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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준석 정치의 명암 - 정치의 체제교체인가 보수의 자기복제인가
2024-01-19 06:00:00 2024-01-19 06:00:00
요동치는 정치판
정치의 계절이 왔다.  고착된 듯한  거대 양당 체제의 중심축이던 이준석 전대표와 이낙연 전대표가 자기 진영에서 이탈하였다. 제3지대 지형의 연합도 탄력을 받아 헤쳐 모여를 소리 높여 복창하는 등 정치판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당은 무조건 뭉쳐야 한다’는 홍위군의 깃발 하에 더 단단해진 친명중심의  민주당, 항로를 잃은 윤 대통령 옆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국민의 힘, 그리고 기성정당의 독재적 운영에 대한 반기를 든  다양한 대의명분으로 모인 제3지대가 얼추  지형을 갖춰 전투태세에 돌입하고 있다.
 
이준석 정치의 명(明)
이 같은 난세에 드디어 신정치 세대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서 ‘이준석’과 ‘천하인’ 브랜드로 대변되는 젊은 정치세력은 주목할 만하다. 낡은 386 정치, 이보다 더 낡은 산업세력에 달린  인공호흡기의 실루엣을 넘어, 새로운 세력이 새로운 지평과 비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준석 정치의 명(明)은 시운을 읽음에서 비롯한다.
 
이번 세대교체를 통해 이준석 외 다른 유망한 청년들까지 합류한다면 한국 정치는 더할 나위 없이 긍정적인 변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 3포 세대를 최소한 투표까지 포기하게 만들지는 않을 듯한 심상지 않은 ‘동남풍’이 이준석에게서 느껴진다. 
 
이준석 정치의 암(暗)
하지만 이준석의 정치는 아쉬움을 배태하고 있다. 세대교체는 정치체제의 혁명성을  지향해야 해야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단지 세대교체를 하나의 수단으로 하여 본인의 정치적 기득권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황이다.
 
지난 대선에서 검찰 세력이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반항적 포장지를 씌운 신상품으로 낡은 386 세대의 구태를 이겼다. 하지만 포장지를 벗기 본 검찰 정치의 내용물은 유권자들이 구입한 물건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스스로 반품될 처지를 자초하고 있는 꼴이다. 이준석 세력은 , 이 같은 검찰정치의 표리부동이 기회임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검찰정치에 대항하는 낡은 386 세력이 여전히 똬리를 틀고 있음도 반갑다. 전자는 주문한 물건이 아니고, 후자는 유효기간이 한참 지났음인데, 정치 소비자들은 신선한 피를 갈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준석 세력의 지금까지가 남녀 갈라치기, 세대 갈라치기, 여성 혐오, 장애 혐오를 조장하거나 이용하는 면에서 결코 긍정적 정치적 변화로 구분될 수 없다는 점이다. 범(凡)보수세력이 생존을 위해 구(舊)보수의 자기복제를 필연적으로 꾀할 수밖에 없는 길목에 신(新)보수의 깃발을 영악하게 꽂았을 뿐이다.
 
한 발짝도 혁명적이지 않다면 어찌 젊고 신선한 청년정치로 구분될 수 있을 것인가? 돌연변이가 될 망정 DNA자체를 바꾸지 아니하고 단지 보수의 자기복제에 편승한다면 몇년 뒤 구(舊)보수 그 자체로 변모되는 외길이라는 점이 이준석 정치의 암(暗)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 신(新)정치의 길
‘역사는 창조적 소수(A Creative Minority)에 의해 부흥한다‘는 토인비의 말을 원용하지 않더라도 차세대 젊은 혁명가의 정치는 기성정치에 전복적 변화를 불러 일으켜야 한다.
 
21세기는 이념과 가치로는 다원화된 사회를 지향하는 동시에, 맹목적인 성장 지향적 태도를 넘어서 사회 안전망 구축을 통해 국민 대다수가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시대이다. 그렇다면 21세기의 정치인은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혐오를 조장하거나 이용하기 보다 소신 있게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 소외되는 자들을 포용하고 다원화된 가치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다양한 가치를 지향하고 포용하기 위해 경제적 주춧돌로서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한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당연한 제1의 책무이다.
 
구(舊)보수가 자신을 닮은 신(新)보수를 복제하고, 구(舊)진보가 자신을 닮은 신(新)진보를 복제하는데 편승하는 정치는 차세대 혁명가가 걸어야 할 정치가 아니다. 새로운 젊은 세력은 구(舊)보수와 구(舊)진보의 낡아빠짐을 뜯어내고 생물학적 세대교체를 넘어서 철학적이고 근본적 정치체제의 교체를 도모해야 한다. 
 
찰나의 정략에 매몰되지 않고 시대정신과 미래 비젼을 지향하고 창도하는 넓고 깊은 정치를 택해야 한다. 이러한 젊은 정치가들은 복제에 성공한 신(新)보수, 복제에 성공한 신(新)진보를 답습하지 않는 한국 정치에 전복적 변화, 진정한 신(新)정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안희철 법무법인 디라이트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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