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달부터 줄어든 K-반도체 생산…"성장 국면 시간 걸릴 것"
1월 반도체 생산 8.6% 하락…재고도 1.8%↑
전월 높은 '기저효과'라지만…사이클 업다운
반도체 시장 '훈기'…한국 내 가치사슬 절실
2024-03-04 16:43:36 2024-03-05 00:31:03
 
[뉴스토마토 백승은 기자] 지난해 혹독한 한파를 견딘 'K-반도체 산업'의 다운사이클(침체기) 회복을 기대했지만 올해 첫 달 역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년 11·12월 기저효과를 감안해도 D램과 시스템반도체 등에서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통상 반도체는 4~5년 주기로 호황·불황이 넘나드는 '올림픽 사이클'로 불리지만 최근 이런 주기가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메모리 중심 산업에서 비메모리 영역까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반도체 산업의 환경 변화 대응에 대한 목소리가 높습니다.
 
4일 통계청 발표한 '2024년 1월 산업활동동향'를 보면 지난 1월 반도체 생산지수(계절조정)는 149.1로 한 달 전보다 8.6% 하락했습니다. 이 기간 반도체 재고도 전월보다 1.8% 늘었습니다.
 
 
4일 통계청 발표한 '2024년 1월 산업활동동향'를 보면 지난 1월 반도체 생산지수(계절조정)는 149.1로 한 달 전보다 8.6% 하락했다. 사진은 반도체 패브리케이티드 웨이퍼 모습. (사진=뉴시스)
 
통상 반도체 업계에서는 재고가 쌓이면 가격 단가 위축, 재고자산 회전율(매출원가를 재고자산으로 나눈 것) 감소 등으로 이어집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 생산은 작년 11월, 12월에 높은 수치를 기록해 지난달 기저효과가 있었다"며 "고사양 메모리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수출도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세계적으로 반도체 시장의 훈기가 돌고 있지만 한국의 성장세가 여전히 미비하다는 점입니다.
 
시장조사기관 D램 익스체인지의 집계를 보면 반도체 시장의 바로미터인 메모리 D램 현물 가격은 작년 9월부터 이달 초까지 6개월 연속 상승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은 "반도체 산업 큰 틀에서 보면 반등 상황이지만 한국 반도체 산업은 아직 공급망 불안정 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성장 국면에 접어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4~5년 단위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사이클 산업'입니다. 그렇지만 최근 PC 중심 수요에서 스마트폰·인공지능(AI) 시장으로 옮겨가며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이후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높아지며 정점을 찍었지만, 2년도 되지 않아 수요가 줄며 2022년 하반기 이후 '다운 사이클'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주력이었던 메모리 영역에서 뛰어넘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에서도 역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단기적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꼽힙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 내 반도체 산업을 집적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HBM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전체 반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에 더 큰 단계에서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앞으로 일본의 소재·장비 기업과 미국의 설계 기업, 수요처인 빅테크 기업 등이 한국으로 들어와 한국 안에서 반도체 산업 가치 사슬이 완성돼야 한다"며 "예컨대 정부 주도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비메모리 분야에서 꾸준히 확장돼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달 21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스마트 SMT&PCB 어셈블리 전시회'에 모바일, 반도체 후공정 등 최첨단 전자기기 제조의 핵심기술인 SMT(표면실장기술) 와 관련한 다양한 장비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백승은 기자 100win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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