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파노라마)'단순참석'이냐 '정교유착'이냐…통일교 사태 '합법과 불법'의 경계
윤영호 진술로 시작된 '통일교 게이트' 확산
정치권, 통일교 주최 행사 '축사 참여'로 공방
통일교 행사 참여했단 이유로 유착 의혹 제기
수사 핵심은 금품 수수 사실 확인·대가성 입증
2025-12-17 18:31:53 2025-12-17 18:31:53
[뉴스토마토 강예슬·유근윤 기자] 김건희특검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정치인이 수년전 통일교 행사에 참석한 사실만 드러나도, 통일교와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는 판입니다. 최근 논란이 된 건 정원오 성동구청장 사례입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정 구청장이 2017년 통일교가 주최한 지역 행사에 참여한 것을 두고 "구청장 3선을 하는 동안 통일교 도움을 받은 사실이 없는지"라며 의혹을 제기했고, 정 구청장은 "통일교로부터 그 어떤 지원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여야 정치인 모두 종교단체로부터 청탁이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있다면, 법에 따라 엄격히 처벌돼야 합니다. 불법적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유권자의 표를 쫓는 정치인들에게 종교 행사에 하는 건 뿌리칠 수 없는 득표활동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통일교가 주최하는 행사를 찾았다는 이유만으로 통일교와 유착했다는 의혹을 쏟아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은 지난 8월 윤영호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이 김건희특검에 제출한 진술서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그의 진술에 따르면 전재수 전 장관은 2018년 8월 무렵 통일교로부터 고가의 시계 2점과 현금 4000만원 등을 받았습니다.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과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도 2020년 4월쯤 정치자금으로 수수한 의혹을 받습니다. 
 
경찰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바탕으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임종성 전 의원, 김 전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또는 뇌물 혐의로 입건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받은 부정한 금품이 무엇인지, 언제 금품을 수수했는지는 수사를 통해 명확히 밝혀질 걸로 보입니다. 
 
구체적 정황, 증거 없이 의혹제기
 
문제는 구체적 진술이나 정황 증거가 없거나 부족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통일교 행사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통일교 유착 의혹을 제기하는 경우입니다. 
 
안철수 의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17년 6월27일, 통일교는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통일교 본부교구 성동구 전진대회 행사에 참석했다'라는 사실을 알렸다"며 "구청장 3선을 하는 동안 통일교 도움을 받은 사실은 없는지, 2017년 6월 말 이후 통일교와 관계를 단절하고, 각종 선거에서 조직적, 정치적 지원을 받지 않았음을 확언할 수 있냐"라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정 구청장은 그날 "해당 행사는 관내에서 개최돼 지역 주민들이 참여한 공개 행사로,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며 "통일교로부터 그 어떤 지원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정 구청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통일교 행사에 참여해 발언한 것만을 가지고 문제를 삼을 순 없습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통일교와 유착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통일교가 설립한 국제 비정부단체(NGO) 천주평화연합(UPF)이 2021년 주최한 '신통일한국을 위한 THINK TANK 2022 희망전진대회', 2022년 열린 '한반도 평화서밋 100만 구국구세 희망전진대회'에 영상 축사를 보냈다는 이유입니다.  
 
익명의 변호사는 "통일교가 어떤 불법적인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순수한 종교 행사에 참여한 것을 가지고는 문제를 삼기는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마치 통일교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면 통일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하고, 어떤 대가를 수수했을 것이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4월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IAPP) 총회에서 정동영 민주당 의원(왼쪽),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천주평화연합, UPF)
 
 
통일교 주최 행사 참여 정치인 수두룩
 
실제 통일교의 UPF이 2017년 만든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IAPP) 행사에 참여해 발언을 한 이들로는 정세균 전 총리(당시엔 국회의장 신분), 원유철 전 자유한국당 의원(당시엔 현역) 등 다양합니다. 
 
통일교 측 설명을 종합하면 IAPP는 세계 평화를 위해서 세계 국회의원들이 평화를 의논하자는 취지로 만든 단체입니다. 비단 우리나라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국회의원이 참석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IAPP는 올해 4월에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총회를 열고 '월드서밋 2025 평화선언' 채택했습니다. 당시에는 정동영 민주당 의원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해 환영사까지 했습니다. 정 의원은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이후엔 통일부 장관에 취임했습니다. 
 
"수사 핵심은 금품 수수·대가성 입증"
 
경찰 수사의 핵심은 먼저 통일교가 이들에게 금품을 건넨 사실과 그에 대한 대가성 여부 입증입니다. 정치자금법에서 정한 방식이 아닌 형태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은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만약 금품이 청탁을 대가로 오갔다면, 뇌물죄를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의혹이 제기되는 것처럼 통일교가 전 전 장관에게 '한일 해저터널' 사업을 청탁하기 위해 금품을 건넨 게 입증된다면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정치인들이 돈을 받았는지, 청탁을 받았는지가 쟁점이 돼야 하는데 '통일교 주최 행사에서 축사를 하지 않았느냐'라는 게 쟁점이 되고 있다"며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데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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