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7000 코앞인데 은행 과징금 공포
지수 반등으로 추정 손실 절반 줄어
자율배상 등 판매사 사후노력 참작 기대
2024-05-23 06:00:00 2024-05-23 08:19:12
 
[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홍콩 H지수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H지수 주가연계증권(홍콩ELS) 배상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온 은행권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대다수 은행은 H지수가 7000선을 유지한다면 8월 이후에는 손실이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1분기 적립한 자율배상 관련 충당부채 환입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까지 기대되고 있습니다. 다만 ELS 상품 불완전판매에 따른 과징금 제재에 대한 공포는 여전합니다. 
 
H지수 7000선 넘으면 손실 급감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홍콩 H지수 종가는 6820.97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한 20일(6964.99)보다 다소 낮지만 연저점을 기록한 지난 1월22일(5001.95)과 비교해 36.4% 상승했습니다. 홍콩 H지수는 2021년 2월19일 12106.77로 고점을 찍은 후 하락세를 거듭해왔습니다.
 
H지수 반등의 원인으로는 중국 정부가 지난달 13일 공개한 중국판 밸류업 프로그램 '신(新) 국9조'와 중국의 부동산 부양정책이 꼽힙니다. 신 국9조는 중국의 자본시장 부양책으로, 상장 기업의 주주 환원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마련됐습니다. 배당이 저조한 기업을 특별관리종목으로 지정하는 등 페널티를 준다는 점에서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보다 강제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H지수가 7000선에 근접함에 따라 은행권의 홍콩 H지수 ELS 손실 배상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ELS 상품은 주가지수 향방에 따라 손실액이 확정됩니다. 만기 때 지수가 가입 당시의 65~70% 이상이 돼야 원금을 보전할 수 있습니다. 2021년 상반기 당시 H지수는 1만~1만2000선입니다. 따라서 당시 지수의 70% 가량인 7000을 돌파하면 예상 손실 규모는 크게 감소합니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6개 은행의 H지수가 7000선을 돌파할 경우 하반기 예상 손실액은 439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수가 6500선일때 추정된 손실액 7992억원의 절반 가량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대다수 은행은 H지수가 7000선을 유지한다면 8월 이후에는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중국 내수 부양책의 효과에 따라 H지수가 최대 75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2년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회복한다면 홍콩 H지수는 7500포인트까지 단순 계산이 가능하다"고 평가했습니다. H지수가 7500선을 돌파한다면 7월 만기 금액부터는 손실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물론 H지수 7000 이상이 과매수 영역에 해당되며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의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홍콩 주식시장의 추가적인 상승 모멘텀이 확보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 강화와 본토 자금의 유동성 유입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기관·제재 과징금 7월부터 논의
 
은행들은 ELS 손실 배상에 대비해 1분기에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손실 규모가 감소함에 따라 실제 지출할 배상금 총액이 줄어들면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배상 부담이 덜어진 것과 별개로 금융감독원이 각 은행의 ELS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있었다고 판단한 만큼, 과징금 공포는 여전합니다. 과징금은 고객 손실 여부가 아닌 위반사항의 내용과 정도 등에 의해 결정됩니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은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홍콩 H지수 ELS 손실 대표사례 5건을 선정해 배상 비율을 30~65%로 결정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금감원은 대표사례 5건 모두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5개 은행 모두 투자위험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본 것입니다. 국민·농협·SC제일은행의 경우 적합성 원칙 위반이 추가로 지적됐습니다. 적합성 원칙은 금융사가 파악한 투자자 특성에 부적합한 투자 권유를 금지하는 원칙입니다.
 
금융소비자법에 따르면 위반행위와 관련된 계약으로 얻은 수입 등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금소법은 2021년 3월25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에 2021년 3월25일 이전 판매분은 금소법 적용대상이 아닙니다. 과징금 대상에 해당하는 판매분은 약 17조1000억원입니다. 산술적으로 최대 50%인 8조5500억원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한 셈입니다. 특히 과징금은 이익이 아닌 판매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금감원의 배상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은행들은 자율배상 협의 절차를 속도감있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자율배상을 제재 감경 요소로 고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금소법 시행령에는 위반 행위로 발생한 피해의 배상 정도에 따라 과징금을 감경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정확한 과징금 액수가 정해질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금감원은 현재 홍콩 H지수 ELS를 판매한 5개 은행(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이 제출한 의견진술서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지난달 금감원은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했던 현장검사 결과가 담긴 검사의견서를 각 은행에 발송했고, 금융사들은 이에 대한 소명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의견서는 금감원이 지적한 불완전판매행위에 대한 사례별 소명을 담고 있으며, 내용이 방대해 검토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당국은 빨라야 7월에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홍콩 H지수가 상승하면서 은행권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홍콩 H지수 ELS 피해자들의 시위 모습. (사진=연합뉴스)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