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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계산과 에너지
2024-03-08 06:00:00 2024-03-08 06:00:00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폰 충전의 번거로움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종종 잊고 살지만, 우리 손안의 휴대폰은 1960년대 달 탐사에 사용된 컴퓨터와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강력한 계산 능력을 가진 장치다. 다양한 앱의 사용, 데이터의 전송, 사진 저장 및 삭제와 같은 휴대폰에서 행하는 일상적인 작업이 실은 모두 계산의 실행이다. 휴대폰을 반복적으로 충전하는 행위는 이 작은 장치가 수행하는 계산 작업이 실제로 전기, 즉 에너지 소비와 직결되어 있는 물리적 과정이라는 점을 일깨워 준다.
 
데이터 센터는 현대 사회에서 정보 처리의 중심지로 기능한다. 이곳에는 끊임없이 작동하는 수많은 컴퓨터가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모여 있다. 공간을 가득 메우는 윙윙거리는 소음과 기계에서 방출되는 열기는, 컴퓨터가 행하는 계산이 단지 추상적인 개념이나 정적인 수식에 불과하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활동은 모두 물리 법칙을 기반으로 한 구체적이고 역동적인 과정이다. 데이터 센터의 모습 역시 우리가 디지털 세계에서 수행하는 작업이 물리적 세계의 기반 위에서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계산은 이론적으로는 데이터를 조작하는 형식적 과정으로 설명되지만, 실제로는 물리적 과정을 통해 실현된다. 이는 칠판, 노트, 인간의 뇌, 실리콘 반도체 기반의 컴퓨터, 양자 장치 등 계산이 수행되는 다양한 매체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매체에서 계산의 과정은 물리적 시스템의 상태 변환을 통해 구현된다. 이는 계산이 단지 단순한 논리적 작업을 넘어서, 물리학의 기본 원리들과 근본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1960년대, IBM의 과학자 롤프 란다우어는 계산과 이를 실현하는 시스템의 열역학적 속성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선구적인 연구를 했다. 그의 핵심 주장은, 컴퓨터 장치에서 정보의 삭제는 반드시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열역학적 변화를 필연적으로 동반한다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란다우어의 원리로 불린다. 이 원리는 계산과 정보를 단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물리적 실체와 연결된 것으로 이해하는 관점을 강화한다. 정보 처리 과정이 우주의 물리학적 구조와 어우러져 이루어진다는 것은, 계산과 우리 세계의 상호 연결에 대한 심오한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생성형 AI 산업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엔비디아와 같은 반도체 업체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반도체에 대한 수요 증가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최근 일론 머스크는 한 컨퍼런스에서 폭증하는 인공지능 컴퓨팅 수요의 추세를 언급하며, 흥미로운 발언을 했다. 현재의 반도체 부족에 이어, 당장 2025년이면 이런 반도체를 구동하기 위한 변압기와 전력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생성형 AI에 사용되는 흔히 사용되는 신경망의 구조는 트랜스포머라 불리는데, 그는 이 상황을 ‘트랜스포머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트랜스포머(변압기)가 필요하다’는 농담으로 표현한다.
 
계산이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물리적 과정이라는 인식은 오늘날 기술 발전을 넘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우주를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을 제시한다. 자동차 엔진이 기름에 저장된 에너지를 운동 에너지와 열로 전환하는 것처럼, 컴퓨터는 에너지를 사용하여 계산을 수행하고 열을 발생시킨다. 산업혁명은 화석연료를 인간의 삶에 유용하게 바꾸는 현대 문명의 기본적인 에너지 전환 방식을 탄생시켰다. 계산이라는 다른 형태의 에너지 전환 방식이 점점 우리의 삶에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이철희 고등과학원 수학난제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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