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까지 오른 암 통원비…당국 모니터링 강화
과거 30만원 수준서 2~3배 올라
보험소비자 과잉진료 등 도덕적해이 우려
2023-11-06 06:00:00 2023-11-06 06:00:00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일부 손해보험사가 암치료 통원비용 보장액을 최대 100만원까지 늘리는 등 경쟁이 과열되자 금융당국이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습니다. 과잉진료 등 도덕적해이와 보험사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항암 약물 치료와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으며 통원할 경우 1회 한도 최대 100만원을 지급합니다. 항암 약물·방사선 치료 통원비 담보를 판매하고 있는 곳은 현재까지 현대해상이 유일합니다. 항암·방사선 이외 암 통원비는 최대 60만원까지 보장합니다.
 
현대해상뿐이 아닙니다. 흥국화재는 암 통원비를 75만원까지 증액한 상황입니다. 미래에셋생명과 흥국생명은 지난달 70만원까지 상향했습니다. 삼성화재·DB손해보험은 최대 60만원까지 보장합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암 통원비가 최근 들어 크게 올랐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보장 수준이 급격히 올라간 사례들이 있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암 통원비는 항암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다닐 때 보험금을 지급하는 담보로, 일일 최대 한도 내에세 지급합니다. 일반적으로 30만원에서 40만원선이었던 한도가 두 배 가량 보장 수준이 올라간 것입니다. 실손의료보험에서 지급하는 통원비는 25만원 수준으로, 역시 현재 판매되고 있는 암 통원비와 현격한 차이가 납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사들이 암 통원비를 올리면서 손해보험사들도 보장 수준을 올리기 시작했다"며 "암 통원비 담보가 들어간 보장성 보험 판매를 늘리기 위해 한도를 상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암 보험 과열 경쟁을 예의주시하면서 암 통원비 경쟁에도 제동이 걸릴 지 주목됩니다. 지난달 한화손해보험 등 보험사들이 독감에 걸려 치료를 받을 경우 보장하는 특약 한도를 5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상향한 바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집중 모니터링을 벌인 끝에, 특약 한도가 과도하다는 의견을 업계에 전달했습니다. 결국 보험사들은 한도를 20만원선으로 낮춰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 담보별로 얼마를 보장하는 것이 적절한지 규정상 금융당국이 제시할 수 없다"며 "상품 개발이나 보험 보장한도를 증액할 때 준수해야 할 점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섣불리 개입했다가 절판마케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이 앞서 응급실 내원비 보장이 과열됐다고 보고 자제를 주문하자 절판마케팅이 이어진 바 있습니다. 
 
금감원은 지난 3일 손해보험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보장금액을 증액할 때 적정성 관련 내부통제기준을 준수하고 기준을 강화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또한 보장한도를 늘릴 때 기존에 신고한 상품의 허용 범위를 고려하라고 전했습니다.
 
금감원은 "보험사의 과열 경쟁이 도덕적 위험 및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유발한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돼 왔다"며 "손보사의 상품개발 및 영업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손보사의 이익이 증가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후적 비용 증가에 따른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내 한 병원에서 시민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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