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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기업자율 강조했지만…연금 관치 우려
우회적 강제성, 연금 스튜어드십코드 활용 주목
재계·전문가들 “독립성부터” 한목소리
2024-02-27 13:27:00 2024-02-27 13:27:0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노 패널티’를 강조했음에도 국민연금을 통한 우회적 강제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정부는 밸류업 평가가 저조한 기업에는 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스튜어드십코드에 반영할 방침입니다. 이에 재계와 전문가들은 연금으로부터의 경영간섭이 늘어날 부분을 걱정했습니다. 이는 관치 논란과 직결될 수 있습니다. 
 
 
27일 재계 등에 따르면 밸류업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강제성이 없어 추진력이 약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증시에선 밸류업 발표 직후 저PBR 종목들 중심으로 낙폭을 키우며 실망감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강조한 세제 인센티브에 사실상 실행력이 달렸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세제 혜택은 부자감세 논란을 부릅니다.
 
실행력을 높일 다른 방법으로, 연금이 있습니다. 연금이 주주 목소리를 낼 경우 우회적으로 기업들을 강제할 수 있습니다. 정부도 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에 밸류업 평가를 반영하겠다고 했습니다. 앞서 KT와 포스코, KT&G 등 소유분산기업의 수장 교체 인선 과정에서 연금의 존재감을 체감한 재계는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의결권 행사 비중을 늘리기 전에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부정적인 논평을 냈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소유지배구조와 기업거버넌스 문제 때문인데 이를 개선시킬 구체적, 강제적 정책이 빠진 안”이라면서 “(주주가치를 제고하려면)결국 총수일가 편취와 민영화된 기업의 정부 인사 개입 및 국민연금 대주주 역할 부재라는 문제가 해소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연금에 대해서도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독립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도 밸류업이 핵심을 비껴간다고 봤습니다. 그는 “핵심은 한국 기업들의 자본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과 적은 이익이나마 사익편취를 통해 지배주주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문제”라며 “둘다 사익편취나 기업투자를 잘못한 경영권자에 대한 교체와 해임 즉, 경영권시장이 활성화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시도가 없다”고 했습니다. 연금에 대해서도 “잘못된 경영권자를 교체하는 데 발언은 주주행동주의 일환으로선 지지하나, 그것에 정부나 국가 입김이 들어가는 부작용이 클 수 있어서 기본적으로 섀도보팅(중립적 투표)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가지수 등 작은 부분만 고쳐선 장기적인 경제성장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주가가 오르려면 성장동력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며 “4차산업에서 가장 앞서가는 국가임에도 규제로 발목 잡히는 부분이 더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밸류업을 통해 주주환원을 늘리는 목적에는 “아마존이나 테슬라는 배당을 아예 안 하는 대신 이익을 높여 재투자하고 주가를 올려 주주에게 보답한다”면서 “배당하는 만큼 미래 투자여력은 줄어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처럼 밸류업하려면 주식 관련 세금부터 없애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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