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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우리은행, 타행 비난 언플 자제해야
2023-11-03 06:00:00 2023-11-03 08:11:14
"2030년까지 아시아 넘버원(NO.1) 금융사 도전", "2027년까지 기업대출 1위 달성 목표"
 
우리은행이 지난 9월과 10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천명한 목표인데요. 10년 전 금융사를 출입했던 기자라면 향수에 젖게 만드는 선전 구호입니다. 지금은 다소 유행이 지나보이지만 당시엔 금융사들이 미래의 특정 시점까지 글로벌 몇위, 아시아 몇위 달성이라는 목표를 흔하게 내걸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가라앉고 있는 2010년대 초반. 당시 이명박정부의 강만수 산은회장이 주창한 '메가뱅크론'이 부각됐는데요. 국내에서도 산은금융지주는 물론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까지 다양한 '짝짓기' 시나리오가 파생되기도 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 등 해외에서는 괜찮은 매물이 나오고 있었고 금융권에서는 '규모의 경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때였습니다. 금융사들은 연초만 되면 글로벌 몇위 달성, 아시아 넘버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경쟁적으로 제시했습니다. 관치 논란이 있긴 했지만 힘이 있는 '금융권 4대 천황'의 존재감이 어느정도 용인되기도 했습니다.
 
그때와 달리 글로벌 긴축이 극도에 달하고 부작용이 우려되는 현재, 그것도 한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 우리은행이 '넘버원' 구호를 외치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우리금융지주 회장이나 우리은행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부행장급을 내세워 제시한 1등 목표는 허황된 것이다는 평도 많습니다.
 
특히 기자간담회 내용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자사 전략을 발표하면서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행위를 일삼고 있는데요. 기업금융 전략 발표 자리에서는 한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성과에 대해 공격적으로 퇴직연금이나 법인카드를 끼워 팔아 마진을 남긴다는 식으로 매도했는데요.
 
글로벌 전략 발표회에서는 각 은행별 글로벌 수치 비교란을 만들어 우리은행 실적을 돋보이게 만들어 자화자찬하기 바빴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경쟁사에 실적이 밀리고 있으니 전략 발표회든 뭐든 못 하겠냐만 언론플레이도 적당히 해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악플보다 무플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는데요. 우리은행으로서는 시장으로부터 무관심을 받을 바에야 어떤 식으로든 관심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을 수 있겠습니다.
 
우리금융지주의 인수합병(M&A)도 마찬가지입니다. 취임 6개월이 지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M&A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가운데 오너리스크 등으로 위기에 빠진 금융사들과 관련해 인수설이 매번 돌고 있습니다.
 
그룹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키움증권이나 금융당국으로부터 매각 명력을 받은 상상인저축은행이 대표적입니다. 우리금융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거나 부인하는 모습으로 귀결되는데요. 우리금융이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매물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인수 주체로 거론되는 상황을 충분히 즐기는 모습입니다.
 
우리금융은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한다고 밝혔는데요. 증권사 외 비은행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가 저축은행, 보험사까지 희망 범위를 넓혔습니다. 3분기 부진한 실적에 대한 평가로 도배되는 상황에서 적절한 발표 타이밍을 잡았다는 말이 나옵니다.
 
'기업명가 재건', '아시아 1위 도약'의 구호가 무색하게 우리은행은 3분기 부진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4대 은행 중 꼴찌인데요. 지주회사 기준으로도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4위 입니다. 우리금융이나 우리은행의 급박한 심정은 알겠으나 허황된 구호보다는 실적으로 보여주는 기업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이종용 금융증권부 선임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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