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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석에서)이재명이 ‘기준’이 되어선 안 된다!
2023-09-26 11:31:14 2023-09-26 14:12:50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매국노', '반역자' 심지어 '개'까지! 극히 험한 말들이 오갑니다. 기존 ‘수박’은 애칭 수준이 되었습니다. 홍위병을 연상케 하는 인민재판 성격마저 띠고 있습니다. 이성을 잃은 집단적 광기입니다. 이 같은 비상식의 기준은 ‘이재명’입니다. 당대표 이재명을 사수하는 호위무사 의원들과 강성 지지층 개딸들은 완장을 차고 민주당을 활보 중입니다. 민심은 아랑곳없습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요.
 
당대표 이재명을 기준으로 한 양쪽의 주장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이재명 사수를 주장하는 친명계는 이번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을 놓고 찬성표를 던진 동료 의원들을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에 찬동한 부역자로 바라봅니다. 저변에는 내년 총선 공천에 대한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반면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비명계는 이재명 대표의 대국민약속 파기를 문제 삼습니다. 불체포특권 포기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었고, 단식마저 제 안위 보존용으로 삼았다는 주장입니다. 이번 체포동의안마저 부결시킬 경우 당은 방탄정당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이는 곧 총선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국민 평가는 어떨까요.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민심은 민주당 사정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미디어토마토(23~24일 안심번호 조사)가 내놓은 결과표를 보면, 이번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해 ‘잘한 결정’ 44.6% 대 ‘잘못한 결정’ 45.1%로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히 나뉩니다. 여론조사 꽃(22~23일 전화면접 조사)이 같은 질문으로 물은 결과는 국회 결정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좀 더 높습니다. ‘적절’ 50.7% 대 ‘부적절’ 41.7%입니다. 한국갤럽(19~21일 전화면접 조사)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묻자 ‘정당한 수사 절차’ 46% 대 ‘부당한 정치 탄압’ 37%로, 간극이 좀 더 벌어집니다. 여론조사 공정(18~19일 ARS 조사)이 이재명 대표의 단식 진정성 공감 여부에 대해 물은 결과, ‘공감’ 41.9% 대 ‘비공감’ 51.6%로 나왔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는 곧 민주당과 민심과의 상당한 괴리를 입증하는 근거가 됩니다. 특히 앞서 언급한 미디어토마토 조사 결과를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해 서울 ‘잘한 결정’ 48.4% 대 ‘잘못한 결정’ 41.0%, 충청 ‘잘한 결정’ 48.6% 대 ‘잘못한 결정’ 45.0%로 전국 평균과는 달랐습니다. 총선 최대 승부처인 이 두 곳의 민심이 지난 대선 결과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심의 풍향계이자 총선 승패를 가를 중도층은 ‘잘한 결정’과 ‘잘못한 결정’ 모두 41.2%로 동률을 이뤘습니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는 어떠했을까요. ‘긍정’ 32.6% 대 ‘부정’ 62.7%로, 부정적 평가가 두 배가량 높습니다. 특히 국민 절반 이상인 53.2%가 ‘매우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이상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대통령 실정에 대한 성난 민심을 이재명 사수론이 온전히 흡수하지 못한다는 점을 민주당은 주목해야 합니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로 치러진 지난 대선의 특징을 감안할 때 민주당이 ‘이재명 사수’ 외길로 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자각해야 합니다. '이재명 없이도, 이재명만으로도' 안 됩니다. 기존 지역구도에 진영논리까지 더해진 지금, 윤석열 대 이재명을 고집하는 것은 상대가 쳐놓은 덫으로 빠져드는 것과도 같습니다. 유시민씨는 현 정국을 ‘진영 간 기싸움’으로 규정하며 ‘밀리는 쪽은 무너진다’고 했습니다.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과연 유시민씨가 말하는 진영에 국민은 있을까요. ‘정치꾼’들만 존재하는 이분법적 세상일 뿐입니다. ‘이재명’이 아닌 ‘민심’이 민주당의 기준이 될 때야 비로소 난해한 정국을 타개할 활로가 있을 것입니다.
 
편집국장 김기성 kisung0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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