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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좋은 법' 운동 첫번째는 '반려동물 공공의료보험'
2024-04-01 06:00:00 2024-04-01 06:00:00
'좋은 법(法)' 운동의 첫번째 테마를 '반려동물 공공의료보험 도입'으로 하자고 자문위원들이 결의를 했습니다. 현재까지 제안된 열댓개의 좋은 법 테마 중에 제일 먼저 꼽힌 이유는 폭 넓은 국민적 지지와 참여가 있을 것은 물론이고 22대 국회와 3년차 윤석열정부의 민생 정치의 시금석이 돼야 한다는 뜻도 실려있습니다. 
 
또한 서민과 청년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1500만 반려인의 생활비용은 낮추고 가처분소득을 높여줘서 민생을 돌보는 일이 모름지기 공공(公共) 영역이고 그것이 곧 국가의 기본 임무이기 때문입니다.  
 
예산 문제 등으로 난항이 예상되면 법과 제도는 마련하고 후속해서 할 수 있는 항목부터 시행하자는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정상적인 일 처리이지 아예 논의를 회피하거나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배임으로 간주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반려동물 공공의료보험 법제화의 목표는 의료비가 '너무 비싸기도 비싸고 병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인 상황'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정부와 국회 동향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로서 의료비 소득공제와 진료항목 표준화 및 표준수가제 도입이 채택됐는데 2년 지나도록 뭘하고 있었는지 귀에 들리는 뉴스가 전혀 없습니다. 
 
찾아보니까 소득공제는 어디 갔는지 찾을 수가 없고 진료항목 표준화 및 표준수가제는 농식품부 용역만 내리 2년 동안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용역의 결과가 수의사 제도로서 활용될 수는 없고 수의사 교육용 교재로만 활용하겠다는 황당한 말만 하고 있다는 보도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떠벌이기는 왕창! 내실은 허당!'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 수준입니다. 
 
국회 동향은 21대 국회에서 총 14명의 의원이 반려동물 의료비 절감을 위해서 수의사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법안을 발의했는데 폐기된 것이 대부분이고 몇개 남지않은 법안도 다 끝난 21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될 공산이 큽니다.
 
특이한 점은 법안 발의한 의원들은 소관 상임위인 농해수위 의원은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반려인이 절대적으로 많은 도시지역 출신 의원들이 관련 법안 발의를 많이 하는 반면, 정작 법안 심사를 하는 소관 상임위인 농해수위 의원들은 농어촌 지역 출신으로 구성돼 있어 주된 관심사가 못 되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추론되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은 공적 보험 근거 마련을 하자는 법안 발의입니다.  
 
일련의 사태가 이렇다해도 며칠 남지않은 22대 총선에서 어떤 정당이든 공약으로 반려동물 공공의료보험 도입을 넣으면 혁혁한 표를 받을 것이라고 장담해봅니다. 반려동물 공공의료보험 '법과 제도' 도입이라는 큰 원칙을 세우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런데 논의와 추진 방향이 '하자'는 쪽이 아니라 '하지말자'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고 지적할 수 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그런 정황들은 이렇습니다. 민간 펫보험이 발달하면 저절로 공공성 있는 의료보험이 다가올 것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민간펫보험 활성화가 마치 공적 보험인 양 눈가리고 아웅하는 경향이 매우 짙습니다. 또한 독일에서 시행하고 있는, 반려동물 등록하고 보유세를 납부하면 의료혜택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조세저항만 불러일으킬 뿐입니다. 
 
더구나 반려동물 공공의료보험 제도는 해외에서 시행하는 나라가 없어서 벤치마킹할 곳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선진국 사대주의에 또 빠져들고 있는 것입니다. 반려인이 1500만명이고 수의사 양성도 잘 되고 있는 한국에서 우리가 앞서서 하면 그곳이 선진국이지 어디 다른 곳에 선진국이 별도로 있어야 되겠습니까? 그러한 논리가 혹여 공공보다는 민간을 좋아하는 논자들이 자신을 둘러싼 비즈니스 이해관계를 마치 윈윈하듯이 포장하는 것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언제부턴가 반려동물 공공의료보험 도입을 주장하면 시기상조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고 핍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사람 건강보험제도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잘 돼 있다고 다른 나라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과거 박정희정부 시기에 시행하자는 정치적 결단이 있어서 법제화됐고 그후 직장·지역 통합의료보험 제도도 김대중정부에서 정무적 결단을 해 법률이 제정됏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예산문제 등 하지 못할 이유는 수십가지였지만 정치정무적 결단을 먼저하고 뚫고 헤치고 나와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도입하자는 큰 원칙을 우선 세우고 나서 모든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방향이 잡혀있지 않으면서 미주알고주알 이해관계만 따지고 있으면 화장술이 뛰어난 장사꾼들이 설치게 되고 그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선(先)결단 후(後)논의'의 원칙으로 로드맵을 그려나가는 것이 올바른 길입니다.
 
하여, 정부는 국무총리 산하에 반려동물 공공의료보험제 도입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농식품부, 금융위, 보건복지부, 기재부, 행안부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일들을 한데 모아서 일의 집중력와 집행력의 격(格)을 높여야 합니다. 
 
22대 국회도 수의사 관련은 농해수위, 펫보험 관련은 정무위, 공공의료보험 벤치마킹 관련은 보건복지위, 예산 관련은 기재위, 집행기구 관련은 행안위 등으로 폼만 잡고마는 어정쩡한 상임위 문제를 집약해 논의할 수 있는 '의결권 있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해야 할 것입니다.
 
결론하면 일의 주소를 똑바로 찾아주고 각(脚)을 제대로 잡아서 엇박자 나지않고 가지런하게 추진을 잘 해보자는 것입니다.
 
정재호 좋은 법(法) 좌장·전 국회의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중기IT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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