코마니 같은 김 전 장관의 극우 발언들을 모아 봤습니다.
김 전 장관은 12·3 불법 비상계엄을 겪으면서 유력 대권주자로 발돋움했습니다. 같은달 11일 민주당은 국회에서 비상계엄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를 열고 국무위원들에게 불법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당시 김 전 장관은 끝내 고개를 숙이지 않은 게 극우세력의 적잖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 장관의 '빨갱이 기생충' 발언은 2019년 12월16일 국회에서 나왔습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개최했고, 김 전 장관과 극우 보수세력들은 국회를 점거하다시피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장관은 "날치기 국회, 빨갱이 국회, 기생충 국회"라며 "여러분이 점령하시고 국회의 주인이 된 날이다. 빨갱이 기생충들을 쳐부수기 위해 오셨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경찰과 국회 사무처는 김 전 장관을 비롯한 시위세력에 각 퇴거를 요청하고 해산을 명령했지만, 김 전 장관은 이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21년 10월 미신고 집회 주최자인 김 전 장관에게 퇴거불응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 처분을 내렸습니다.
김 전 장관의 '빨갱이 기생충' 발언은 특정 현장에서 나온 실언이 아닙니다. 김 장관은 2019년 보수 원로, 보수 학자들과 공동집필한 <대한민국 파괴되고 있는가>라는 책에서 "제가 50년 간 겪어왔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대한민국은 이미 종북 주사파와 좌파 연합에 넘어갔다고 판단된다"며 "주사파가 대한민국의 권력을 잡았고,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있다"고 궤변을 이어갔습니다. 김 전 장관은 책에서 2017년 무렵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며 열린 태극기 집회를 두고선 '처음으로 실행된 자발적 애국 대중운동'이라고까지 칭했습니다.
김 전 장관의 이런 인식은 신념에 가깝습니다. 2022년 10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신분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선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칭했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문 전 대통령은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했다"며 "신영복을 제일 존경한다면 확실하게 김일성주의자"라고 답했습니다. 당시 그는 야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국감장에서 퇴장했지만 고용부 장관으로 지명된 뒤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김 전 장관의 극우적 발언과 행동은 불법 비상계엄을 일으킨 윤씨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윤씨도 자신의 생각과 다른 정치세력을 종북세력으로 규정, 척결 대상으로 취급했습니다. 이는 불법 비상계엄의 발단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지난해 12월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국무위원들이 비상계엄사태 관련해 대국민 사과할때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자리에 앉아있다. (사진=뉴시스)
윤씨는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서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저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 계엄을 선포한다"고 했습니다.
보수 원로격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자신의 저서 <대통령의 자격: 문제는 대통령 당선 이후의 통치력이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이 공유했던 그러한 '반민주주의'적인 파행적 인식은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정치·행정 활동조차 '적'으로 규정하는 계엄령 포고문으로 폭주하게 됐다"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현재 김 전 장관은 여권 대선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해 '중도층'을 확보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과거의 막말을 일삼던 자신과 거리를 두는 겁니다. 실제로 김 전 장관은 지난 13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지금도 과거 장외 집회 때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냐고 묻는다면 ‘(생각이) 그대로라면 거기 있지 여기 있겠느냐’고 답하겠다. 사람은 변화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10일 출마선언에서는 "민중민주주의 깃발 아래 친북, 반미, 반중, 반기업 정책만을 고집하며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나라의 근간을 뒤흔드는 세력이 우리 사회에 아직도 잔존하고 있다"며 "체제 전쟁을 벌이며 국가 정체성을 무너뜨리려는 세력에는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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