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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임원 마이바흐'…최창원, 방만 경영에 '경계령'
사업 재편 고민의 정점은 'SK온'
최 의장 6시30분부터 보고 받아…'돈 먹는 하마' SK온에 7조원 넘게 투입중
2024-04-01 06:00:00 2024-04-01 09:50:03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사업 재편'이라는 특명을 부여받은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계열사의 방만 경영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SK는 무리한 지분투자로 자금 조달 문제가 불거지면서 경영 허리띠를 죄는 등 사업 효율성 제고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최 의장은 이 과정에서 그룹의 돈이 줄줄 새나가거나 비용을 낭비하는 여러 정황을 인지하고 진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업 재편 고민의 정점은 배터리 계열사인 'SK온'으로 모아집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연초부터 비상경영에 돌입했습니다. 그룹을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최태원 회장은 사촌 동생인 최창원 의장을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 의장으로 전면 배치했습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사진=연합뉴스)
 
최 의장은 등판 후 그룹의 사업 재편 방안을 중심으로 투자 손실, 방만 경영, 기강 해이 등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SK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 의장이 수펙스 의장으로 와서 들여다보니, 회사 사정이 어려운데 일부 임원이 호화 외제차인 마이바흐를 타고 다니는 경우를 보게 됐다"면서 "일부는 최태원 회장의 귀를 가려 '사업이 잘 될 것'이라며 무리한 투자를 한 정황이 드러나 최 의장이 격노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간 세계가전전시회(CES)를 계열사별로 20명씩 줄줄이 대동하고 가는 등의 불필요한 낭비 사례가 지적됐다"며 "SK가 가전행사에 이렇게 대규모 인원이 갈 필요 있느냐는 내부 질책이 이어진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사업 재편과 그룹 내 위기 돌파라는 중책을 맡은 최 의장은 오전 4시에 일어나 6시30분부터 보고를 받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최 의장이 이른 시간부터 보고를 받으면서 임원들도 덩달아 바빠졌다는 후문입니다.
 
서울 종로구 SK본사 주변 모습.(사진=연합뉴스)
 
효율적인 사업 재편을 꾀하고 있는 최 의장이 가장 고심하는 계열사는 SK온으로 파악됐습니다. 내부에서도 SK온의 사업 방향을 어떻게 가져갈지가 과제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막대한 투자를 한 SK온의 배터리 사업은 중국의 점유율이 커지는 상황에서 언제 수익이 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이제와 SK온의 사업을 정리하면 그동안 투자한 자금을 손해 보기 때문에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못한다는 내부 고심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후발주자인 SK온은 아직까지 흑자전환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급성장하던 전기차 시장이 둔화세를 보이면서 실적 반등 시기가 요원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내부의 불만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에서 돈을 빼서 SK온에 투자하는 구조니 '언제까지 희생해야 하느냐', '돈 먹는 하마'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SK온은 올해에만 설비투자에 7조5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지난해에도 공장설립과 연구개발(R&D) 등을 위해 7조원을 투입한 바 있습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정유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자금을 SK온 설비투자에 쏟아 붓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나지 않는 상태입니다. 
 
지난해까지 SK이노베이션의 총괄사장을 맡았던 김준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주주총회에서 자회사 SK온의 기업공개(IPO)에 대해 "SK온의 성과가 궤도에 오르는 것이 전제조건"이라며 "SK온의 가치를 가장 많이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 부회장은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면서 약속한 IPO 시점이 2026년 말"이라며 "다만 상황에 따라서 1년 내지 2년 정도는 투자자들과 협의해 상장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늦어도 2028년 이전에는 상장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2026년 이전이라도 시장에서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면 조속히 IPO를 하는 것이 맞고, 그 부분이 SK이노베이션 주주 가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선 SK가 비주력 사업은 줄이고 SK온에 집중하는 구조로 갈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SK온은 오는 2025년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각각 86기가와트시(GWh), 43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현대차그룹과는 조지아주에 35GWh 규모 공장을 준공할 예정입니다. 
 
SK는 최 의장 주도의 그룹 체질개선 프로젝트를 본격적인 사업구조 재편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데 대해선 경계감을 표하고 있습니다. 앞서 장동현 부회장은 "사업들을 정리한다는 건 과장된 표현"이라며 "파이낸셜 스토리를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이라고 일축한 바 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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