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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민주당 고전의 이유
2024-03-13 06:00:00 2024-03-13 06:00:00
공천 잡음이 현 단계 민주당 고전의 주 원인은 아니다. 민주당 계열 정당의 역대 공천, 이 정도는 시끄러웠다. 주 원인은 ‘이재명 민주당’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이재명 리더십에 대해 유권자들이 크게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찾는 게 좀 더 근본적일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정권심판론은 1년 째 지속되고 확인된 민심이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올 1월을 분기점으로 심판론이 의제 전면에서 조금씩 감춰지는 양상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등장과 함께 대통령이 잠시 커튼 뒤로 페이드아웃되는 걸 민주당이 막지 못한 게 양상 변화의 주 이유다. 용산/국힘의 계획이나 전략이 한 수 위였다고 할 수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압승 이후 6개월 째 민주당지지율은 정체 또는 하락세인데, 민주당과 이 대표는 압승이 주는 자기확신에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급기야 “탄핵 200석” 얘기가 나왔을테고. 중간지대 사람들은 속으로 “또 그 200석?” 했을 수 있다. 200석 얘기는 ‘민주당 20년 집권’처럼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들렸을 수 있다. 모든 선거에서 확인되지만, 중간지대 사람들에게 오만과 겸손 여부, 즉 ‘태도’는 선거 민심을 크게 좌우한다. 
 
어쨌거나, 대통령의 일시적 페이드아웃 이후 한동훈과 이재명만 남게 됐는데, 적어도 3월 초까지는 한이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민주당이 공천 잡음으로 연일 시끄러운 사이 한동훈과 국힘은 여론전에서 치고나갔다. 전국 곳곳에서 한동훈은 거의 연예인 수준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건 광각렌즈에 잡힌 TV화면이 아니라 ‘현장의 팩트’였다. 민주당은 물론 애써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겠지만. 
 
민주당은 임종석공천문제로 잡음이 컸고, 너무 오래 끌었다. 무려 한 달. 애초에 임종석은 핵심이 아니었는데 핵심문제가 돼버렸다. 민주당 스스로 키운 문제다. 한 마디로 ‘이재명 리더십/스타일’의 한계이자 ‘개딸 민주당’의 맹점이 된듯하다. 주력 야당인 민주당은 정권심판요구를 흡수하지 못했다. 그러니 고전은 당연. 요즈음 조국신당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도 이 점 때문이다. 투표일까지 앞으로의 한 달은 이전 한 달보다 훨씬 빨리 간다. 민주당으로서는 만회할 시간과 기회가 그만큼 적을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선거 이후가 걱정이고 암담하다. 누가 1당이 되든 대통령과 이 대표는 ‘마이 웨이’를 한층 더 강화할 공산이 커보인다. 이 대표는 당을 실효적으로 지배하면서 차기를 모색할 것이다. 현재 초접전 양상이지만, 국힘은 현 의석보다 늘면 ‘실질적-정치적 승리’라고 할 것이다. 60%선이었던 국정운영부정평가 여론과 180석이었던 민주당 의석을 생각하면 솔직히 틀린 말만은 아니다. 그렇게 되면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 본연의 기능은 실종신고를 면키 힘들다. 고물가는, 양극화심화는, 사회분열은 누가 어떻게 잡을 것인가. 정치-사회적 대타협으로 힘을 합쳐도 난제인데…. 정치가 문제점 해결처인데, 문제 제공처로 바뀐지 너무 오래다. 대선 혈투 연장전이 3년째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민생이란 말을 꺼내면 욕부터 나온다”는 시민들의 성난 목소리를 정치권만 못들은 척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를 거듭하는 게 유감이지만, 대통령과 이 대표 모두 근본적으로 생각을 바꿔야 정치가 복원된다. 대통령은 야당-국민과 겸허하게 소통하고, 이 대표는 ‘극렬 개딸’에 기댄 패권정치를 그만 둬야 한다. 원팀은 ‘원 유니폼’이 아니라 포용과 화합으로 가능하다. 누구나 아는 상식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이강윤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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