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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기만 마치면 끝?…피해자는 피눈물
2024-03-18 15:06:42 2024-03-18 17:32:28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형기를 마친 범죄자는 사회에 복귀하는 수순을 밟습니다. 범죄자가 죄에 대해 반성하고 응당한 대가를 치른 뒤 사회에 성공적으로 복귀하게 된다면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줄어들어 사회적으로도 이득이 될 수 있습니다.
 
교정시설의 목적 또한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이같은 목적이 달성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교화된 것이 맞는지 의심되는 행동으로 공분을 사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중범죄자의 경우가 특히 그러한데요. 특히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범죄자들은 출소 후의 거취도 주목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 시민들과 가까운 곳에 살고 있으면서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와 함께 본인의 억울함을 강조하는 행태를 보인다면 교정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는 힘들겠죠.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는 등의 모습에 피해자가 다시 상처받고 심지어 보복 당할 우려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법무부가 운영하는 구치소의 전경(사진=뉴시스)
 
끝나지 않는 가해행위
 
2020년 11월, 12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조두순도 그러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는 당시 만 8세였던 아이를 성폭행해 평생 장애를 안고 살게 만든 가해자인데요. 조두순이 복역을 마치고 곧바로 원래의 주거지인 안산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피해자 가족이 심리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평생의 보금자리였던 안산을 떠날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조두순이 지난 11일 야간 외출 제한 명령을 어긴 혐의로 공판을 받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또다시 공분을 샀습니다. 재판을 마친 뒤 조두순은 외출 제한 명령을 어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위와 같이 과거 12년 형을 선고받은 성폭행 사건에 대하여 '본인은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검찰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조두순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습니다.
 
연예인 승리는 상습도박, 성매매 등 9개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의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 후 지난해 2월 출소했습니다. 이후 지난 1월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식당에서 행사를 진행하면서, "언젠가 지드래곤을 이곳에 데려오겠다"는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빈축을 샀습니다. 그 밖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클럽이나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등 유흥과 관련된 근황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자숙과는 다소 거리가 먼 행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2022년 5월 벌어졌던,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는 구치소 수감 중, 출소 후 피해자에게 보복하겠다고 협박한 사실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해자가 다른 수감자에게 피해자 집 위치를 말하면서 보복하겠다고 말하고 모욕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현재 해당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는 자신의 사건을 소재로 한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PD에게 보낸 편지에는 "우리 가족은 그거 보고 마음 아파할지 생각이란걸 안 합니까?"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지난 15일 '그알' 유튜브 채널에는 위 사건의 피해자가 출연한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피해자는 지난 2년여의 회복 과정을 책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에 담아냈는데요. 위 영상에서 피해자가 자신의 책 마지막에 가해자가 회복하고 교화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회복 편지를 보내겠다고 한 내용과 가해자의 태도가 매우 대조적입니다.
 
범죄자 인권 VS. 피해자 및 사회의 안전
 
헌법 제13조 제1항이 보장하는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따라 범죄자들은 형기를 마치면 곧바로 사회에 복귀하고 그 범죄로 인한 형벌을 다시는 받지 않게 됩니다. 이는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중처벌 금지는 형기를 마친 범죄자들을 곧바로 사회에 복귀시킬 수밖에 없는 한계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과거 응보이론에서 나아가 현재는 형벌의 목적을 예방으로 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일반예방과 특별예방의 측면에서 보고 있는데요. 즉, 규범의식 강화를 통해 범죄를 예방하려는 일반예방의 측면과 범죄인을 격리하고 재사회화하는 특별예방의 측면이 강조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사례에 비춰 보면, 실제로 교화를 통한 재사회화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아 보입니다. 피해자에게 보복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중처벌하고 있으나, 복수에 눈이 먼 범죄자에게 위하력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아울러 연예인과 같이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의 범죄는 자칫하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낮출 수도 있어 유의해야 합니다.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이 형기를 마치고 아무런 제한 없이 쉽게 본업에 복귀하는 경우, 일반 사람들이 보기엔 범죄를 저지르고도 일정 형기만 채우면 사회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생기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범죄를 저지르고 석방되는 범죄자를 곧바로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이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중범죄자의 경우 더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보안처분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배경입니다.
 
보복 범죄나 사회로 복귀한 중범죄자의 묻지마 범죄 등으로 인한 피해 예방을 위해 새로 마련되는 보안처분은 단순히 전자발찌와 같이 범죄자의 준법정신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강제성이 수반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일정한 유형의 범죄자를 제한적으로 선별하고, 출소 후 전담 교육시설에 재격리해 사회 적응에 필요한 교육을 시키는 '보호수용제'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위험성이 덜한 경우에는 주거지 제한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소년범의 경우 전문적인 치료를 동반하는 '치료수용제'와 같은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수의 전과를 가진 범죄자가 또다시 불특정 다수를 노리는 참혹한 범죄가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의 자유를 조금 더 제한하더라도 사회적인 안전을 확보하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주 사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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