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인기 콘서트나 스포츠 관람을 위한 암표 거래가 기승을 부리게 된 배경에는 처벌 기준이 50년 간 경범죄 수준에만 머문 탓이 큽니다. 정부가 암표법 개정 청원을 공개 청원으로 결정하면서 암표 처벌에 관한 별도의 기준이 생길 지 주목됩니다.
그동안 암표 거래는 현장에서 적발될 경우에 한해 처벌이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공연 관계자나 특정 공연의 팬들이 직접 암표상을 잡아내는 사례도 있을 만큼 암표 거래는 처벌 사각지대에 있었습니다. 이는 일부러 작정하고 암표를 사는 척 암표상에게 접근하지 않는 이상은 처벌이 불가능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암표매매는 경범죄 처벌법에서 정하는 경범죄에 속합니다. 처벌 대상은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해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이라고 나와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형을 받습니다.
그러나 이는 온라인 거래가 없던 50년 전 기준입니다. 온라인상으로 이뤄지는 암표 거래는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정부는 처벌 범위를 늘리기 위해 2024년 3월부터 공연법 개정안을 시행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매크로 프로그램(자동 입력 반복)으로 구매한 티켓도 암표 거래를 금지하기로 한 겁니다. 그러나 매크로로 대량 구매를 하지 않는 이상 적발이 쉽지 않습니다.
약한 처벌로 암표 기승 부리면 사기 노출 위험 올라가
50년 간 법이 멈춘 사이 청소년들도 암표 거래를 신종 용돈벌이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또 법이 만들어질 때는 없었던 온라인 거래가 이제는 보편적인 수단이 됐는데요. 최근에는 매크로의 등장으로 암표 거래도 조직화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암표 거래가 적발돼도 웃돈으로 얻는 이익에 비해 벌금이 약하다 보니 법안 개정에 대한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회장은 청원에서 "매크로의 등장으로 암표상이 조직화, 기업화돼 가고 있지만 이를 적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암표가 기승을 부리면서 암표를 이용한 사기 행각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암표 거래를 잡지 못해 암표 사기가 만연해지면 피싱사기로도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피싱의경우는 가해자 특정이 힘든 경우가 많아, 암표 거래 시도만으로 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심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18년 10월19일 오후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한화이글스와 넥센히어로즈 경기를 관람하기 몰려든 구름관중 앞에 암표매매 단속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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