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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업 넘보는 중국 이커머스…"생태계 파괴" 우려
알리, 국내 B2B 플랫폼 준비 중
"중국 제조사와 가격 경쟁…승산 없어"
국내 유통업체 어쩌나…"중국 의존도 높아질 것"
2024-03-06 17:01:54 2024-03-06 17:01:54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제조·도매 회사를 운영하는 김모 씨(32·여)는 중국에서 만든 제품을 국내로 들여와 납품하는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도매 플랫폼 출시 소식을 듣고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앞으로 중국 공장 또는 제조사와 경쟁을 해야 하는데, 인건비 등 각종 제반 비용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에서 승산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초저가 공세에 중간 유통업체들이 큰 위기감을 느끼는 가운데 B2B 시장 진출 시 국내 산업 구조가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B2B 전용 플랫폼을 열 계획입니다. 알리 관계자는 "B2B 플랫폼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향후 공식적으로 론칭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B2C 사업을 넘어 세력을 확장하려는 것입니다. 알리의 모회사인 알리바바그룹은 중국 내에서 B2B 쇼핑 플랫폼 '1688닷컴'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조사와 도매업자를 연결해 주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국내 많은 판매자나 도매상, 무역상들도 1688닷컴을 통해 제품을 구입합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알리 입장에서는 개인 소비자보다 도매업자를 상대하는 것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들고 이익이 될 것"이라며 "한 사람당 사는 물건 수량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많은 상품들이 중국에서 만들어져 '메이드 인 차이드' 딱지를 달고 있지만, 이를 소비자까지 유통하는 역할은 국내 업체들이 맡고 있는 구조입니다. 알리의 B2B 플랫폼이 국내로 직진출할 경우 이런 중간 유통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 광고 이미지. (사진=알리익스프레스)
 
중국 회사와 직거래를 하고 있다는 한 업체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시장 점유율을 어느 정도 확보할 때까지 마진을 포기해서라도 최저가로 공급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면서 "중국 제조사와 무한 경쟁을 해야 하는데, 국내 업체가 도저히 이길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어 "이미 중국 업체들이 옷, 화장품 등 각종 제품을 국내에서 직접 홍보하고 판매하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이 언젠가는 밀릴 수 있다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B2B 플랫폼이 들어오면 그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며 불안감을 나타냈습니다.
 
물론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을 앞세운 중국 플랫폼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게 되면, 중국 의존도가 더욱 커지고 국내 산업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업계에서는 정부 규제로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확장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정부가 국내 이커머스 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규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게 전문가 의견입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확장은 국내 벤더, 도매상들만 타격을 받는 것이 아닌 산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봐야 한다"면서 "국내 시장과 경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런 것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무역적 측면이나 독·과점 측면에서 중국 이커머스 업체를 규제할 만한 마땅한 명분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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